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번째 생일을 맞아 조금 다른 커밍아웃을 하려고 한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동성애자이다."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2014년 강원이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는 글을 올린다. 대학 시절 연극을 같이 하며 그와 친해진 아현은 혼란에 빠진다. 모태신앙으로 자라며 동성애는 죄라고 배웠는데, 친구로서 강원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강원이는 왜 커밍아웃을 한 걸까. 

8월 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아현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행히(?) 커밍아웃 이후에도 둘의 우정은 이어진다. 아현은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고, 이 여정은 무려 7년이나 계속된다. 한국·미국·독일 등지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미군, 댄서, 회사원 등 직업을 넘나들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강원과 그의 이야기를 성실하고도 집요하게 쫓아가는 아현. '퀴어 마이 프렌즈'는 동성애자 기독교인 강원의 삶과 그를 이해해 가는 이성애자 기독교인 아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성 정체성도 삶의 배경도 다른 강원과 아현의 세계가 겹쳐진다.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의 맏딸로 유수의 기독교 대학에 진학했지만, 아현의 삶은 안정적인 취업과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성소수자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는 말을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부모님에게 하지 못한 채 집안의 걱정거리가 되고, 동생의 결혼식에서 "부럽지 않느냐"는 친척의 말을 들으며 아현은 자신도 정상성에서 벗어나 있음을 깨닫는다. 한 사람의 삶을 성 정체성의 테두리에서만 바라볼 수 없고, 삶은 결코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도. 강원과 함께 처음 참여한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지옥에서 만나자. 지옥까지 같이 가 줄게."

'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 감독과 주인공 송강원 씨를 8월 10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퀴어 마이 프렌즈'가 '기독교 영화'는 아니라면서도, 영화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독교 청년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바람대로, 성소수자에 대한 '낯섦'을 넘어서고 싶거나, 신앙과 성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이들이 영화를 꼭 접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나면 후회는 안 할 거다. 이미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핫독스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꼭 봐야 할 영화'로 선정됐으니. 

다큐멘터리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 감독(사진 오른쪽)과 주인공 송강원 씨를 8월 10일 인터뷰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다큐멘터리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 감독(사진 오른쪽)과 주인공 송강원 씨를 8월 10일 인터뷰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두 분은 기독교 대학에서 만났다고요. 열성적인 신앙인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서아현 / 저는 전형적인 보수 기독교 집안의 K-장녀예요. 태어날 때부터 이미 기독교 문화나 환경 안에 있었고 그게 저의 주된 세계관을 구성했어요.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대형 교회에 다녔고, 고등학교 때는 예배팀 팀장도 할 만큼 성실하게 교회 생활을 했죠. 대학도 일부러 기독교 대학을 선택해서 갔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의 모든 친구나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대부분 기독교인이었고요. 

그런데 고등학교 무렵 제 세계관을 재정립하는 시기가 찾아왔어요.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면 당연히 복을 받는다는 기복신앙적인 논리대로 제 삶이나 세상이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사춘기가 오면서 청소년 제자 훈련이나 교육을 받을 때에도 제가 가진 질문이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의문이 많아졌고요. 신앙을 저버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성경에서 읽은 것과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하고, 사회에서 배우는 것과도 괴리가 있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어요. 

기독교 대학에 가서 가장 좋았던 건, 기독교 안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경험한 거였어요. 제가 2007년에 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때 총학생회가 대학교 중에서는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안에 반대 성명을 내는 일이 있었어요. 학생들 안에서 의견이 굉장히 분분했죠. 총학생회가 모든 학생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반대 성명을 내도 되느냐부터 시작해서,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까지 논쟁이 이어졌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기독교인이라고 하더라도 단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가졌던 의문들이 처음으로 가시화되는 순간이기도 했죠. 

송강원 / 저는 아현과 다르게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기독교를 아예 몰랐어요. 기독교 대학에 가게 된 것도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당시 학교의 문화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였죠. 본격적으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건 2010년 무렵 연극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였어요. 신앙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기보다는 동네에 있는 교회 목사님이 유학생을 잘 챙겨 주면서 사역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그분과 관계를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교회 커뮤니티에 속하게 됐죠. 

송강원 씨. 뉴스앤조이 나수진
송강원 씨. 뉴스앤조이 나수진

- 한국교회는 전반적으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잖아요. 강원 님은 미국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 그런 어려움은 없었나요. 

강원 / 전혀요. 저는 이게 어떻게 들릴지 걱정되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마치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라며 다른 사람의 경험을 지우게 될까 봐요. 그때는 제 안의 문제가 너무 커서 사회와 연결 지어 생각할 겨를이나 여유가 없었어요. 사실 제가 기독교 신앙 때문에 교회를 나갔다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같이 밥도 먹고 노래하는 그 공동체가 좋았고, 정신 차려 보니 교회였다고 말씀드리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담임목사님은 기독교가 종교가 아니라 위대한 스토리, 엄청난 러브 스토리라고 이야기하곤 했거든요. 함께 예배하는 한국계 유학생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저의 성 정체성을 받아줬고요. 만약 아현처럼 한국에서 모태신앙으로 자랐다면 교회에 대한 진입 장벽이 있었을 텐데, 아예 개념이 없었으니까 신앙이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독교 신앙과 저의 성 정체성이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거나 내재화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죠.

그래도 신앙이 깊어지고 성경을 보다 보니까 동성애와 신앙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시선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죠. 고민이 정점을 찍을 무렵, 시카고에서 열린 '게이 크리스천 네트워크(GCN)'에 혼자 찾아갔어요. 궁금하고 답답하니까, 명확한 답이나 계시를 원했던 것 같아요. 

당시 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독교인으로서 혼전 순결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과 반대 입장의 사람들이 정말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있었어요. 성소수자인데 혼전 순결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이런 게 있는 거예요. 너무 신기하고 충격적이었어요. 상대 파트너를 배려하면서도 신앙인으로서 자기가 지킬 수 있는 것을 기꺼이 약속하고 지켜 나가는 모습이 되게 아름다워 보였죠. 굳이 이야기하자면 양립 가능한 지점에서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이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마지막 날에는 참가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서로 자기 얘기를 했어요. 어떤 사람은 "우리 아들이 게이인데, 신앙 공동체 안에서 아들을 서포트하고 싶어서 온 가족이 다 컨퍼런스에 참여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20년 동안 다니던 교회에서 쫓겨나서 자살을 결심했는데 이 컨퍼런스에 온 뒤 다시 살고 싶어졌다"고 말했어요. 미국 개신교단 중에서도 보수적인 남침례회 소속 목사님 한 분은 게이 아들을 뒀다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는 엄청 우셨죠. 그런 모습을 보며 성소수자와 신앙이 양립 가능하다는 교리나 이론, 성경 구절을 찾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이미 존재하고, 이렇게나 고통받고, 모여서 살 힘을 얻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 거잖아요. '하나님이 이 장면을 보고 계신다면 정말 뜨거운 마음으로 보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돌아와서 혼자 정말 많이 울었어요. 

- 그러고 나서 영화에 등장하는 '하나님을 믿는 동성애자'라는 페이스북 글을 쓰신 거군요. 

강원 / 맞아요. 그때 제가 경험하고 마주한 걸 그냥 저의 경험으로만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그 글을 썼어요. '우리 모두 이렇게 존재하고 살아 있다. 고통스럽지만 신앙 안에서 길을 찾으며 포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요. 존재의 선언, 대자보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실 교회를 떠나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이 왜 그렇게 고통스러우면서도 하나님 옆에 붙어 있으려고 할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그게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니까. 하나님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못 놓는 거예요. 저도 그 시기에 그 대단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필요했고요. 

근데 최근에 그 글을 다시 보고, 영화로도 공개되니까 새삼 겁이 나더라고요. 한국에서 성소수자 기독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또 다른 지점이니까요. 그때로부터 10년이 흐르고, 한국에 돌아와 퀴어 문화 축제 같은 곳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겪으니까 제 안에 부정적인 경험들이 내재한 것 같아요. 과연 한국에서도 저렇게 얘기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2014년 강원은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다. 사진 제공 영화사 그램 
2014년 강원은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다. 사진 제공 영화사 그램 

- 아현 님께서는 강원 님의 커밍아웃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아현 / 강원의 커밍아웃 전에도 '동성애가 죄인가', '그럼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물론 교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동성애는 죄'라고 말해 왔기 때문에, 제 주변에 성소수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차원에서의 고민이었죠. 대학을 다닐 때 한창 성경 해석에 대한 책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성경에서 '남색을 금한다'고 하는데 남색이 우리가 말하는 동성애가 맞는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성서 해석 방법이 있는데 여전히 교회에서는 과거의 해석을 물고 늘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성경에서 말하는 것이 진리라고 하더라도, 교회가 성소수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성소수자가 죄인이니까 교회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모든 죄인에 대해서 같은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데 교회의 대응이 불일치한다고도 느꼈죠. 

예를 들어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교회에서 이혼이 죄라고 가르쳤어요.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 이혼이 죄라는 설교를 듣지 못했는데, 교회 안에서 이혼하신 분들이 다수가 되는 순간부터였죠.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이슈도 성경 진리의 문제라기보다 소수에 대한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신앙인이기에 성경이 가진 권위에 도전할 수 없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그렇게 신앙 안에서 헤매고 방황하던 시기에 강원의 커밍아웃을 접한 거예요. 제가 추상적으로 '죄다, 아니다'라고 생각하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존재가 걸린 문제라는 걸 처음 느꼈어요. 그리고 당연히 내 주변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성소수자가 얼마든지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러고 나서 어느 날 모교회에 오랜만에 가게 됐어요.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마가복음의 '알곡과 가라지'를 언급하시면서 "현대에 와서는 이 가라지가 동성애자입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전에 설교를 들었다면 그냥 익숙하게 느꼈을 거예요. 그때 예배를 드리다 주변을 둘러봤어요. '이 중에 혹시 내 친구같이 성소수자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으로 그 설교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아현 / 강원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다면 누구라도 한 편의 영화 같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영화가 이렇게 완성될 거라는 상상은 하지 못한 채 그냥 강원의 이야기가 재밌고, 강원이라는 사람이 좋고, 대화하는 게 즐거워서 '우리 대화를 기록해 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영화를 찍던 때가 제게는 되게 힘든 시기였거든요. 졸업은 했지만 직장에 취직을 한 것도 아니고 일이 전부 안 풀릴 때 강원이 주한 미군이 돼서 한국에 돌아왔어요. 카메라를 들고 강원을 쫓아다니면서 많이 기댔던 것 같아요. 

제가 느낀 울림을 다른 사람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저는 '세계관의 지진'이었다고 표현하곤 하는데요. 강원의 선언이 '내가 매여 있던 많은 틀에서 벗어나도 된다, 내가 그냥 내 존재를 인정하면 된다'라는 이야기로 저한테 다가왔거든요. 초반에는 제가 왜 그렇게 강원의 커밍아웃에 꽂혔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결국에는 저도 강원을 통해 해방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서아현 감독. 뉴스앤조이 나수진
서아현 감독. 뉴스앤조이 나수진

- 영화 중간에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 개신교 혐오 세력을 마주한 감독님과 강원 님의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강원 / 저는 미군 생활을 하며 훈련소에 있을 때 훈련을 같이 받던 게이·레즈비언 친구들과 처음으로 퀴어 퍼레이드에 가 봤어요. 텍사스에서 열린 퍼레이드였는데, 혐오 세력이 하나도 없었죠.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일단은 지하철역에서 올라오기 전부터 혐오 세력의 소리가 들렸어요. 그때 제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는데, 영화에 담긴 표정을 보니 정말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사랑하니까 반대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존재를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 존재가 심판대 위에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은 늘 스스로 심판대 위에 올라가 있는 느낌이거든요. 주류 사회에서 자기부정과 존재론적인 혼란이 너무 크니까요. 저도 동성애는 죄라는 게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니까 이것저것 찾아보고 답을 찾으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결국 예수의 이야기는 모든 것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라는 걸 알고 그만뒀지만요. 그런데 자기 문제도 아니면서 심판대 위에 올려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불공정하다고 생각해요. 

아현 / 영화를 찍으며 강원과 퀴어 문화 축제에 처음 갔어요. 교회 안에서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를 빈번하게 들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적대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걸 본 건 처음이었죠. 내가 오랫동안 속했고 나의 세계관을 구성했다고 생각했던 교회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한편으로는 나의 가까운 친구,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커밍아웃하지 않았더라면 이 상황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았어요. 반대 집회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들이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고 느꼈을 것 같더라고요. 혹은 이런 적대적인 공격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로 살았을 수도 있고요. 

강원과 아현은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도 함께 참여한다. 사진 제공 영화사 그램 
강원과 아현은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도 함께 참여한다. 사진 제공 영화사 그램 

- 감독님은 영화에서 성소수자 친구의 삶을 영화로 찍고 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요. 지금은 어떤가요.  

아현 / 부모님이 워낙 신실한 기독교인이셔서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는 부모님부터 일가친척까지 다 보여 드렸죠.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니', '그래도 기독교적으로 이건 옳지 않아'라고 말씀하실까 두려웠는데, 오히려 부모님은 훨씬 더 넓은 삶의 경험을 가지고 영화를 보셨더라고요. 작은아버지도 교회 열심히 다니는 권사님이신데, "내 주변에 한 번도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성소수자가 이렇게 많은 고통을 겪는 줄 몰랐다. 그래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영화를 만들면서 네가 그렇게 힘든 줄도 몰랐는데 앞으로는 힘들면 언제든지 기대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교회 친구들과 다 함께 보고 오셨다면서요.  

요즘에 와서 제가 느끼는 게, 교회는 보수적·배타적이라는 것도 어쩌면 제가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타입일 수 있다는 거예요. 모든 교회나 기독교인들이 그런 것도 아니고, 제가 보수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교회가 여전히 보수적일 거라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죠. 저희 영화를 보고 소감을 나눠 주신 관객분들 중에도 "저 사실 교회 다녀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예전보다는 덜 불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여 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 한국교회는 여전히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인데요. 개신교인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어떻게 걷어 낼 수 있을까요. 

아현 / 저는 기독교인이자 앨라이이지만 과대표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제 의견이 세상을 바꿀 수 있거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영화를 처음 만들 때는 강원의 커밍아웃 스토리가 저에게 영향을 준 것처럼 많은 사람의 신념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사람의 신념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조차도 퀴어 안에 넓은 스펙트럼이 있기 때문에, 다 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 마음속에 어떤 거부감도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요. 낯선 존재를 마주칠 때 생기는 거부감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니까요. 

다만 우리 주변에 계속해서 다양한 존재가 가시화된다면, 서서히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의 관계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관계가 아니라 존재 대 존재로 만난 것처럼요.

강원 / 저희의 우정은 선후배, 남자-여자, 동성애자-이성애자가 아니라, 그냥 '친구 관계'로 시작됐어요. 이야기가 잘 통하고, 대화하면 기쁘고, 우울할 때도 함께하면 살 힘이 느껴지는 그런 친구요. 시간이 지나고 오래 부대끼다 보니 당연히 '네가 이런 면이 있구나' 하게 되면서 서로의 다름을 깨달아 간 거죠. 

아현은 제게 성소수자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조심스럽고 어려웠다고 하지만, 저는 그 질문이 한 번도 저를 대상화한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그 질문에 판단이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현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저는 기독교인들의 의견이 왜곡 그 이상인 것 같아요. 어떤 불안이나 두려움은 그 경험을 절대 하고 싶지 않도록 벽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뭔지 궁금하고, 같이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서로 힘은 좀 빼고요. 그런 작은 단위의 대화가 벽을 단번에 허물어 주지는 못하겠지만 가능성은 열어 주지 않을까 싶어요.  

아현과 강원이 주고 받은 편지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강원의 집 안에 걸려 있다. 사진 제공 영화사 그램 
아현과 강원이 주고 받은 편지와 함께 찍은 사진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들의 우정이 부럽다. 사진 제공 영화사 그램 

- 어떤 관객들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나요. 

아현 / 영화에서 강원이 제게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는 (내 신앙의) 전부도 아니고 포인트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말을 할 때만 해도 저는 그게 다인 것 같고 포인트인 것 같았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어떤 분들은 자기 존재를 두고 '그게 전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을 안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교회라는 공동체가 중요하지만 자기 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인데요. 혹시 저와 같은 분이 있다면, 영화를 통해 저희의 삶이 흘러간 것을 보시고 덜 외롭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영화는 '어떤 것이 죄다, 아니다'를 말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답을 드리거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문제를 당면한 두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서로 기대어 온 과정을 기록한 영화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와 강원이 관계를 지속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과정이 넓은 범주의 사랑 안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께도 그 온기를 조금 나눠 드릴 수 있다면 만든 사람으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강원 / 이하 동문입니다.(웃음) 

8월 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사진 제공 영화사 그램  
8월 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사진 제공 영화사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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