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1월 25일, 성직자가 신도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종교 단체 내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진 출처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1월 25일, 성직자가 신도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종교 단체 내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진 출처 헌법재판소

[뉴스앤조이-최승현 편집국장] 목회자가 예배 시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선거운동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1월 25일, 서울 송파구 ㄱ교회 이 아무개 목사와 광주 ㅇ교회 박 아무개 목사가 낸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 위헌 소원에서 참여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두 목사는 지난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예배 시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노골적 발언으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개척교회를 담임하는 이 목사는 2020년 총선을 보름 앞둔 3월 말, 설교 중 "여러분, 2번, 황교안 장로 당입니다. 2번 찍으시고"라는 등의 발언으로 미래통합당과 기독자유통일당 지지를 호소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광주 서구 대형 교회 담임인 박 목사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이재명 선거 공약을 믿으면 멍청한 것들", "민주당이 되면 우리는 끝난다. 감옥에 가고 다 죽을 것"이라는 발언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7월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두 목사의 처벌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목사는 이 규정이 정치적 표현의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과 로고스를 선임해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1월 25일 선고에서 "성직자는 종교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 지도자로도 대우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을 기초로 공직 선거에서 특정 인물·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 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크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규정이 종교 활동과 종교 단체 내에서의 친교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두 목사의 주장에 대해 "타당하지 않은 우려"라고 일축했다. 목회자의 직무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히 친분에 기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상관없고,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사표시, 명절 등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 등은 애당초 선거운동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디어의 발달 등으로 목회자의 정치적 표현이 교인들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었다. 목회자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 이들의 정치적 표현의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교회 내에서의 목회자의 지위와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고 봤다. 종교 단체가 공통된 종교적 신념을 기초로 빈번하게 집회·교육 등의 활동을 수행하며 상호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이 합헌 결정을 받으면서, 다가오는 22대 총선 등 각종 선거를 앞두고 목회자들이 예배 중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행위는 계속해서 제한을 받는다. 공직선거법은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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