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이 올해 9월 정기총회 장소를 명성교회(김하나 목사)로 확정했다. 명성교회는 6월 30일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에 장소 사용을 수락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4월 6일 "총회와 명성교회의 치유·화해를 위해 108회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하게 해 달라"는 장소 협조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명성교회는 "심사숙고했으나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 재고해 달라"며 총회 개최를 거절했다. 총회 임원회가 재차 장소 협조를 구하고 나서자, 명성교회는 "성총회가 되길 바란다"며 승낙했다.

총회 장소가 명성교회로 확정된 것과 관련해, 세습 반대 측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양인석 목사(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회장)는 7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회 임원회가 교단 목회자들의 명예를 짓밟는 후안무치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명성교회는 세습금지법을 제정한 2013년 98회 총회가 열린 곳이다. 그러나 이후 법 조항이 엄연히 살아 있는데도 이를 어겼다. 이제 한국 사회는 자기들이 정한 법도 지키지 못하는 교회를 더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 운동을 벌여 온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났다고 해서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명성교회는 교단 정기총회를 개최할 게 아니라 자중하고 회개해야 한다. 총회 임원회는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불법의 편에 선다고 치유와 회복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긁어 부스럼만 날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이 교단 안팎의 반대에도 108회 정기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확정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통합이 교단 안팎의 반대에도 108회 정기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확정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근복 목사(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조직위원장)는 장소 선정 권한을 가진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가 총회 기간 중 대규모 '치유·화해 집회'를 여는 것을 들어 명성교회 총회 개최를 밀어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의식 목사는 총회 기간 중 교인 만 명이 참여하는 '화해·치유 집회'를 여는데,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는 명성교회밖에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장소를 확정했다. 하지만 원래 총회 기간 중에는 외국 교회 대표들과 연합 기관 등이 모여 에큐메니칼 예배를 드리는 것이 관례다. 정말 치유·화해 집회를 열고 싶다면 총회가 끝난 다음 큰 교회를 빌려서 할 수도 있는데, 굳이 명성교회로 정했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단체 신앙고백모임 등도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확정한 총회 임원회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6월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단 헌법을 무시하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는 아직도 뉘우침과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우리 교단 헌법을 위배하는 처사이고 구성원들을 무시하는 결정"이라면서 "교단 헌법을 준수해야 할 책임 있는 총회 임원회가 이런 퇴행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대적 인식과 목회적 윤리성도 저버리는 후안무치의 집단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장통합 제108회 총회는 오는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주여, 치유하게 하소서'를 주제로 열린다.

다음은 성명문 전문.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강행하려는 총회 임원회를 규탄한다

총회 임원회는 이번 제108회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하겠다고 결심한 듯, 총회 구성원들의 반대 소리는 묵살한 채 거듭 명성교회에 구걸하듯 총회 장소를 요청하고 있다.

우리 교단 내 여러 교회가 총회 장소를 제공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총회 임원회는 총회를 개최할 장소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명성교회에 요청했다는 거짓말로 일관하여 여러 노회와 목회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우리 교단 헌법을 무시하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는 아직도 뉘우침과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우리 교단 헌법을 위배하는 처사이고 구성원들을 무시하는 결정이다. 총회 임원회는 교단 헌법을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들로서, 이런 퇴행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대적 인식과 목회적 윤리성도 저버리는 후안무치의 집단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총회 임원회가 이성을 되찾고 바른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또한 명성교회는 행동을 반성하며 자숙하기를 바란다. 우리 교단의 성공적인 총회 개최를 위한 총회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바란다. 우리는 단호히 요구한다.

"총회 임원회는 거짓을 멈추고, 명성교회에서 총회 개최를 철회하라."

2023.6.30.

단체: 신앙고백모임, 높은뜻연합선교회, 대성교회, 만나섬김교회, 새날교회, 여수솔샘교회, 열린교회, 열린신학바른목회실천회, 제주한림교회, 한국실천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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