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교단 총회를 앞두고 교단별 성폭력·여성 관련 안건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올해 주요 교단 총회를 앞두고 교단별 성폭력·여성 관련 안건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방인성·박유미)가 9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 이제에서 간담회를 열고, 주요 교단 총회에 상정된 성폭력 및 여성 관련 정책을 살폈다.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총무), 임선미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평양노회 양성평등위원장), 안수경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총무), 전 총신대학교 강사 박유미 공동대표(기반센)가 각각 자신이 속한 교단 상황을 발제했다. 

9월 19~21일 열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제108회 총회에서는 정치부가 상정한 '여성 총대 10% 의무 할당제' 시행안을 다룰 예정이다. 예장통합은 노회별로 여성 총대를 1인 이상 선출하는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이다. 108회 총회 여성 총대는 1500명 중 41명(2.7%)에 불과하다.

이번 회기 총회 임원회는 작년 107회 총회에서 수임된 "여성 총대 할당제를 의무화하고, 총대 20인 이상 노회로부터 여성 목사 총대 1명, 여성 장로 총대 1명을 파송해 달라"는 안건에 "허락하되 노회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권고한다"며, 여성 총대 할당제를 또 권고 사항으로 결정했다. 이 또한 이번 총회에서 다뤄진다.

예장통합 총회는 2017년 임원회 산하에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라는 자문위원회를 신설했다.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는 2021년 '교회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등 활동했지만, 2022년 초 사라졌다. 자문위원회는 총회 임원회가 임의로 설치하는 임시 기구인 탓이다. 임선미 목사는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 활동이 중단돼 각 노회가 간헐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노회와 교회가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가 다시 부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누군가를 억압하는 가부장적 구조에서 벗어나 동등한 파트너십을 인정하고 성평등한 문화와 의식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예장통합 교인 중 여성이 60%가 넘는다. 이들의 목소리가 총회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예장통합이 가야 할 길은 참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월 19~21일 열리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도 여성 총대 비율을 높이기 위한 안건이 상정됐다. 기장은 총대 10명 이상 노회에서 여성 목사·장로 총대 각 1인을 파송하도록 하는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총회 양성평등위원회는 한 발 더 나아가, 각 노회 총대 수에 따라 차등해서 여성 총대를 파송하도록 하는 안건을 헌의했다. △10명 미만 노회에서는 목사 또는 장로 중 1인 이상 △10명 이상 노회에서는 목사·장로 1인 이상 △20명 이상 노회에서는 목사·장로 2인 이상 △30명 이상 노회에서는 목사·장로 3인 이상 △40명 이상 노회에서는 목사·장로 4인 이상 파송하는 것이다. 

안수경 목사는 "여성 할당제를 의무화해도 몇 년간 여성 총대 비율이 1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5%정도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목사 후보생·수련생이 되거나 목사 고시를 응시할 때, 담임목사로 청빙될 때 성범죄 경력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안건도 헌의했다. 한편, 3년 기한의 특별위원회인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존속하도록 하는 안건도 올라왔다. 

교단 총회에서는 수많은 안건이 다뤄지지만 정작 성폭력과 여성 관련 안건은 거의 없거나 별다른 논의 없이 기각된다. 총회에서 의결권을 갖는 총대 중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단 총회에서는 수많은 안건이 다뤄지지만 정작 성폭력과 여성 관련 안건은 거의 없거나 별다른 논의 없이 기각된다. 총회에서 의결권을 갖는 총대 중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9월 18~22일 열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제108회 총회에는 여성 안수를 도입해 달라는 헌의안이 올라와 있다. 교단 내 유일한 여성 관련 위원회인 여성사역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들에게 강도권을 허용해 달라고 헌의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해 수임 안건인 '교회 성 윤리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채택할지 논의한다. 이 매뉴얼은 당초 '교회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이라는 제목이었지만, 일부 위원들이 용어 사용에 부담을 느껴 '성 윤리'로 변경됐다. 매뉴얼은 24쪽 분량으로, 교회 성폭력 발생 시 교회·노회·총회별 대응 방안 및 성폭력을 저지른 목회자를 직무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뉴얼은 예장통합 '교회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참고해 제작됐다. 

박유미 대표는 매뉴얼이 이제라도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성폭력을 개인 윤리 문제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 윤리'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를 사용한 것에서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근절하여 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성폭력을 심각한 범죄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이나 태도 문제로 생각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예장합동이 성범죄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성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인상을 주어 매뉴얼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는 올해 10월 25일 열리는 입법의회를 앞두고 '성폭력전담재판위원회'를 신설하는 재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감독(회장) 추천 법조인 4인, 성폭력대책위원회 추천 3인으로 구성(한 성이 60%를 넘을 수 없음) △심사·재판위원의 교회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의무화 △신뢰 관계인 동석 △피해자 보호 및 비밀 유지 등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을 고소할 때 기탁금을 면제하고, 징역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성폭력 가해 교역자는 복권할 수 없도록 하는 안도 발의했다. 최소영 목사는 "만약 이 안건이 장정개정위원회에서 기각된다면, 여성들이 힘을 모아서 현장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반센 박신원 실장은 "성 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교회 내 성폭력 사건 해결이 공정하고 올바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매년 교단 총회에서 여성이나 교회 성폭력 안건은 시간상 문제로 그냥 넘어가거나, 중요한 이슈가 아닌 시혜의 대상처럼 부가적으로 다뤄진다"면서 "각 교단 총회에서 이 안건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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