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뉴스앤조이>는 지난해 11월 '거룩한 범죄자들' 기획을  통해 성범죄 목회자의 실태를 고발했다. 보도 후 1년이 지난 지금(10월 31일 기준)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목회자는 27명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7명 중 23명으로, 실형 14명, 집행유예 8명, 선고유예 1명이다. 

징역 5년 이상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8명이었는데, 대개 정통 교리에서 벗어난 신앙관을 설파하거나,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주입하며 교인들을 세뇌해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였다. JMS(기독교복음선교회·섭리) 소속 강도사로 다수의 여성 피해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이 아무개 씨(징역 6년) 같은 사례도 있지만, 자신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볼 수 있다거나 피해자에게 '영적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세뇌한 기성 교단 목사들도 있었다.

살인 사건도 있었다. 전북 익산에서 소속 교단 없이 목사를 자처하며 아파트에서 교회를 해 온 방 아무개 목사는, 70대 동창생을 강제추행하려다 폭행해 피해자를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유기했다. 수사 과정에서 다른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여죄도 드러나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세간에 '익산 미륵산 살인 사건'으로 알려졌다.

소속 교단 확인된 14명…징계는 3건

<뉴스앤조이>는 최근 1년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목회자 27명 중 1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가해자가 소속한 교단들의 치리 여부를 취재한 결과, 징계는 3건에 불과했다. 징계 절차를 밟고 있거나 징계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경우는 3건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 소속 손 아무개 목사는 지난해 노회에서 제명됐다. 그는 2014년 '성령 치료'를 해 주겠다며 교회 여성 청소년을 다른 목회자에게 데려갔다. 그가 말한 '성령 치료'란 멘소래담 등을 온몸에 바르며 기도해 주는 행위였다. 손 목사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옷을 벗고 눕도록 도운 '강제추행 방조'로 기소됐고, '성령 치료' 행위를 한 타 교단 소속 김 아무개 목사는 강제추행으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1심에서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손 목사가 소속했던 노회장은 "원래 그전에도 사건이 있어서 한 번 (손 목사를) 면직한 적 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해서 (직분을) 회복시켜 줬는데, 또 이런 것이다. 그 당시 또 문제를 일으키면 자동으로 면직하기로 했기 때문에 구속되기 전 미리 치리했다. 멘소래담을 바르면서 성령 치료라고 하는 목사가 어딨느냐"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황동노회 소속 고 아무개 목사는 경기도 광명시 ㅅ교회 담임목사로 재임하던 중, 찬양 사역자를 추행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노회에서도 공론화됐다. 당시 노회 재판국원이었던 목사는 "피해자가 공적 자리에서 가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다. 그래서 당사자(고 목사)가 노회 석상에서 발언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보기에는 변명으로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회 임원들은 2020년 치리가 이뤄졌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징계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 목사는 지금도 목회를 하고 있다. 노회 관계자는 "ㅅ교회는 현재 본 교회를 비롯해 고 목사가 개척한 교회, 또 전 부교역자가 개척한 교회 등 3곳으로 나뉘었다"고 말했다. 

징계를 하긴 했지만 피해자가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기동영광교회를 담임하던 권병기 목사는 '영적 체험'을 핑계로 피해자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뉴스앤조이>를 비롯해 여러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하고 논란이 일자, 그가 최근에 속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호헌 총회는 그를 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명 이후에도 교단 홈페이지에 사진이 남아 있는 등 의문점이 남았다. 피해자는 교단이 제명 외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꼬리 자르기'라고 의심했다.

올해 10월 예장통합 경북노회가 열리는 남덕교회 앞에서 지역 활동가들이 성추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 아무개 목사를 제명하라고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북노회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진 제공 김승무
올해 10월 예장통합 경북노회가 열리는 남덕교회 앞에서 지역 활동가들이 성추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 아무개 목사를 제명하라고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북노회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진 제공 김승무

현재 성범죄 목회자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고 있거나 밟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례는 세 건에 불과하다. 전부 자체적으로 사건을 파악한 경우는 아니었다. <뉴스앤조이>가 11월 초 보도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중부연회 소속 김 아무개 목사는 올해 9월 강제추행죄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됐는데, 감리회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김 목사는 10월 말 열린 입법의회에 중부연회 목회자 대표 중 한 명으로 참석하기까지 했다. 감리회 성폭력대책위원회는 11월 22일 중부연회에 김 목사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김 아무개 목사는 대구에서 오랜 시간 이주민·빈민 선교를 해 오며 명성을 쌓아 왔지만,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추행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의식 총회장) 경북노회는 올 가을 노회 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징계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지역 활동가와 목회자들은 김 목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경북노회에 김 목사의 치리를 강하게 요구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김승무 상임대표는 "지역 시민사회 인사들이 노회 앞에서 피켓 시위까지 했다"고 말했다. 경북노회 임원인 한 목사는 "이번 가을 노회 때 이 문제가 접수돼 논의했고, 조사위원회를 거쳐 기소·재판 등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인을 성추행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의정부 ㅅ교회 박 아무개 목사도 마찬가지다. <뉴스앤조이>는 그가 속한 예장합동 황해노회에 사실관계를 물었으나 "알지 못한다"는 답이 돌왔다. 며칠 후 노회 한 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개인적 사정으로 목회를 그만둔다고 해서 주변 노회 목회자들이 식사도 하고 격려해서 떠나보냈는데, 이런 일이 있는지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판결문을 입수한 후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감싸고도는 교단 
"범죄 알지만 신뢰"
"억울한 상황 있을 수 있다"

범죄 사실을 알고도 징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국과 한국 의정부에서 활동하며, 교회에 다니던 친자매를 '신앙적 아내'라고 세뇌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ㅇ교회 김 아무개 목사. ㅇ교회는 독립침례교회라 소속 교단이 없다. 교회는 범행 사실을 인지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후임 이 아무개 목사는 김 목사에 대한 징계나 후속 조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답을 피했다. 피해 교인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 목사는 김 목사를 추종하고 교인들을 쫓아냈다"고 적혀 있는데, 이 목사는 이 말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 사람이 살면 누구나 다 도마 위에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의 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엄 아무개 목사는 성범죄 이후 목회지를 전남 여수에서 고흥으로 옮겼다. 예장합동 목회자인 그는 여수노회에서 고흥보성노회로 소속을 바꿨다.

여수노회는 엄 목사가 무슨 문제가 있어 교회를 옮긴지 몰랐으나, 엄 목사를 받아 준 고흥보성노회는 범죄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 <뉴스앤조이>와 통화했던 전 노회장 김 아무개 목사는 "사건에 대해서 알았지만 엄 목사를 신뢰해 노회로 데려왔다. 얼마 안 돼 자진 사임했고, 구속된 줄은 몰랐다. 징계를 논의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판결이 확정된 후, <뉴스앤조이>는 현 노회장에게 다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판결문을 보고 나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공동체를 구성해 청소년 10여 명과 함께 살던 배 아무개 목사는 강간 등의 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청소년들에게 '아빠'로 불리며 이들을 적극 보살피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중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교단에서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배 목사 범행 당시 노회장이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노 아무개 목사는, 1년 전 취재 당시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항소심 결과를 알려 주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이 확정된 후 1년 만에 노 목사와 다시 통화했다. 그는 "배 목사와 함께 살던 다른 아이들은 배 목사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더라. 법도 중요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이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까지 보려 한다. 노회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이 세계교회협의회(WCC)를 옹호한다며 교단을 탈퇴한 후 새로운 교단을 세운 오 아무개 목사도 성범죄를 저질렀다. 평소 청교도와 개혁주의 신학 등을 강조하며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해 온 오 목사는, 2020년 안수기도를 빙자한 성추행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법원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부과했지만, 오 목사는 현재 목회 일선에 복귀했다. 매주 예배 설교를 하고 이를 교회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고 있다.

오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여러 가지로 지금 어렵고 힘든 상황이니 그만 놔 달라"고 말했다. 평소 청교도·개혁주의를 강조한 만큼 스스로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개혁주의고 뭐고 다 버렸다. 목회를 계속할지 안 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그냥 놔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반복되는 목회자 성폭력 범죄 및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올해 총회에서 반복되는 목회자의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범죄 전력 조회' 의무화를 결의했다. 현행법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지만, 헌법위원회에서 실효성을 살리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총회 회의안 갈무리 

대부분 교단은 소속 목회자가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구속되는 경우가 아니면 얼마든지 범죄 내용을 숨기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27명 중 3명이 신학생이다. 만일 이들이 범죄 이력을 숨기고 목사 안수를 받으려 한다면, 현재와 같은 교단 시스템에서는 범죄 이력을 알 방법이 없다. 

이러한 사례들은 목회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조회 및 취업 제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예장합동 소속 한 노회장은 "노회에서 범죄 경력 같은 걸 조회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권한이 없어서 어떻게 하지를 못한다. 솔직히 말해 부교역자 뽑을 때,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지 않나. 나만 해도 전에 있던 부목사가 다른 교회에서 목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교회에 전화해서 (부목사의 성범죄) 사실을 알려 줬다. 지금은 이렇게 개인적으로 알려 주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목회자 23명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사건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여기에는 징역 7년을 선고받은 화성 ㅈ교회 한 아무개 목사 사건 등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사건을 비롯해 교인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서울 ㄱ교회 채 아무개 목사, 추악한 성폭력 행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징역 30년을 구형받은 정명석 등의 사건도 포함돼 있다. <뉴스앤조이>는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위해 매년 '거룩한 범죄자들' 현황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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