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는 1월 29일 평화통일 월요 기도회 및 문익환 목사 30주년 추모 기도회로 시작됐다. 전날부터 모인 2040 목회자들이 특송을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는 1월 29일 평화통일 월요 기도회 및 문익환 목사 30주년 추모 기도회로 시작됐다. 전날부터 모인 2040 목회자들이 특송을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가 1월 29~30일 충남 보령시 한화리조트 대천파로스에서 108회 총회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를 열어, 교단 사회 선교 운동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올해 사회 선교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논의했다. 

기장은 매년 초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를 열고 사회선교사 제도를 시행하는 등 다른 교단보다 사회 선교에 힘쓰고 있지만, 사회 선교가 활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 주제 발제자로 초청된 김희헌 목사(평화공동체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우리 교단에서 사회 선교는 기본값으로 여겨졌다. 한국 사회의 변화와 교계 전반의 보수적 풍토에서 우리 교단의 사회 선교 역동성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기장'의 성격을 지키려는 잠재성은 위태롭게나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헌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김희헌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는 사회 선교 동력과 여건이 축소된 이유를 사회학자 김홍중의 말을 빌려 사회가 '진정성의 시대'에서 '생존의 시대'로 이행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승자 독식, 무한 경쟁, 적자생존의 유사-자연적 정글로 변화한 사회에서 가장 절박한 관심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 '목숨 그 자체' 즉 '생존'의 문제로 집약되기 때문이다"(<마음의 사회학>, 김홍중). 김희헌 목사는 '진정성'이 외면받는 사회에서 교회도 이 위험을 피하지 못했다며 "기장의 사회 선교가 활동의 최소 지점에 '기능적 관성'으로 머문 것은 아닌가 자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기장의 사회 선교 비전 속에는 원대한 전망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독점(자본과 토지)에서 비롯된 극단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희년' 정신의 구현 △대의 민주주의로 구성된 '87년 체제'가 과두정치와 관료주의로 변질되어 '앙시앙 레짐(구체제)'이 된 현실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키워 내는 사회적 실험 △지역 편중(수도권 초과밀화)과 맞물린 승자 독식 무한 경쟁 사회에서 심화하는 지역 소멸과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자본 확대와 지역 공동체 돌봄 구조 형성 △권력과 자본과 과학의 신성 동맹이 초래한 새로운 신분 사회와 N포 세대의 허무주의를 보듬을 영성 확보 △보수와 진보라는 기만적 착시 구도를 유발하는 진영 논리로 적대적 공생 체제가 된 사회적 답보를 해소할 성숙의 과제 등을 풀어 가는 것이 사회 선교의 비전이라고 정리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제도와 기관으로 사회 선교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헌 목사는 교단 평화공동체운동본부와 생태공동체운동본부를 강화하고, 특히 사회선교사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로부터 일어난 운동이 기본이지만, 위로부터의 호응 또한 기장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제도의 뒷받침과 동시에 '인간의 성숙'을 이야기했다. 커질수록 배타적·억압적이 되는 '지배 위계'와 커질수록 이해와 포용력을 갖추는 '성장 위계'를 비교하며 "지배 위계를 극복할 실질적 방법은 성장 위계에 있다"고 말했다. 

박성철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성철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장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올해 4월 열리는 총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비해야 하는지 발제를 준비했다. 발제자로는 인천새소망교회 피해 교인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작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에서 출교된 박성철 목사를 초청했다. 독일에서 정치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박 목사는 극우·보수 개신교와 정치권의 유착에 대한 이해가 깊다. 박 목사는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극우 정치 세력이 횡행하는 현실 속에서 이번 한국의 총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었다.

박성철 목사는 "선거 때만 되면 특정 정당이 이겨야 혹은 져야 천국이 임할 것처럼 말한다. 일부 소셜미디어 정치 선동가(political provocateur)의 주장과 같이 윤석열 정권이 끝장나거나 그 반대로 대통령의 의중이 모두 관철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치 세력이 부상했다고 했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물이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극우 정치 세력은 인종주의(racism), 타 민족 혐오(xenophobia), 민족주의(nationalism), 반민주주의(anti-democracy), 강한 국가(strong state) 등을 주장하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각국의 정치 상황이 서로 다른데도 비슷한 정책들을 내놓는다. 동성애와 같은 젠더 이슈를 부각해 성소수자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반이민·반난민 정책을 내세워 이민자들과 난민들을 '외부의 적'으로 강조한다고 했다. 

박성철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촉진된 네오-파시즘(Neo-Fascism)이 외형적으로 고전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포퓰리즘과 결합해 정치적 양극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등장은 이러한 세계 정치의 흐름에서 읽어야 한다. 이준석과 같은 젊은 정치인들이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극우적 성향의 정책들을 지향하는 것도 현대 표퓰리즘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소외된 이들을 위한 정치적 변화를 위해 시민과 특히 MZ세대를 설득하려는 노력 △근본주의 기독교에 대한 공동 대응 △혐오와 증오의 정치 거부 등이다.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에는 기장 목회자 약 150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에는 기장 목회자 약 150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장 총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는, 지난해 9월 기장 108회 총회에서 신설된 '기후정의위원회' 로드맵을 발제했다. 기후정의위원회는 구체적인 규칙과 시행세칙을 결정하고, 각 노회에서 기후정의위원을 추천하는 과정을 거쳐, 올해 5월 중 구성을 완료하고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기장 내 23개 노회에 기후정의위원회 설치를 독려하고 노회 기후정의위원회와 연계하며, 환경주일(6월) 혹은 창조절(10월)에 전국 해안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해양 쓰레기를 줍는 '생명의 바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도시와 농촌 교회를 연결해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씨뿌림 주일이나 부활절에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기장 총회 평화·통일위원회 발제 내용은 '2024 DMZ 생명 평화 순례'였다. 2월 29일부터 3월 21일까지 4대 종단(개신교·가톨릭·불교·원불교)이 DMZ 일대를 도보로 순례한다. 개신교 순례 일정은 3월 4일부터 8일까지, 연천-철원 구간이다. 평화·통일위원회는 교단 목회자와 노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다음 날 30일에는 총회 사회선교사 파송 예식이 있었다. 오세열 목사(제주노회, 해양 쓰레기 줍기 활동), 유대은 목사(광주남노회, 창조 세계 보전을 위한 농업 활동), 이창준 목사(군산노회, 생태적 전환을 위한 선교), 황용연 목사(서울노회, 소수자를 위한 인권 활동), 장순엽 목사(서울남노회, 자원 수집 어르신 돌봄 활동), 박민영 준목(광주노회, 갈등 전환 평화교육 활동), 김요한 준목(서울노회, 생태·환경 운동), 정대일 전도사(서울노회, 평화통일 운동), 유승태 전도사(서울노회, 소외 계층 고립·결식 해소 활동) 등 총 9명이 총회 사회선교사로 파송됐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