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회는 130년 전 한국을 찾은 선교사들에 의해 태동했다. 논란은 '문서 선교를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관'이라는 대책위 주장과, 경영으로 생존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서회 주장이 대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회는 130년 전 한국을 찾은 선교사들에 의해 태동했다. 서회가 '문서 선교를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관'이라는 대책위 주장과, 경영으로 생존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서회 주장이 대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기독교서회(서회·서진한 사장)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결국 서회가 '연합 기관'이냐 '기업'이냐 하는 시각 차이에 있다. 이번 사태로 결성된 대책위원회 명칭도 '대한기독교서회공공성회복을위한에큐메니컬대책위원회(대책위·공동대표 박경양·정진우)'인 만큼,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서회가 에큐메니컬 교단 연합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서진한 사장을 겨냥한 것은, 서회가 연합 기관인 만큼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장기 경영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대책위 공동대표 박경양 목사는 "지금 막지 않으면 서회는 사유화의 전철을 밟은 대한성서공회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큐메니컬 성향 교단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와 CBS 등에 이사를 파송한다. 특정인이나 특정 교단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교단 연합 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회협 회장과 총무, CBS 이사장은 순번제를 채택해 교단별로 맡고 있다. 대책위는 서회 역시 1890년 감리회와 장로교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한 만큼, 이런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 박경양 목사는 서회가 서진한 사장과 그를 지지하는 이사들에 의해 공공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 교단의 관리 및 감독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대책위 박경양 목사는 서회가 서진한 사장과 그를 지지하는 이사들에 의해 공공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 교단의 관리 및 감독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10년간 수차례 정관 개정하며
교단 대표 이사 줄고, 회원 대표 이사 늘고

그러나 현재 서회 이사회 구성은 '교단 대표 이사' 수가 적다. 서회 이사는 총 20명인데, 이 중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대한성공회, 구세군대한본영 등 교단 7곳에서 1명씩 파송한다. 이를 교단 대표 이사라고 한다. 

나머지 12명은 '회원 대표 이사'다. 회원 대표 이사는 "서회의 목적과 사업에 찬동하고, 소정의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 대표 중에서 선출하되, 임역원회에서 복수로 추천하여 이사회에서 선출한다"(정관 7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서회 사장은 당연직 이사를 맡는다.

서회 이사회는 2013년 이전까지 교단 대표 이사 12명, 선교사 이사 2명, 회원 대표 이사 8명, 사장 1명 등 2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다 2013년 기독교한국침례회가 서회 구성 교단에서 탈퇴하고, 감리회·장로교 선교사 대표 2명을 뽑던 선교사 이사도 이사회에서 제외하면서 교단 대표 이사는 총 11명, 회원 대표 이사는 8명, 사장 1명으로 재구성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각 교단에서 파송한 교단 대표 이사가 이사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2015년 정관을 개정해 교단 대표 4인을 줄이고 회원 대표 4인을 늘렸다. 이때 65세이던 사장 정년을 70세로 연장했다. 이 정관 개정에 따라 이사회 구성은 교단 대표 7명, 회원 대표 12명이 됐다. 동시에 사장 정년도 연장하면서 2020년 정년을 맞아야 했던 서진한 사장의 3선도 가능해졌다. 대책위는 이 때문에 서 사장이 회원 대표 이사들과 결탁해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주장한다.

회원 대표 이사 선출 과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원 대표'라고 하지만, 서회 회원들의 모임에서 이사 후보를 선출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회원 대표 상당수가 교단 파송으로 들어왔다가 임기 종료 후 회원 대표로 재선출된 이들이다.

대책위는 서진한 사장이 8년간 상품권 3600만 원을 받아 이사들과 교단 주요 목회자들을 상대로 '상품권 정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서 사장이 특유의 인화력으로 교단 원로 목회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또한 대책위는 회원 대표 이사들이 과도하게 오래 이사로 재임 중이고, 이미 목회 현장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원로목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점도 지적했다. 교단 대표 이사 7명의 평균 연령은 62세인 데 비해, 회원 대표 이사 12명의 평균 연령은 71세다. 

서회 법인 등기부 등본을 보면, 2명을 제외한 10명의 회원 대표 이사가 모두 만 70세를 넘긴 원로 목회자들이다. 이사 중 최고령인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77)가 17년간 이사로 재임 중이고, 단필호 목사(영광교회 원로·73)가 16년, 김근상 주교(성공회·71)가 15년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8월 해임된 전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70)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을 이사로 있었고, 2017년 다시 서회 이사로 들어와 현재까지 총합 22년째 이사를 맡아 왔다. 그나마 67세인 구세군 황선엽 사관도 65세에 은퇴했다. 현역 목회자는 감리회 정해선 목사(54세) 한 명밖에 없다. 

대책위는 이런 점을 거론하면서 "서회는 사실상 은퇴 목회자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진한 사장의 3선은 이사회를 장악한 서진한 사장과 회원 대표 이사들의 서회 사유화를 위한 편법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모든 회원 대표 이사를 싸잡아 '서진한 친위대'로 몰아가는 것에 분노하는 이사도 적지 않다. 실제로 몇몇 회원 대표 이사는 지난 4월 상임이사제 도입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책위가 7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 대표 이사들을 비난하자, 이를 반박하는 이사들도 나왔다. 

8월 4일 김영주 목사 이사 해임을 논하는 이사회에서, 한 이사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불의한 결탁자가 서회를 무너뜨리려 한다며 이사들을 폄훼하고, 이사들을 마치 서회 장기 집권 업무에 가담하는 사람처럼 취급하고, 나이 좀 들었다고 이사 그만하라고 할 수 있느냐"며 대책위와 김영주 목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서회도 한국교회 연합 기관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회는 이사회가 교단 정치의 장이 되면 경영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진한 사장은 기업으로서의 성격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서회 홈페이지 갈무리
서회도 한국교회 연합 기관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회는 이사회가 교단 정치의 장이 되면 경영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진한 사장은 기업으로서의 성격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서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사·직원들 "서회는 이윤 내야 하는 기업
연합 기관이라며 재정 책임은 안 져"

연합 기관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진한 사장을 비롯한 서회 직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단 대표 이사가 많아지면 서회가 교단 정치의 장으로 변질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서회 직원은 기자와 만나 "재정 지원은 하나도 해 주지 않고 연합 기관으로서의 정체성만 강조하면, 서회 경영은 누가 책임지고 하느냐"고 말했다. 

서회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연합 기관보다 '기업'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는 대한성서공회를 '나쁜 사례'로 지목했지만, 오히려 서회는 대한성서공회를 '롤 모델'로 삼는다. 한 사람이 경영을 안정적으로 오래 맡으니 대한성서공회의 재정과 경영 상태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찬송가 저작권 분쟁을 겪은 서회와 달리, 대한성서공회는 해외 성서 수출 등 다양한 사업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대표 이사 중 한 명은 8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서회가 원래는 연합 기관이 아니었다. 그러다 1970~1980년대에 공조직으로서의 모양을 갖추면서 교단 대표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교단 대표들이 이사로 참여한 직후부터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 싸움이 일어났다. 그래서 교단 대표를 줄이고 회원 대표를 늘린 것이다. 그러고 나니 싸움이 상당 부분 잦아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회는 회사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다. 근데 에큐메니컬 진영 사람들은 서회가 기업 논리가 작동하는 구조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진한 사장의 판공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해할 만한 구석이 굉장히 많다"며 비슷한 매출 규모의 일반 기업 사장에 빗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간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았는데도 직원 대다수가 서진한 사장을 지지하는 이유도, 서 사장이 30년간 서회에 몸담아 왔고 직원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들을 책임져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진한 사장이 1억 2000만 원 상당의 급여와 5400만 원 상당의 판공비를 받고 고급 주택과 자동차를 제공받는 데 대해서도, 서회 내부에서는 "재정이 비슷한 규모의 교회나 신학대학 교수들과 비교해도 문제 삼기 어려운 대우"라며 용인하는 모양새다.

<뉴스앤조이>는 수차례 연락 끝에 8월 11일 서진한 사장을 만났다. 서진한 사장은 "우리에게는 당면한 비즈니스와 미션이 있다. 출판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고 그 위기를 타개하려는 여러 노력 중에 (정관 개정을) 추진한 것이다. 어쨌든 한국교회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고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그러나 서회가 교회 같은 조직이 아니고 사업적 성격이 크다는 점을 이해하고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서회의 '기업 정체성'을 인정해 달라는 취지다.

다만, 그는 서회 사유화 의혹이나 배임·횡령 혐의, 과도한 대우 등의 논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서 사장은 "내가 입을 열면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한다"며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발표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서회 직원들의 입장에 대해, 대책위 공동대표 박경양 목사는 8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대책위 역시 서회 이사회를 교단 정치판으로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법인은 공익이사, 사립학교법인은 교육이사·개방이사 제도를 도입해 사유화 문제를 방지하고 있으니, 그런 점을 참고해 교단이 이사를 파송하면 된다. 50대 이하, 여성 등 다양한 쿼터를 두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자꾸 서회가 기업이라고 하는데, 애초에 선교사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그리고 기업으로서 경영을 해야 하면 (목사인) 서진한 사장이 아니라 정말 전문 경영인을 데려와야 할 것 아닌가. 서회가 우려하는 지점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교단을 빌미 삼아 회원 대표 이사를 늘리는 것은 사유화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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