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목회 활동비 '무제한 비과세'를 골자로 한 종교인 과세가 시행 첫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종교인들에게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신, 판공비 성격의 목회 활동비는 얼마를 받아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지난해 말 정부와 교계가 협상할 당시, 이러한 시행령 내용으로 목회 활동비가 결국 '탈세 창구'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목회 활동비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왜 교회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해 '목회 활동비 규정,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11월 29일 서울 청파동 효창교회(김종원 목사)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먼저 발표자로 나선 정성규 목사(예인교회)는 '교회에 재정 규정이 필요한 이유'를 주제로 예인교회 사례를 소개했다. 정 목사는 목회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담임목사가 재정에 대한 의사 결정과 집행까지 혼자 다 하는 것이 한국교회 큰 문제라고 했다. 정 목사는 "20년 전부터, 교회를 떠난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면 '교회가 비즈니스 하는 거 같다', '교회도 오너 결정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해 왔다"고 전했다.

대부분 교회가 재정 장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담임목사와 재정부장 정도만 아는 게 현실이다. 정성규 목사는 교인들이 재정 집행 상황을 모르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재정 내역이 비공개다 보니 교회에 질문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담임목사 권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정성규 목사는 예인교회가 시행하고 있는 재정 규정을 소개했다. 정 목사가 말한 규정 핵심은 '재정 공개'다.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면 질의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정 목사는 담임목사가 교인 총회를 거치지 않고 후배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이자와 함께 되돌려 받는 상황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교회 건축 과정에서 음향 장비를 시가보다 4배 비싸게 구매하는 사례도 봤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예인교회는 2006년 '재정 운영 기준'을 만들었다. 정 목사가 소개한 지침의 핵심은 '8조(공고)'다. 예인교회는 매달 재정 보고서를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해 교인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한다. 연말 교인 총회 때는 모든 내역을 전부 공개한다. 그뿐 아니라 '정보 공개 청구'와 유사한 9조(질의) 항목도 만들어서, 예인교회 정회원이면 누구든 재정에 관해 질의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교회는 7일 이내 답변해야 한다.

예인교회는 목사에게 '목회 활동비'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으며, 심방이나 도서비 등은 전액 실비변상 처리한다.

정성규 목사는 "재정 규정은 오히려 목회자가 자유롭게 목회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가 자유로우려면 규정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유는 주어진 규정 안에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월권이 된다. 아무리 좋은 명목으로 선교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교회 구성원과 논의하지 않고 하는 구제는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목회자가 책임져야 하고 교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 재정은 모든 구성원 앞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절차와 원칙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경제적 유불리를 떠나 먼저 '청지기'라는 마음으로 목회 활동비를 사용하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삼화회계법인)는 목회 활동비를 어떻게 규정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목회 활동비를 책정할 때, 먼저 '하나님의 청지기'라는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께서 교회 활동과 사역을 위해 재물을 맡겨 주셨음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현재의 목회 활동비는 '금액'만 정해 준 후 그 범위 안에서 목회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판공비 성격이다. 목사에게 선교비를 100만 원 책정했으면, 그가 어느 교회에 얼마를 지원하는지는 불문에 부친다. 최호윤 회계사는 이런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반 기업에서는 기밀비·판공비 같은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다. 본인 급여와 함께 지급하거나 실비변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최호윤 회계사도 정성규 목사와 마찬가지로 재정, 특히 목회 활동비를 아무 기준 없이 내키는 대로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는 "외부에서 선교사나 손님이 오면 격려금이나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 돈은 담임목사가 개인적으로 지급받은 목회 활동비에서 지출해야 할까, 아니면 교회 재정에서 교회 명의로 지출해야 할까. 만일 목회자가 개인적으로 지급한다면 사람들은 교회가 아닌 목사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여러 사람을 돈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비용과 방향성을 교회가 미리 정해 놓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목사가 다치게 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교회는 공동의회 같은 교인 총회에서 목회 활동비 규정을 제정하고, 개정할 때도 꼭 총회를 거치는 게 좋다고 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 재정 사용 우선순위를 '공동체의 의사 결정'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예산 책정 시 지출 항목의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서는, 항목별 한도를 '한 달에 얼마', '1인당 얼마' 형태로 정하는 게 좋다고 했다. 만일 추가 지출이 필요하면 교회가 예산 추가 경정 절차를 밟으라고 조언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나 국가가 목회 활동비 용처를 묻지 않고 모르더라도, 하나님은 다 아시는 만큼 투명하게 사용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 활동비 명목으로 얼마를 받든, 본인이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정확하게 정산해야 한다. 그 돈은 목회 활동을 위해 하나님께서 목회자에게 맡기신 것이다. 정부나 교회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해서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 개신교계가 '무제한 종교 활동비 비과세'를 관철하면서 이긴 것 같지만, 최호윤 회계사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세에서는 성공일지 모르나, 교회가 사회에 외치려는 사랑과 선교의 메시지는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돈을 우선시하려면 강단에서 하나님나라 얘기하지 말고 돈 버는 얘기나 해야 할 것이다. 손해를 좀 본다고 하더라도 하나님나라의 원칙은 무엇인가를 논의하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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