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교회는 A 집사 횡령 사건 이후 양분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교인은 내부감사 결과 허 목사가 재정 전횡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ㅅ교회는 A 집사 횡령 사건 이후 양분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교인은 내부감사 결과 허 목사가 재정 전횡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ㅅ교회는 2017년 10월 31일, 담임 허 아무개 목사가 사택으로 사용 중이던 아파트를 허 목사 아내 명의로 변경했다. 당시 아파트 가격은 2억 4500만 원. 명의를 이전받은 허 목사의 아내는 이듬해 7월부터 10월까지 9차례에 걸쳐 ㅅ교회에 총 2억 450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허 목사의 아내가 입금한 돈은 모두 ㅅ교회에서 받은 돈이었다. 교회에서 받은 돈을 다시 교회에 입금한 것이다. 이 사실은 4년 뒤 내부감사로 드러났다.

ㅅ교회는 지난 9월 A 집사의 횡령 사건이 드러난 이후 요동쳤다. 건축 재정 회계만 감사할 게 아니라 일반 재정도 감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ㅅ교회는 10월 26일 공동의회에서 전반적인 교회 재정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감사위원회(감사위)를 구성했다. ㅅ교회 창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감사위에는 장로 1명, 안수집사 3명이 참여했다.

감사위는 최근 8년 치 일반 재정을 확인한 결과 담임목사 일가의 재정 문제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로 아파트 사택 명의 이전을 들었다. 감사위는 "ㅅ교회와 허 목사의 아내가 (위장 매매를) 정상적인 매매 과정을 거친 것처럼 꾸몄다. 이는 교회 헌금을 유용해 매매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가장한 거래 내역"이라고 했다.

허 목사의 아내가 2021년 10월부터 매달 1300만 원씩 총 1억 8200만 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 발표 이후, 허 목사의 아내는 받은 돈 전액을 교회에 다시 입금했다. 감사위는 허 목사의 아들도 장학금 명목으로 2018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매월 100만 원씩 총 2400만 원을 받았는데, 집행 내역에는 '구제비'로 잡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ㅅ교회는 2025년 은퇴 예정인 허 목사를 위해 정기 적금을 넣어 왔다. 2021년 10월 정기 적금에 가입했으며, 2022년 11월 기준 11억 6430만 원이 쌓였다. 감사위는 정기 적금에 가입하기로 한 당회 결의가 있었지만, 적금을 최초 넣은 날보다 한 달 뒤에 당회가 열렸다며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정기 적금에서 자녀 지원금 명목으로 1억 7000만 원이 중도 인출됐다며 이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위는 전남 장성군에 위치한 허 목사의 또 다른 사택인 전원주택 감사도 진행했다. 사택 부지 매입 시 실거래가가 2억 4000만 원이었는데 9000만 원으로 다운 계약한 후 제3자에게 차액 1억 5000만 원을 입금했고, 공사 대금도 3억 1000만 원인데 1억 7160만 원으로 다운 계약한 후 이 역시 제3자에게 나머지 차액을 입금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허 목사가 8년간 법인카드로 1억 1600만 원을 사용했는데, 이 중 60%를 현금으로 빼서 사용했고, 목회 접대비로 사용한 것은 거의 없다며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ㅅ교회는 매년 선교비로 1억 9200만 원을 지출했는데, 당회·제직회·공동의회 결의 없이 허 목사가 임의로 지원했다며 이 역시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했다.

감사위는 교회 설립 이후 지금까지 실질적인 감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상시 감사와 정기 감사 등 감사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 목사, 횡령 의혹 부인 
교인들 "1년 예산만 22억 원,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허 목사는 내부감사 결과와 관련해 모든 사안은 당회·공동의회 등을 거쳤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 왔는데, 일부 교인이 A 집사 횡령 사건을 빌미 삼아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허 목사는 아파트 사택을 아내 명의로 이전한 것은 세금과 관련 있다며 자세한 건 기억 나지 않으니 선임장로에게 문의하라고 했다. 정 아무개 선임장로는 1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7년 당시 교회 빚이 40억 원 정도 된 것으로 안다. 교회 빚이 많으니까 증여세라도 줄이기 위해 (위장 매매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적·법적으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정 장로는 "다만 이 과정에서 10원 한 푼도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아내에게 매달 지급된 1300만 원은 퇴직 이후 자신이 받을 '공로금'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퇴직 이후 개척한 목사에게 공로를 인정해 주는 관행이 있지 않나. 당시만 해도 교회 빚을 거의 갚았다고 생각해 장로들이 공로금으로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건이 터지면서 교회 빚이 계속 남아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이 돈을 받을 수 있겠나. 교회에 1억 8200만 원을 환원했다"고 했다. 왜 아내에게 돈이 지급된 것이냐고 묻자 "무언가를 감추려고 한 게 아니다. 아내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던 거다. 아내가 받든 내가 받든 똑같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기 적금은 교단 연금재단에 가입하지 못해서 급히 넣은 것이라고 했다. 허 목사는 "그동안 교회 형편이 어려워서 (교단에) 연금을 넣지 못했다. 5년간 바짝 넣었고 액수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허 목사는 정기 적금에서 일부 돈을 인출해 자녀들에게 준 사실은 인정했다. 자녀들이 생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지원해 준 것이라고 했다.

전남 장성에 위치한 허 목사의 사택. 허 목사는 사택 공사 당시 다운 계약을 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남 장성에 위치한 허 목사의 사택. 허 목사는 사택 공사 당시 다운 계약을 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성 전원주택 다운 계약과 관련해서는 "당시 다운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건강이 매우 안 좋았고 요양을 하기 위해서는 그 땅이 필요했는데, 땅을 팔려는 사람이 (다운 계약을) 강하게 요청해 왔다"고 했다. 사택 건축 또한 같은 이유에서 다운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이번에 제기된 여러 의혹은 A 집사 사건에서 비롯했다면서, 자신은 교회 재정을 임의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내가 장성 사택 오르막길에 열선을 깔았다는 헛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나를 비롯해 가족이 교회 돈을 횡령한 사실은 없고, 재정은 당회나 공동의회 결의를 거쳐 집행됐다. 떳떳하니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 측에 내부감사를 맡긴 것이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일부 교인이) 교회 밖으로 드러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ㅅ교회 일부 교인은 허 목사와 그의 가족을 접대비·선교비·적금 횡령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12월 27일 기자를 만난 교인들은 "내부감사 결과를 보니 그동안 재정이 너무 불투명하게 운영돼 왔다. 허 목사는 줄곧 당회와 공동의회를 거쳐 재정을 집행했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며 "돈을 떠나서 너무 큰 배신감이 든다. 내부감사로 여러 잘못이 드러났다. 과연 담임목사가 A 집사 사건과 무관한지도 의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교회 1년 예산만 22억 원에 달하는데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지는 교인 대다수가 모르고 있다. 수사를 통해서 ㅅ교회 재정 문제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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