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선교에 관심이 있는 기장 젊은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회 선교에 관심이 있는 기장 젊은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는 매년 초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를 열어 교단 사회 선교의 방향을 논한다. 1월 29~30일 충남 보령시 한화리조트 대천파로스에서 열리는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에 앞서, 2040 목회자들이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총회 사회선교사들을 비롯해 사회 선교에 관심을 두거나 사회 선교를 하고 있는 젊은 목회자들이 하루 전날 저녁 시간에 모여 서로를 알아 가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것이다. '기장 사회 선교를 밈'이라는 주제로 열린 모임에는 총회 파송 사회선교사 9명을 비롯해 2040 목회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기장은 교단 차원에서 사회선교사 제도를 두고 2018년부터 사회선교사를 선발해 왔지만, 사회 선교에 대한 교단 내 교회들의 인식과 사회 선교를 꿈꾸고 실행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기장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 선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없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젊은 목회자들이 사회 선교 정책 협의회를 맞아 서로를 확인하고 격려하는 모임을 마련한 것이다. 

광주에서 평화 사역을 하는 사회선교사 박민영 준목의 인도로 서클 대화 모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둥그렇게 앉아 간단한 자기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회 선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농부로 살며 지역 어린이들에게 생태 교육을 하는 사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바라지선교센터에서 일하는 사람, 해안가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는 사람,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결식 아동과 노인들을 돌보는 사람 등 참가자들은 곳곳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들은 박민영 준목의 인도에 따라 소그룹으로 나뉘어 △기장 사회 선교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과제 △그 과제가 실현되기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 등을 나눴다.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사회 선교를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를 제도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 선교 사역을 교회들에 알리고 교단에 헌의를 계속하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소그룹 5개로 나뉘어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들. 뉴스앤조이 구권효
소그룹 5개로 나뉘어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회 선교 운동 진영의 세대 갈등
소통의 단절 극복할 실마리는?

다음 날 29일 오전에는 성소수자와 장애인 인권을 위한 '무지개센터'를 운영하는 사회선교사 황용연 목사가 '기독교 운동의 균열 양상에 대한 소고'를 발제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일련의 사태로 한국 사회 진보 진영이 분열하면서, 에큐메니컬 진영과 사회참여 복음주의 진영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성세대와 양당 체제에 지쳐 새로운 길을 원하는 아래 세대가 갈등하는 양상을 띠었다. 

에큐메니컬 운동 진영의 균열은 지난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인선 과정에서도 두드러졌다. 김종생 총무가 명성교회와 연관된 조직에서 오랜 기간 일해 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가 총무 후보가 되자 에큐메니컬 진영 젊은 활동가들은 성명서를 내고 피켓 시위를 벌이며 반대했다. 이때 교회협 총무 선출 투표권이 있었던, 기장에서 존경받는 선배 목회자 이훈삼 목사가 김종생 총무에게 찬성표를 던진 이유를 소셜미디어에 게재했고, 황용연 목사가 <에큐메니안>에 이 목사를 반박하는 글을 올리면서 지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회 사회선교사 황용연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총회 사회선교사 황용연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황용연 목사는 이와 같은 갈등의 양상을 제시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왜 이런 일이 두드러졌는지 분석했다. 그는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보수 진영 대 진보 진영'이라는 '총력전'을 통해 사회의식을 정립한 사람들과, 민주화 이후 각종 소수자 이슈 운동을 통해 사회의식을 정립한 사람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났다고 봤다. 박근혜 탄핵 시점까지는 별 문제없이 공존할 수 있었다. '적폐와 그 반대편'이라는 갈등 구조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진보 진영 내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적폐의 반대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두 그룹의 갈등을 심화했다. 황 목사는 이제 에큐메니컬 진영 장년 그룹과 청년 그룹의 언어가 달라 소통의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언어의 단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앞으로의 고민 지점"이라며 "그 실마리는 단절된 언어들 사이의 절충에 있다기보다는, 현재의 고민을 갱신하는 다른 언어의 구축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다른 언어의 구축은 일단 이슈 중심적 운동과 그 운동에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는 과정에서 얻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교회협의 위기로 대변되는 전반적으로 침체된 에큐메니컬 운동 판에서, 자생적인 활력을 띠는 옥바라지선교센터 같은 곳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목사의 발제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황 목사의 발제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황용연 목사의 발제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로 민주화 운동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중년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어떤 갈등이 있다는 건지, 어떤 언어를 구축하자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전체 운동'과 '부분 운동' 사이의 갈등은 예전에도 있지 않았나", "우리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지 않은가", "우리는 일반적인 사회운동과 다른 기독교 운동,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기 때문에 결국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발제 내용에 공감하는 의견도 나왔다. 총회 사회선교사 오세열 목사는 "나는 제주에 살면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투쟁에 참여해 왔다. 강정마을에 모인 사람들은 출신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지만, 현장에 오래 있다 보니 어느새 공통의 언어가 생기더라. 이것이 기장의 사회 선교가 지향하는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향과 경험이 다르더라도 현장에 충실하면 공통의 언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원 목사(여름교회)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함'이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운동의 방향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박원순 성희롱 사건'을 언급하며 "청년들은 어떤 자리에서 박원순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같은 말이라도 각자 느끼는 정도가 다른데, 최소한 '안전'이라는 말에서는 우리가 비슷한 감수성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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