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결산 공동의회를 앞두고 교회 재정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교회 재정 세미나'가 11월 1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최호윤 회계사가 공동체에 맡겨진 교회 재정을 의미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연말 예·결산 공동의회를 앞두고 교회 재정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교회 재정 세미나'가 11월 1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최호윤 회계사가 공동체에 맡겨진 교회 재정을 의미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 해를 결산하고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 연말 예·결산 공동의회 시즌이 돌아왔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최호윤 실행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올해 결산을 교인에게 투명하고 바르게 보고할 수 있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고민하기 위해 '2022 교회 재정 세미나'를 열었다.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일선 교회에서 재정 사무를 맡고 있는 목회자·교인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교회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지탱되지만, 많은 교회가 1년간 이 헌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상세하게 보고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잠시 보여 주고 끄는 식으로 대체할 뿐이다. 재정 분쟁이 일어나는 교회에서는 교인들이 결산 자료를 요구해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는 20여 년간 교회 재정의 건강성을 도모하는 운동을 이어 오면서, 수많은 분쟁 교회의 재정 상태를 봐 왔다. 교회들이 건강하게 재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하고 있다. 최 회계사는 '건강한 교회 결산(교회 결산의 올바른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교회가 일반 비영리 공익법인에 견줄 정도로 장부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며, 공동체가 모두 이해하고 참여하는 예·결산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교회는 대개 단식부기로 장부를 작성한다. 단식부기는 단순히 수입과 지출만을 기록한다. 교회 재정으로 차량을 구입했을 경우, 지출 액수만 기록된다. 반면 복식부기는 현금이 지출됐지만 차량이라는 자산이 생겼다는 점까지 함께 기록한다. 복식부기를 사용하면 단순히 돈이 늘어나고 줄어든 것뿐 아니라 그에 대한 이유, 그에 따른 자산의 증감까지 함께 기록할 수 있어 장부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최 회계사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 나가기 시작한 교회라면 복식부기 관점에서 회계를 관리해야 한다. 일반적인 공익법인은 모두 '공익법인 회계기준'이라는 회계원칙에 따라 복식부기와 발생주의로 장부를 작성한다. 비록 지금 종교 법인은 일부 예외를 받고 있지만, (세무 당국이) 언제 어떻게 이 원칙을 요구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비영리 공익법인의 특성에 더해, 교회라는 공동체적 특수성을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에는 출자자가, 비영리법인에는 출연자(기부자)가 있다. 회사나 비영리단체는 정기적으로 재정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 출자자나 기부자는 회사나 비영리단체가 잘 운영되는지를 지켜보면서 투자(기부) 여부를 결정한다. 최 회계사는 이와 마찬가지로 교회도 하나님께서 교회에 재정을 맡겨 주셨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장부를 철저히 관리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님이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교인들 낸 헌금을 직접 거둬 가시지는 않는다. 교회를 통해 하나님이 재정을 활용하시는 위탁 관계가 성립돼 있다. 또한 그 재정을 모든 교인이 함께 관리할 수 없으니 실질적으로 교회 내부에서는 재정부원 등 관리자에게 위임한다. 재정을 맡은 사람들은 하나님께로부터 재정을 위탁받은 청지기로서, 또 교회 구성원 전체에게도 위탁받은 이들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결산 정보를 단순히 당회에 보고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어떤 재정을 어떻게 사용했다는 것을 하나님과 교회 구성원에게 보고해야 한다."

'복잡한 회계 용어와 수많은 장부를 교회 구성원이 언제 다 보고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데, 최호윤 회계사는 이런 의문은 본질에서 비켜난 것이라고 했다. "투명성이라고 하는 것은,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아무 때나 아무런 제약 조건 없이 볼 수 있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재정 내용을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일반 교인이 어려운 회계 용어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최 회계사는 "이해시킬 것을 포기한 순간부터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교회가 수많은 부채 때문에 재정을 교인들에게 공개하지 못한다. 초신자들이 부채 규모를 보고 도망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회는 다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이지 공연을 보러 오는 곳은 아니지 않나. 당장은 이해 못 하거나 어려워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공동체라는 본질을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같이 풀어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효율적이고 건전한 재정 관리를 위해 예산 수립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미리미리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계사는 이상적인 타임 라인으로 △4개월 전 목회 계획 수립 △3개월 전 각 부서에 예산 편성 지침 배포 △2개월 전 부서별 예산 초안 △1개월 전 예산안 통합·조정·심의 절차를 거쳐 예산안을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자원은 한정돼 있고, 쓸 곳은 많다. 예산을 배분하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회의 비전과 방향성을 구성원이 공유하면 서로 조정하고 통합하고, 양보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회들에는 이 기능이 거의 없고, 대부분 물가에 맞춰 예년에 비해 5~10% 올려 잡는 수준이다. 이건 부서별로 돈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이야기일 뿐이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역할을 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교회 재정을 관리하고 있는 높은뜻푸른교회 조국현 사무국장과 빛과소금교회 신동식 목사가 참여해 논찬했다. 조 국장은 교인들이 언제나 교회 재정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는 것과 알기 쉽게 자료를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세미나에는 교회 재정을 관리하고 있는 높은뜻푸른교회 조국현 사무국장과 빛과소금교회 신동식 목사가 참여해 논찬했다. 조 국장은 교인들이 언제나 교회 재정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는 것과 알기 쉽게 자료를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논찬자로 나선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재정 관리를 철저히 하는 건 정말 불편하고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교회와 공동체가 신뢰를 쌓아 나가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개척 초기부터 최호윤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재정 관리 체계를 세우고 교인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달 보고서를 작성해 배포하고, 결산 때는 보고서를 일주일 전 미리 나눠 준 후 회의 때 교인들에게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이런 체계를 세운다고 하니 많은 선배가 '그렇게 하면 교인들이 부담스러워서 교회 떠난다'면서 말렸다. 그게 한국교회 관행이었던 거다. 그러나 매년 교세가 줄고 교회가 신뢰도를 잃어 가는 상황에서, 투명한 재정 결산 보고는 교회를 세우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불편하지만 신뢰를 쌓는 일이고, 교인들도 정직한 교회에 다닌다는 인식과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는 작은 교회들도 복식부기 등 재정 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는지, 또 그런 일을 할 만한 인적자원이 있는지 등 현실적인 질문이 나왔다.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가 그런 재정 관리자를 세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먼저 자문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성가대는 매주 연습을 하고 예배 시간에 찬양을 한다. 지휘자나 반주자가 없으면 외부에서 사람을 초빙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정 관리자들은 1년에 1시간도 교육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에서 재정 관리 전문가를 데려오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재정 문제를 교회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연 1억~3억 원 매출을 내는 소규모 사업자들도 대부분 회계를 할 줄 모른다. 그러나 전부 세금 신고를 한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한다.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교회라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면 사람을 세워 교육을 하고 우선순위를 높이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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