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정 전횡 의혹이 있는 ㅊ교회 서 아무개 목사가 노회로부터 '정직 1년'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노회는 재정 유용 의혹을 확인할 권한이 없다면서 "회의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게 문제다. 문제를 삼으니 문제가 된 것"이라고 서 목사를 두둔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 재정 전횡 의혹이 있는 ㅊ교회 서 아무개 목사가 노회로부터 '정직 1년'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노회는 재정 유용 의혹을 확인할 권한이 없다면서 "회의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게 문제다. 문제를 삼으니 문제가 된 것"이라고 서 목사를 두둔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 헌금을 임의로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서울 성북구 ㅊ교회 서 아무개 목사가 소속 노회에서 정직 1년 처벌을 받았다. 교인들은 서 목사의 재정 전횡을 문제 삼았지만, 노회 측은 엉뚱하게도 '회의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다.

<뉴스앤조이>는 올해 5월 서 목사가 교회 재정 3억 4000만 원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교인들 동의 없이 서 목사 부부 앞으로 된 보험을 들거나, 교회 재정으로 개인 명의 부동산을 구입한 정황 등도 함께 다뤘다. ㅊ교회는 당회나 공동의회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매년 재정 보고도 형식적으로 해 왔다. 담임목사 재정 전횡으로 시끄러워지자, 노회는 재판국을 구성해 조사를 벌여 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배광식 총회장) 남서울노회(심수명 노회장) 재판국은 10월 24일 ㅊ교회를 찾아가 서 목사에게 정직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국장 최병욱 목사(대원교회)는 정작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된 재정 전횡은 문제 삼지 않았다. 최 목사는 교인들에게 "서 목사가 특별한 잘못이 있어서 징계를 받았나? 아니다. 회의록을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아서다. 평상시라면 아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 생기니까(삼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다. 모든 것이 은혜로 볼 때는 아무 문제가 안 된다. 계좌 추적이나 통장 조회 권한이 없으므로 (재정 전횡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고 말했다.

노회 재판국은 서 목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서 목사를 치리해 달라고 한 문 아무개 시무장로와 신 아무개 은퇴장로에게도 각각 '견책 및 기도 중지'와 '무기한 정직' 판결을 내렸다. 장로들이 교회 문제를 교회 안에서 해결하지 않고 언론에 제보하고 사회 법에 고소했다는 이유였다.

노회 재판국은 이 같은 내용을 교인들에게 전하면서 교회 밖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 최병욱 목사는 "이런 내용들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교회가 세워지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이제 더 이상 돌출 행동이나 개인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교회에 관심 있는 분들이 왜 목사님이 안 보이느냐고 물어보면 '재판에서 징계를 받아서 못 나온다'는 얘기는 하지 마라. 누워서 침 뱉기다. 전도의 문을 가로막는 것이다. 혹시 누가 묻거든 몸이 불편해서 잠시 시골에 가 있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올해 9월 교회 사택 명의를 자신 앞으로 바꿨다. 교인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노회 재판국도 판결문에 "등본을 열람한 결과 ㅊ교회 소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썼다. 등기부 등본 갈무리 
서 목사는 올해 9월 교회 사택 명의를 자신 앞으로 바꿨다. 교인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노회 재판국도 판결문에 "등본을 열람한 결과 ㅊ교회 소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썼다. 등기부 등본 갈무리 

ㅊ교회 교인들은 노회 재판국이 조사를 부실하게 한 것도 모자라 입막음까지 했다며 반발했다. 교인들은 이미 확보한 일부 통장 입출금 내역만 봐도 서 목사가 재정을 임의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판결문 내용도 문제 삼았다. 판결문에는 "본 재판국은 피고가 사택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 등기부 등본을 열람한 결과, ㅊ교회 소유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원고나 피고 측에서 제출한 증거서류 중에도 피고가 현재 거주 중인 사택이 피고 소유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했다.

실제 기자가 해당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 보니, 이 아파트는 판결 한 달 전인 9월 29일 서 목사의 소유권 이전 접수를 받아 소유권자가 ㅊ교회에서 서 목사로 넘어가 있었다. 서 목사는 등기 사유를 '증여'라고 신고했다. 노회 재판을 받는 도중 교인들 모르게 교회 사택을 개인 명의로 변경했는데, 재판국은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어떤 조사 과정을 거쳐 판결을 내렸는지 묻기 위해 재판국장 최병욱 목사와 임시당회장 이민희 목사(흥왕교회)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이들은 취재를 거부했다. 최 목사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공식적으로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재판국 서기이기도 한 이 목사는 "나한테 왜 전화했는지 납득이 안 간다. (물어보는 내용을) 잘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재판국이 교인들에게 재판 내용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했느냐고 묻자, 그는 "근거 없는 이야기 하지 말라"고 말했다.

기자는 당사자 입장을 듣기 위해서 서 목사에게도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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