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구권효 기자입니다.

이번 주 화요일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25회 언론상 시상식에 다녀왔어요. 저희가 지난해 8월 보여 드린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가 언론상 본상에 선정됐거든요! 기자 생활을 꽤 했지만 상을 받은 적은 손에 꼽는지라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참석했답니다.

지난해 말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한국양성평등진흥원에서 수여하는 양성평등 미디어상 우수상으로 선정됐어요. (무려 2관왕…ㅎ) 그때도 시상식이 예정돼 있었는데, 내부 사정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취소가 됐거든요. 쪼~끔 아쉬웠던 마음을 이번 시상식으로 달랬습니다.

수상 소감으로 말한 내용이긴 한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저희가 열심히 취재해서 보도를 내놓아도 '개신교계'에서는 알아주지 않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모두 교회를 위한 건데, 정작 교계에서는 알아주지 않고 인권 단체들이 알아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 아쉽거나 주눅들지는 않습니다. 그게 현재 주류 한국교회의 현실이라고 생각할 뿐이죠.

물론 이번에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받으신 고 임보라 목사님처럼, 인권 증진에 최전선에 계신 크리스천들이 지역 곳곳에 많습니다. 하지만 '집단으로서의 개신교'는 정말 한국 사회 인권 증진에 가장 큰 걸림돌인 것도 사실이죠. 대한민국 역사에서 인권 신장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개신교가 한 세기 만에 이렇게 됐다는 게 참 서글픈 일입니다.

저는 교회 개혁이나 갱신을 이야기할 때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보다, '인권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자'고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아니,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풀어내면 '인권적으로 접근하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에 산적한 문제들을 인권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 개혁과 갱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무튼 시상식은 재밌었답니다. 다른 훌륭한 보도들과 함께 수상하게 되어 감개무량했고요. 저희를 믿고 후원해 주시고 구독해 주시는 분들 덕에 이런 경험도 하게 되는구나 하면서, 다시 한번 겸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치독 구독자 여러분과도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편집국 권효

친절한 브리핑

 억울한 세입자들의 편에 섰다가 '벌금 폭탄'에 직면한 이들

옥바라지선교센터·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으로 구성된 '싸우는상가세입자들과함께하는모임'이 궁중족발, 을지OB베어 강제집행 저지 과정에서 쌓인 벌금 및 손해배상금 모금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2022년 4월 21일부터 매일같이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지켜 왔던 옥바라지선교센터 활동가들과 기독교인들은, 명도 강제집행을 저지하고 세입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수많은 벌금과 손해배상에 직면했습니다.

을지OB베어가 집회를 할 때마다 쌓인 간접강제금 5400만 원(1회당 200만 원),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종건 활동가 앞으로 쌓인 간접강제금 1800만 원 등 총 7200만 원입니다. 그리고 을지OB베어에 앞서 이들이 활동했던 서촌 궁중족발 현장에서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벌금 2000만 원 등도 남아 있습니다.

건물주의 횡포가 정당화되는 정의롭지 않은 현실 앞에 옥바라지선교센터를 비롯한 많은 그리스도인과 활동가, 시민이 모였습니다. 용역과의 충돌을 비롯한 수많은 위험한 상황에도 꿋꿋하게 약자의 편에 섰습니다. 그 결과 '궁중족발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키는 결과도 이끌어 냈습니다. 수많은 세입자가 조금 더 안전한 환경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1억 원에 가까운 벌금과 손해배상액은 앞장서 싸운 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벌금의 꼬리표를 연대의 깃발로"라는 구호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모금은 3월 22일 시작해 6월 30일까지 계속됩니다. 후원 시작 1주일 만에 목표액 3000만 원 중 약 14%를 달성했지만, 남은 배상액을 생각하면 더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후원에 동참하실 분들은 소셜펀치 후원 링크를 통해 함께하거나,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면 됩니다.

편집국 승현

후원 모금 참여하는 방법

1. 소셜펀치: https://www.socialfunch.org/fightingstore
2. 계좌 : 우체국 010033-01-008860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참사의 피해자'만은 아닌

세월호 엄마들이 만든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을 처음 본 건 2016년 10월이었습니다. '그와 그녀의 옷장'이라는 연극이었는데요. 코믹극이라 많이 웃으면서, 또 어느 순간엔 눈물 흘리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어머님들이 세월호를 알리기 위해 이렇게나 열심이시구나'라는 생각만 했어요.

이번에 노란리본 극단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장기 자랑'을 보면서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어머님들이 연극을 하는 가장 큰 전제는 여전히 세월호를 알리는 일이겠지만, 어머님들에게도 각자 다른 감정과 욕망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어요.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한 일인데, 저는 그분들을 '참사의 피해자'로만 보고 다들 같은 마음일 거라고 짐작했던 것 같습니다.

'장기 자랑'은 여느 세월호 다큐와는 달리 좀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자식을 잃고 연극을 하는 엄마들 모습이 슬프고 처절하기만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재미도 웃음도 소소한 갈등도 있고, 또 그런 일이 반복되고…. 아마도 영화 마지막에 관객들은 웃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ㅎㅎ 4월 5일, 극장에서 '장기 자랑'을 만나 보세요.

편집국 권효


신학교에서 벌어진 반동성애 독재

아무런 불법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징계를 받은 학생들이 있습니다. 단지 단체 채팅방에 속해 있었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를 관리했다는 이유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는 이유로, 개인 소셜미디어에 의견을 올렸다는 이유로 등입니다. 몇몇은 정학을 받아 학교를 나갈 수 없게 되었고, 일부 학생들은 수업을 그대로 들을 수는 있지만 학내 및 외부 기관에서 '특별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 지난 2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예장합동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모두 6명입니다. 총신대 성소수자 인권 모임인 '깡총깡총'에 소속돼 있던 학생들이죠. 깡총깡총은 2015년 시작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왔지만 여전히 '비공식' 모임입니다. 공개적으로 '성소수자 반대, 동성애 반대'를 외치고 징계 규정까지 만든 학교 분위기에서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거나 혹은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깡총깡총은 성소수자 혐오·차별적인 환경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 주고, 반동성애를 외치는 교단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교와 일부 학생들은 깡총깡총에 소속된 학생들을 색출하려고 해 왔죠.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억울해합니다. 하지만 그 억울함조차 누군가에게 제대로 이야기하고 드러낼 수 없습니다.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학교 본부와 척을 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학교는 이번 징계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추가로 징계하겠다고도 예고한 상황입니다. '특별 지도'라는 명목의 반동성애 의식화 교육도 일정 시간 이수하도록 했습니다.

학교는 이번 징계가 일부 학생들의 '공익 제보'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 깡총깡총 단체 채팅방에 자신을 속이고 들어와 신상과 정보를 캐내고, 소셜미디어상의 개인 의견을 긁어모아 전달한 걸 공익 제보라고 하다니요. 반인권적이고 불법적인 색출일 뿐입니다. 성소수자·앨라이를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는 양 행동하는 학교의 행태가 몹시 우려스럽습니다. 반동성애 독재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군요.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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