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님 안녕하세요. 태풍이 지나가고 무더위가 한풀 꺾인 느낌이네요.

요즘은 일-육아-일-육아 패턴에 사로잡혀 있는데요. 6개월 된 딸이 자다 말고 깨서 새벽 기도를 하고, 먹은 걸 뱉고, 수시로 웁니다. 그래도 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합니다. 딸의 탄생 이후 오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요. 사람과 생명의 소중함도 깨닫고, 연이은 사건·사고 기사를 보며 가족을 잃는 이들의 아픔과 비극에 한층 더 공감하기도 합니다. '내새끼지상주의'가 수많은 교사의 삶을 앗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됩니다.

성장의 기쁨도 느낍니다. 뒤집기를 하고,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조금씩 옹알이를 하는 모습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성장의 기쁨이라고는 게임 캐릭터 '레벨 업'밖에 몰랐던 저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거죠. '이렇게 사랑스러우니 자녀에게 교회까지 물려주려는 걸까' 하는 직업병적 상상도 하게 되네요.

무엇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 한 편을 다시 봤는데요. 시즌 6 13화, 아버지 호머 심슨이 막내딸 매기를 위해 성실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인데요. "Do it for her" 문구를 벽에 붙이고 일하는 호머의 모습이 찡한 걸 보니, 진짜 아버지가 되었나 봅니다. 더 열심히 일해야겠네요. ㅎㅎ

편집국 승현

'치유·화해' 위해 명성교회서 총회 연다고?

'아니, 왜???' 명성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108회 총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문이 들었어요. 자숙하면서 몸을 낮춰도 모자랄 판에 성대한 행사를 치르겠다고 나선 걸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누가 이 일을 주도했나

· 알아보니 이번 작품(?)은 예장통합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가 주도했더라고요.
· 김 목사는 자타공인 대표 '친명성' 인사인데요. 누구를 위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치유와 화해를 위해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한다고 해요.
· 심지어 총회 임원회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는데, 김 목사는 총회 장소 선정 권한은 목사부총회장인 자신에게 있다며 밀어붙이고 있어요.

갈등 키우는 부총회장

· 현재 예장통합 교단 안에서는 총회 장소를 변경해 달라는 서명운동이 확산하고 있지만,
· 김의식 목사는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하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어요.
· 이렇다 보니 온갖 말이 나오고 있어요. '부총회장이 치적을 쌓으려고 한다', '총회 본부가 큰돈이 필요한데,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하는 대가로 돈을 끌어오려 한다', '명성교회에서 하는 김에 세습금지법을 없애거나 개정하려 한다' 등등.
· 당사자인 김의식 목사는 다른 이유는 없고 오로지 치유와 화해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에 동의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의구심만 커지고 있네요.

편집국 용필

싸움 난 한국교회 대표 출판사

무슨 일이야?

· 교회를 다니는 분이라면 성경책 하단에 찍힌 '대한기독교서회' 표기를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오랫동안 한국교회 찬송가 출판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해 온 곳이기도 한데요.
· 이 대한기독교서회가 최근 서진한 사장에 의해 사유화될 것이라는 주장 때문에 논란을 겪고 있습니다.
· 2014년 사장에 취임한 서 사장이 '상임이사제'를 도입해 정년 퇴임 이후에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상임이사제 도입은 막았지만

· 논란이 일자 이사회는 한 발 물러서 정관을 개정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 이후에 '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 대한기독교서회 이사회는 이 정보를 외부에 유출해 논란을 일으킨 사람으로 박만규 전무를 지목하고 업무 배제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 박 전무와 동조 내지는 그를 조종했다는 이유로 김영주 전 교회협 총무의 이사 자격도 박탈했고요.
·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책위원회가 결성돼, 그간 서진한 사장이 억대 연봉을 받고 경영을 방만하게 해 왔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싸움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 대한기독교서회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대한기독교서회가 기업이냐, 아니면 에큐메니컬 연합 기관이냐는 시각 차이에 있는 듯합니다.
· 대한기독교서회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해야 출판 불황 등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상임이사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는 거죠.
· 또한 대한기독교서회가 연합 기관화하면 교단별 정치 싸움만 거세질 뿐, 아무도 경영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 반면 대책위는 서진한 사장의 장기 집권을 위한 핑계일 뿐이라며, 교단들이 개방 이사 제도와 같은 대책을 마련하고 전문 경영인을 임명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당장 대책위는 서진한 사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130년 된 한국교회 문서 선교 연합 기관이 싸움에 시달리는 꼴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합니다. 경영 안정과 사유화 우려 사이에서 에큐메니컬 진영은 서회를 위한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편집국 승현

기독교인 친구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에 나올 만큼 성소수자를 극렬하게 배척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환대하지도 않는 기독교인들.'

·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잔혹사' 기획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고민이 들었어요.
· "동성애 독재"를 외치는 일부 극우 단체들이나 대형 교회 목사들이 아니라, 어쩌면 이들이 한국교회 다수가 아닐까 하고요.
· 그러던 중 다큐멘터리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의 개봉 소식을 듣게 됐어요.
· 알고 보니 이 영화, 보수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온 감독이 친구의 커밍아웃을 맞닥뜨리면서 흘러가는 이야기더라고요.
· 감독과 주인공은 포항의 모 기독교 대학에서 만난 사이라는데, 더욱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친구니까요."

· 실제 인터뷰에서 만난 서아현 감독도 위의 모습에 가까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친구 송강원 씨의 커밍아웃을 접하고 한국교회가 정죄하는 동성애가 "누군가에게는 존재가 걸린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요.
· 그렇다고 해도 성 정체성과 삶의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7년간 영화를 찍을 만큼 깊은 우정을 나눠 올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강원에게서 단호하고도 명쾌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 "그냥… 친구니까요."
· 순간 두 사람의 '다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던 제 시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 '동성애자', '이성애자'가 아니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삶을 나누는 것이 것이 친구이자, 환대하는 관계이겠죠.

한편 여전히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는 성 정체성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고, 설교 시간 혐오 발언을 들을까 봐 걱정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에게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강원의 이야기가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는 강원과 아현 같은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됐습니다. 서로를 다 알지 못하더라도 함께 기대어 살아가는 '퀴어'와 '프렌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퀴어 마이 프렌즈' 관람을 권합니다.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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