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임원회가 자존심이 없었을까. 왜냐하면 명성교회 말고도 총회를 열 수 있는 장소(교회)는 많이 있다. 화해와 일치를 이루고 싶으면 총회 장소를 재고해야 한다. 움켜쥐려는 걸 놓지 않으려다가 다른 게 깨질 수 있다. 그렇게 바라던 화해와 치유가 깨질 수 있다는 말이다."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99회기 총회장을 지낸 정영택 목사가 말했다. 8월 14일 <뉴스앤조이>와 만난 정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와 명성교회(김하나 목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교단이 다가오는 108회 정기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선정하는 과정에 총대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총회 임원회가) 명성교회에 '총회 장소 사용을 허락해 달라'고 청원했는데, 명성교회는 처음엔 '교회 사정상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임원회가 부탁을 하니까, 명성교회가 인심 쓰는 것처럼 허락했다. 뭐 하자는 건지 묻고 싶다. 총회가 명성교회에 무릎을 꿇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108회 총회가 명성교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은 총회 장소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통합 108회 총회가 명성교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은 총회 장소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통합은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명성교회에서 '주여, 치유하게 하소서'라는 주제로 108회 총회를 개최한다. 부자 세습 문제로 수년간 논란을 일으킨 명성교회에서 총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를 결정한 총회 임원회와 명성교회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108회 총회 개최 장소 변경'과 관련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8월 14일 성명에서 "많은 우려에도 김의식 부총회장과 총회 임원회가 명성교회 총회를 강행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총회를 추진하는 처사를 방관할 수 없다. 명성교회에서 굳이 총회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임원회는 왜 이를 강행하려는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8월 14일 시작한 총회 장소 변경 서명운동에는 이틀 만에 목회자 1046명이 동참했다.

앞서 예장통합 소속 대형 교회들도 명성교회 총회 개최를 반대하며 대신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 소망교회(김경진 목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는 지난 4월 28일 정기총회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총회 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8월 7일, 위 5개 교회와 더불어 천안중앙교회(신문수 목사), 청주 상당교회(안광복 목사)가 총회를 유치하겠다고 다시 한번 제안했다. 만일 여의치 않으면 총회를 장로회신학대학교(김운용 총장)에서 열고, 그에 따르는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총회 임원회는 명성교회 총회 개최를 고수하고 있다.

'영적 대각성 성회' 1만 명 참여 때문에?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교단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교단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명성교회 총회 개최 문제를 두고 총회 임원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친명성'으로 분류되는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김 목사는 교단의 치유·화해·용서·부흥을 위해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진행해야 하며, 관례에 따라 총회 장소 선정 권한은 목사부총회장인 자신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명성교회 총회 개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김의식 목사는 8월 10일 교단지 <한국기독공보>에 "108회 총회를 앞두고 '화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형들을 용서한 요셉처럼 더는 명성교회 문제로 싸우지 말고 화해하고 용서하자는 취지였다. 그는 "우리도 이번 제108회 총회를 통해 지난날의 상처로 인한 불화와 분열을 종식하고, '코로나19'로 인해서 침체된 우리 교회들이 이제는 과거의 크고 작은 미움과 증오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함께 일어나야 할 때이다. 우리의 힘을 함께하지 않고는 계속해서 엄습하는 외부의 자유주의, 세속주의, 인본주의, 사이비 이단들의 공격 앞에 적전 분열敵前 分裂을 할 뿐이고 이를 막아 낼 길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목사의 바람과 달리 명성교회와 총회 임원회를 향한 반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명성교회 잘못으로 오랫동안 총회가 분열과 아픔을 겪었는데, 일방적으로 화해·치유·용서를 하자고 부추기니 교단 민심이 들끓고 세습 반대 운동도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비판해 온 박은호 목사(정릉교회)는, 명성교회가 먼저 회개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부총회장이 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문제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15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치유·화해를 부정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러나 지금 (김의식) 부총회장이 말하는 건 근원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김의식 목사야말로) 하나님의 치유와 화해를 짓밟고 있다. 참으로 적반하장이다"라고 했다.

김의식 목사는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총회 둘째 날인 9월 20일 예정된 '영적 대각성 성회'를 들고 있다. 이 성회에는 총대 1500명을 포함 교인·신학생 등 1만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 목사는 "1만 명이 됐든 2만 명이 됐든 거기 모여 성회를 열어서 뭐 할 건가. 궁색함을 넘어 (총회를 열어야 할) 이유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108회 총대이기도 한 박은호 목사는 지금이라도 총회 장소를 바꾸는 게 순리라고 했다. 다만 박 목사는 "이미 권력의 힘과 맛을 아는 사람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명성교회 총회 개최를)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총회 저항운동이 일어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교회개혁평신도협의회 등 단체는 8월 13일 치유하는교회 앞에서 총회 장소 변경을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 등 단체는 8월 13일 치유하는교회 앞에서 총회 장소 변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명성교회 교인으로 부자 세습을 규탄해 온 정태윤 집사(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도 "온갖 분란을 일으키고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명성교회에서 1만 명이 모여 집회를 한다 한들 무슨 변화가 있겠나. (보여 주기식) 집회 전에 자신들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회개부터 해야 하는데 완전히 적반하장이다"라고 말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는 8월 13일 치유하는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명성교회 총회 장소를 철회하고 영락교회, 소망교회, 새문안교회, 온누리교회, 주안장로교회, 천안중앙교회, 청주 상당교회가 제안한 총회 장소 변경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4월 여러 교회가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에게 총회 장소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김 목사는 7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총회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명성교회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 "총회가 열리면 회무 처리하기도 바쁜데 1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누구를 위해 명성교회에 총회를 개최하는 건지, 이렇게 밀어붙인다고 해서 과연 치유가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기자는 명성교회 총회 개최 논란과 관련해 김의식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김 목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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