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교회는 예장통합 교단의 치유와 화해를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하면 된다고 했다. 사진 제공 태봉교회
태봉교회는 예장통합 교단의 치유와 화해를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하면 된다고 했다. 사진 제공 태봉교회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서울동남노회 소속 태봉교회(김수원 목사) 당회가 108회 교단 총회를 앞두고,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태봉교회는 9월 3일 성명에서, 명성교회 세습으로 한국교회는 지탄의 대상이 됐고 형제 교회들이 지금도 분노·탄식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신사참배처럼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묻히거나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면서 "상처받은 형제 교회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세습부터 내려놓으라"고 했다.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교단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명성교회에서 108회 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태봉교회는 "용서는 불법한 자들이 회개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라며 "명성교회는 불법 세습을 단행한 이후 사과조차 없었다. 오히려 세습 반대자들을 향해 '마귀'나 '교회의 파괴자'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교단의 온전한 치유와 화해를 원한다면, 총회가 권위를 가지고 이번 기회에 명성교회가 교단 헌법을 위반한 세습을 철회하도록 권계하라"고 했다.   

교단 일각에서 세습금지법(헌법 28조 6항)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총대들이 막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태봉교회는 "이 시대 가운데 자립 교회 세습은 어느 모로 보나 복음의 역사가 아니다"라며 "세습금지법을 개정하여 폐기하거나 무력화하는 일은 복음의 능력을 멸시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세습금지법을 지켜 달라"고 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총회에 즈음하여 교단 현안과 관련한 태봉교회 당회 성명

성삼위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우리 교단 총회와 산하 모든 교회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산하 태봉교회 당회는 한 대형 교회 세습 사태를 겪는 와중에, 자랑스럽기만 하던 우리 교단 이면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태와 부패상을 가까이서 고스란히 목도해야 했습니다. 참으로 실망스럽고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한심한 일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교단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특정 교권 세력에 의한 교단 농단의 참담한 상황을 속절없이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이에 우리 당회는 제108회 총회를 앞두고 당회원 전원의 합의로 교단 현안에 대해 우리의 견해를 밝히면서, 충정衷情과 통절痛切한 심정으로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명성교회와 교단 총회의 바른 선택과 결단을 촉구합니다. 

1. 명성교회에 다시금 묻습니다. 명성교회 세습이 진정 하나님의 뜻에 합당합니까.

우리는 성도들에게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본받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자들이고, 공교회의 화평을 추구하며, 예수 십자가의 영성을 품고 사는 자들'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세습을 단행한 지 수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명성교회 세습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입니까? (눅 2:14 상, 고전 10:31)
*명성교회 세습이 공교회의 화평을 이루고 있습니까? (눅 2:14 하, 고전 10:32, 33)
*명성교회 세습에 예수 십자가의 거룩한 영성이 담겨 있습니까? (갈 3:1, 5:24)

분명한 것은 명성 세습으로 인해 교회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젊은이들이 실족하여 떠났는가 하면, 수많은 형제 교회가 여전히 분노하며 탄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명성 세습은 덕을 세움은 고사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공교회의 화평을 해치며, 십자가의 영성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총회의 신사참배가 그랬던 것처럼 명성 세습도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묻히거나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교단 헌법을 위반한 것도 문제지만 법 이전에 신앙 양심의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명성교회는 하나님의 영광 회복과 상처받는 형제 교회와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어떤 일보다 먼저 세습부터 내려놓으십시오. 이야말로 교회의 자유권을 거론하고 총회 수습안을 운운하기에 앞서, '오직 주님'의 교회로서 명성교회가 보여야 할 기본적 신앙 양심이 아니겠습니까.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이번 총회를 계기로 세습 철회의 용단을 내린다면, 세습 이전의 명성名聲을 회복할뿐더러 명성明聲교회를 필두로 우리 교단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입니다.

2. 총회 임원회에 묻습니다. 현 상황에서 치유와 화해의 대상은 누구이며 누가 누구를 용서해야 합니까. 

치유와 화해는 진정한 회개와 용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듣고 배웠습니다. 예수님은 죄를 범하거든 경고하고 '회개하거든' 기꺼이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눅 17:3, 4). 용서는 불법한 자들이 회개할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회개悔改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돌이키는것입니다. 갈림길에서 사람의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취하는 결단이 참된 회개의 모습입니다. 

총회 임원회가 최적의 총회 장소라며 선정한 명성교회는 불법 세습을 단행한 이후,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제대로 된 회개는 물론, 총회 수습안에 명시된 사과조차 없었습니다. 오히려 세습 반대자들을 향해 '마귀'나 '교회의 파괴자'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용서하라는 것입니까. 그것이 치유와 화해의 방책입니까. 총회 임원회가 언급하는 치유와 화해는 대체 무엇을 의미합니까. 교단의 온전한 치유와 화해를 원한다면, 총회가 권위를 가지고 이번 기회에 명성교회가 교단 헌법을 위반한 세습을 철회하도록 권계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용서는 물론, 새 회기 총회 주제처럼 치유와 화해를 넘어 진정한 부흥을 이루는 교단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선문답하듯 회개 없는 화해와 치유를 공허하게 외치다 그칠 총회라면, 굳이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다만 그것이 명성교회의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공평무사하게 법치를 실현해야 함에도 금권과 교권 앞에 법이 무용지물이 되고 불법마저 정당화하려는 현 상황에서, 총회는 교단 소속 교인들에게 무엇을 보이고 무엇을 가르치려 하십니까. 

3. 총대분들에게 호소합니다. 교권주의자들의 전횡을 막고 교단의 법치 회복과 세습금지법(헌법 정치 제28조 6항)의 유지를 위해 힘써 주십시오.

총대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뜻을 따라 총회의 당면 과제를 처리해야 하는 거룩한 사명이 있습니다. 총회의 변화는 총대들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총대 한 분 한 분의 책임 있는 선택이 우리 교단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이제 공교회의 일원으로서 총대분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이 시대 가운데 자립 교회 세습은 어느 모로 보나 복음의 역사가 아닙니다. 정치부가 관련 부서로 이첩한 세습금지법의 개정안은 세습 허용 요건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건강한 교회는 불가능하고 '이상한 교회'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법안입니다. 전임자의 간섭을 배제하기보다 오히려 부추기는 법안입니다. 세습금지법을 개정하여 폐기하거나 무력화하는 일은 복음의 능력을 멸시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세습금지법을 지켜 주십시오. 

남극의 펭귄은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70%를, 균형을 유지하여 몸을 바로 세우는 데 소진한다고 합니다. 총회가 무슨 일을 벌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산하 교회를 균형 잡힌 교회로 바르게 세우는 일입니다. 회집 장소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어 일곱 교회에서 해결책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습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명성교회에서 총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사명감으로 총회에 참석하시겠거든 어떤 상황에서도 공의와 진리 편에 서서, 지교회를 바로 세워 주시고 교권주의자들의 전횡을 막아 주십시오. 법치 회복을 위해 힘써 주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총대로 보내신 것이 이 일을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의 일보다 하나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는 총대가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총대 여러분, 이 절망의 시절, 우리 교단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 주십시오. 

2023년 9월 3일 주일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태봉교회 당회원 일동
목사 / 김수원, 이희용, 박용규.
장로 / 박용국, 권경환, 오효경, 조규호, 박만순, 김서전, 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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