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한 대형 교회에서 담임목사에게 은퇴 전별금 6억 원을 지급하면서 '사채'를 써 논란이 일고 있다. 교회 재정장로는 종교인 과세를 피하기 위해 전별금을 조기 지급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했지만, 반대 교인들은 횡령을 의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청주 한 대형 교회에서 담임목사에게 은퇴 전별금 6억 원을 지급하면서 '사채'를 써 논란이 일고 있다. 교회 재정장로는 종교인 과세를 피하기 위해 전별금을 조기 지급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했지만, 반대 교인들은 횡령을 의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청주 ㄱ교회 당회는 2017년, 김 아무개 담임목사의 전별금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ㄱ교회를 설립하고 출석 교인 2000명으로 성장시킨 점 등을 감안해 총 6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김 목사의 은퇴 시점은 2022년 말이었으나 종교인 과세를 피하기 위해 5년이나 앞당겨 전별금을 지급했다. 당회 결의에 따라 ㄱ교회는 수중에 있던 1억 원에 대출금 5억 원을 더해 김 목사에게 줬다.

지난해 말 김 목사가 은퇴하면서 전별금 관련 논란이 벌어졌다. 김 목사의 전별금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돈이 은행 대출금이 아니라 '사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ㄱ교회는 10여 년 전 100억 원대 예배당을 건축하며 은행에서 75억 원을 대출받았다. 연간 결산 규모가 20억 원대였던 교회는 꾸준히 건축 빚을 상환해 왔다. 공동의회 보고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28억 6000만 원을 갚았다.

지난해 말 새로 교체된 재정위원장이 인수인계를 받으며 자료를 살핀 결과, 공동의회 보고 자료에 기재된 금액과 은행 대출금 상환 금액이 다른 것을 발견했다. 은행에 실제로 상환된 금액은 22억 4500만 원으로, 공동의회 자료와 달리 6억 2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보고 금액과 상환 금액이 왜 다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 재정위원장 장 아무개 장로가 5년 전 사인에게 돈을 빌린 것을 알게 됐다. 장 장로는 김 목사 전별금을 마련할 당시 은행이 아닌 특정인에게 돈을 빌려 놓고, 이를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연말 결산 공동의회 때 '대출금 상환' 항목에 이 내역을 합산해 보고했다. 때문에 교인들은 사채의 존재를 몰랐고, 그저 매년 건축 부채만 상환하는 줄 알고 있었다.

다른 장로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1월 26일 청주에서 만난 ㄱ교회 A 장로는 "(장 장로에게) 물어보니까 사채를 쓴 거라고 하더라. 사채를 쓸 거였으면 당회와 제직회에서 논의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만일 은행에서 상세 내역 증명서를 주지 않았다면 매년 갚은 금액과 보고된 금액이 차이가 났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의로 사채를 쓰고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도 문제인데, 돈을 상환하는 과정도 불투명해 횡령 의혹까지 일고 있다. 장 장로는 사채 원금과 이자를 갚을 때 교회 계좌가 아닌 현금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주일예배 때 들어온 헌금 중 500만 원을 헌금 봉투에 담아 전달하는 식이었다. 현재 장 장로가 빌린 사채는 이자를 포함해 모두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확히 얼마가 지출됐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B 장로는 "5억이나 빌렸으면 은행 계좌를 이용해 객관적 자료를 남겨 놨어야 한다. (장 장로가 돈을 다 갚았다고 하니까) 객관적 자료를 보여 달라고 했는데, 안 보여 준다. 그러니 횡령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교인들이 은행 상환 내역과 공동의회 보고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횡령 의심액은 6억 2000만 원에 이른다. 재정장로는 이 차액이 담임목사 전별금 지급에 따른 사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현금으로 지급했기에 송금 기록 등은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인들이 은행 상환 내역과 공동의회 보고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횡령 의심액은 6억 2000만 원에 이른다. 재정장로는 이 차액이 담임목사 전별금 지급에 따른 사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현금으로 지급했기에 송금 기록 등은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년간 교회 재정 관리
"해명했는데 당회원들이 안 믿어"
노회, 공금 횡령 혐의 등으로 장 장로 기소

장 장로는 지난 20년간 ㄱ교회 재정을 관리해 왔다. 노회뿐만 아니라 예장통합 총회 임원도 지냈다. 교회 재정·행정 업무에 능숙할 수밖에 없는 그가 왜 임의로 사채를 쓰고 교인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까. 장 장로는 2월 3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종교인 과세 시행 전 김 목사의 전별금을 지급하려 했는데, 교회가 은행 빚을 추가로 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득이하게 지인에게 5억 원을 빌렸다"고 말했다.

장 장로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사채까지 써서 목사 전별금을 주는 게 맞느냐고 묻자, 그는 "(전별금 지급은) 세금 문제 때문에 여러 교회가 그렇게 해 왔다"며 "회계감사를 받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교회에) 그런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비공식적이었지만 부채 관리를 제대로 해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내 수첩에 기록이 다 있다. 이자 3%로 해서 5억 원을 빌렸고, 매달 상환 내역을 기록으로 남겨 놨다. 이런 내용을 당회원들에게 다 해명했는데 그들이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장로는 기자에게 자필로 쓴 수첩 일부와 전표·영수증 몇 장을 보여 주며 떳떳하다고 했다. 그러나 "자필 영수증에 기록된 엄 아무개 씨와는 무슨 관계인가" 묻자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구체적인 질문은 하지 말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ㄱ교회가 연말 공동의회에 보고한 상환 자료. '대출 상환금'이라고 나와 있을 뿐, 담임목사 전별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채라는 내용은 없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ㄱ교회가 연말 공동의회에 보고한 상환 자료. '대출 상환금'이라고 나와 있을 뿐, 담임목사 전별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채라는 내용은 없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ㄱ교회 일부 교인은 노회에 장 장로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노회는 2월 20일, 혐의가 인정된다며 장 장로를 기소했다. 기소위원회는 "ㄱ교회 재정장로로서 교회 재정 운영 상황을 교인들에게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아 의혹이 크고, 교회 대출금 상환과 실제 상환액이 차이 나는 부분에 대해 공금 유용, 횡령,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말 은퇴 후 원로로 추대된 김 목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2월 2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내가 개척하면서 총회 연금까지 다 깨고 10원 한 장 저축 못 하면서 살았다. 어렵게 목회해 왔던 것을 당회가 인정해 준 게 아닌가 생각해 감사한 마음으로 (전별금을) 받았다. 사채를 썼다고 뭐라 하지만 우리 교회가 그걸 갚아 나갈 여력은 있다. 눈물 흘리며 감사하게 받았고, 십일조도 내고 1억 가까이 바로 헌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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