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11/28)에 후원회원 한 분을 만나 뵈었어요. 장애 아동을 돕는 복지 재단에서 고액 기부 담당자로 일하시는 분인데요. 10년 가까운 경력의 모금 분야 전문가로, 정기 후원자 수가 <뉴스앤조이> 70~80배인 큰 규모의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라, 후원과 모금에 대해 고견을 듣고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모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이었습니다. 고액 기부 담당자셔서 일대일로 후원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후원자가 종사하는 분야의 관련 자료를 학습하며 관계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신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후원자와 대면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후원자의 원함이 어디 있는지 살피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아낌없이 조언을 나누어 주셨는데요. 모금 철학과 노하우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하시는 일을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가치 있게 여기며 더 잘하고자 애쓰시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인상 깊었습니다. 내년에는 저희도 좀 더 적극적으로 모금에 힘을 모아 보려 하는데요. 저희가 하는 일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후원자님과 같이 걸어가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느덧 2023년도 12월 한 달만을 남겨 두고 있네요! 아쉬움 없이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시길 소망합니다.

사역기획국 세향

담임목사 성폭력 때문에 두 쪽 난 교회

서울 서초구에 있는 ㅊ교회가 담임목사의 성폭력으로 분규를 겪고 있습니다. 배 아무개 담임목사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사람은 총 3명. 올해 1월 시작돼 어느덧 2023년 한 해를 분쟁으로 보냈습니다. 300명 정도가 모이던 교회는 본당에서 배 목사와 함께 예배 중인 소수의 교인과, 1층 카페에서 별도로 예배하는 다수의 교인으로 나뉘었습니다.

ㅊ교회 사건은 여느 분쟁 교회들이 겪었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 담임목사 잘못 인정 → 미흡한 사과와 불충분한 후속 조처 → 담임목사 지지·반대파 양분의 흐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입니다.

갑자기 사라진 집사

· 올해 초, 교회를 열심히 섬기던 집사 A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후에 알려지기로는, A가 담임목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사가 갑자기 찾아와 '단둘'이 심방을 했고, 헤어질 때쯤 "라면 끓여 주는 것 아니었냐?"고 말했다는 겁니다.
· A는 충격을 받고 교회를 떠났습니다. 소문은 곧 교회 중직들에게 퍼졌습니다. 장로들은 담임목사를 찾아가 사실관계를 따졌습니다.
· 장로들은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1개월 이상 자숙'이라는 초안이 나왔습니다.
· 그러나 담임목사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1개월 이상 자숙'은 '1개월 안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목회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최소 1개월 이상 자숙하라는 의미였는데, 담임목사가 '한 달만 쉬고 나오면 되느냐'는 식으로 나오자, 장로들은 목사에게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 분규가 시작됐습니다. 담임목사는 교인들에게 잘못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성희롱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목사의 말을 믿고 지지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교회는 두 쪽이 났습니다.

새로운 피해자 등장

·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목사를 보며, ㅊ교회에서 사역했던 전직 전도사들이 추가 피해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B는 담임목사가 자신을 목양실에서 끌어안고 "너랑 키스하면 어떤 느낌일까?"라고 묻는 등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C 역시 담임목사가 "지금 아내가 없다"며 단둘이 저녁을 먹자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 추가 피해자의 등장에 교회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직접적으로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B는 피해 이후 온몸에 피부 질환을 앓는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현재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일부 교인은 B가 담임목사를 음해한다며 2차 가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 새로운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교인들은 '절대 믿음'과 '절대 순종'을 강조하던 '복음주의자' 담임목사의 모습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상습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교인들은 담임목사를 교단에 고발했고, 피해자 B는 경찰에 직접 고소했습니다.
· <뉴스앤조이>는 ㅊ교회를 찾아 목사 입장을 직접 들으려 했지만, 목사에게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부목사와 교인들이 "우리 교회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기자를 막아섰습니다.

'성범죄 기소' 미뤄 온 교단

· 혼란스러운 교회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교단이 빠르게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ㅊ교회 교인들은 교단이 기소를 차일피일 미뤄 왔다고 의심합니다.
· ㅊ교회가 소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심사를 45일(30일에 최대 15일 연장 가능) 이내에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남연회 심사위원회(김수경 위원장)는 9월 7일 사건 접수 후 두 달이 지난 11월 중순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 교인들이 '조속한 기소'를 바랐던 이유는, 기소가 결정되면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입니다. 교회 분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담임목사가 교회 업무에서 손을 빨리 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기소가 미뤄지자 심사위원회가 배 목사에게 시간을 벌어 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습니다.
·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자, 심사위원회는 11월 17일 피해자 B에 대한 혐의만 인정해 기소했습니다. 사건 접수 72일 만입니다.
· 사태 발생 11개월 만에 담임목사의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교인들은 때가 너무 늦었다고 토로합니다. 교인들은 지금이라도 교단이 직무대행자를 잘 선임해 교회 혼란을 수습하고, 배 목사에게는 합당한 처벌과 제재를 내려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편집국 승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