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이 정기 실행위원회를 11월 9일 열고 '제7문서'를 채택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장이 정기 실행위원회를 11월 9일 열고 '제7문서'를 채택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가 '성평등', '성적 지향' 등의 용어를 '성적인 쟁점 중 차별의 문제' 등 문구로 바꿔 제7문서를 채택했다. 기장 총회는 11월 9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에서 실행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앞서 기장은 108회 총회에서 새역사70주년특별위원회가 헌의한 제7문서 채택에 대해, 일부 용어를 총회 임원회에 맡겨 정리한 뒤 총회 실행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결의했다. 당시 총회 석상에서는 제7문서 채택을 두고 '성평등', '성적 지향' 등의 용어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격론이 벌어졌다. 성평등이나 성적 지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교단이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이유였다. 제7문서는 시대에 따른 기장 총회의 선교 방향과 주제를 담은 문서다. 

기장 총회 임원회는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총회 임원이 여러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정리"했다며 제7문서 수정안을 보고했다. 수정안 전문前文 중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펼쳐지는 오늘의 세상은 세속화, 세계화, 탈이념화, 다문화, 다종교, 다인종 중심의 다변화, 성평등, 디지털 혁명, 불확실성, 역사의 종말, 불평등, 이주민과 난민의 발생, 기후 위기 등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라는 문장에서 '성평등'이라는 표현을 빼고, 이후에 '또한 성적인 쟁점이 공동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는 구절을 추가했다.

또한 '의제 3. 차별 없는 사랑의 교회 공동체 5) 그 외의 차별'에서도 "소수자 범주는 다양한데, 우리 사회에서는 인종, 국적, 지역, 출신, 종교, 학벌, 연령, 성별, 결혼, 성적 지향, 장애 등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라는 문장 중 '성적 지향' 표현을 빼고 뒷 부분에 '또한 성적인 쟁점 가운데서도 차별의 문제가 게재되어 있다'라는 구절을 더했다. 수정한 두 부분에 모두 '108회 총회에서 '성평등', '성적 지향'이라는 단어가 논쟁이 되어 '성적인 쟁점'이라는 용어로 바꿨다'라는 각주가 달렸다. 

108회 총회에서 논란이 된 '성평등', '성적 지향' 용어는 '성적인 쟁점' 등 문구로 수정됐다. 기장 실행위원회 보고서 갈무리
108회 총회에서 논란이 된 '성평등', '성적 지향' 용어는 '성적인 쟁점' 등 문구로 수정됐다. 해당 용어들은 각주로 남게 됐다. 기장 실행위원회 보고서 갈무리

서기 정건영 목사의 보고가 끝나자, 한 장로는 임원회가 추가한 구절을 아예 빼자고 주장했다. 그는 "(제7문서에) 용어가 들어 있지 않다고 해서 차별하지 않는다. 성경에 '차별'이라는 말은 8번밖에 안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다만 분별할 뿐이다. 성경에서 분별하라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장로의 말에 일부 실행위원들은 동의·재청한다고 외쳤다.

반면 임원회가 추가한 구절대로 받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기백 목사(성문교회)는 "성경에 '디지털'이라는 말이 있느냐, '기후 위기'라는 말이 있느냐. '성경에 있는가 없는가'의 관점으로만 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논의할 수 없다. 이 내용은 찬성·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선하게 바꿀 것인가를 제기한 것이다. '성적인 쟁점이 공동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문구는 지금 이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행위원들은 임원회가 추가한 문구의 적절성과 회의 진행 절차를 두고 수십 분간 논쟁을 이어갔다. 전상건 총회장은 "(임원회가 추가한 구절을 삭제하자는) 개의안이 나왔으니 찬성·반대를 묻겠다"며 거수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83명 중 찬성표는 28표로 과반을 넘지 못해, 제7문서는 임원회가 보고한 기존 안대로 통과됐다. 

제7문서 작성에 참여한 이상철 목사(크리스챤아카데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회 결의 이후, 제7문서 작성 소위원회가 총회 임원회에 수정안을 제안했고, 이를 총회 임원회가 받아들였다. 총회에서 '성평등', '성적 지향'이라는 용어를 수정하도록 결의한 것은 아쉽지만, 임원회의 수정안은 교단이 이 문제를 앞으로 계속 논의해 나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든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성평등'과 '성적 지향' 용어를 각주에 명시해 역사화·현재화했다는 점이다. 세계교회협의회에서도 성소수자와 관련된 표현은 아직 합의가 안 돼 있다. 절반의 실패이자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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