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현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2000년 6월 화곡동교회(현 치유하는교회)에 부임해 20년 넘게 시무하고 있다. 김 목사가 부임한 이후 교회에는 한동안 크고 작은 송사가 끊이지 않았으나, 교인은 꾸준히 증가했다. 현재 교인 수는 약 4000명이며, 1년 예산은 46억 원에 이르는 대형 교회가 됐다.

치유하는교회에 최근 들어 후임 목사 청빙 문제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위임을 받은 청빙위원회(청빙위·황진웅 위원장)가 후임 목사를 뽑았는데, 김의식 목사가 반대하며 당회에서 재투표를 진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는 치유하는교회의 후임 목사 청빙 과정을 둘러싼 문제를 취재해 봤다. - 기자 주

"제가 총회와 한국교회, 세계 교회를 상대하다 보니까 일이 갑절로 많아져서 건강상 감당할 길이 없어서 당회에 후임 목사를 미리 뽑아서 동역하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당회에서 허락해서 연말까지 후임 목사를 뽑고자 하는데, 전국의 어떤 목사도 좋으니 우리 교단에 속한 40~50대 초반 목사 중에 신실한 주의종이 있으면 장로들에게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김의식 목사가 지난 10월 23일 주일예배 광고 시간에 한 말이다. 김 목사는 후임 목사를 뽑기 위해 청빙위를 세웠고, 12월 둘째 주 정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시무장로 22명으로 구성된 청빙위는 한 달 반 동안 후임 목사 후보를 물색한 뒤 12월 4일 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투표는 두 차례 열렸다. 1차 투표에서는 서울 소망교회(김경진 목사) 부목사로 재직 중인 이 아무개 목사가 11표를, 치유하는교회 부목사 출신으로 순천 ㄱ교회에서 목회 중인 고 아무개 목사가 10표를 받았다. 나머지 1표는 성을 잘못 기입해 무효 처리됐다. 두 후보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해 2차 투표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이 목사가 13표를 얻어 후임 목사로 뽑혔다. 고 목사는 9표를 받았다.

청빙위원들은 혹시라도 지지했던 목사가 안 됐다고 해서 마음 상해하지 말자면서 결정한 사안을 제직회로 넘겨 처리하기로 했다. 후임 목사의 예우와 사택, 차량 지원 문제 등은 새로 오게 될 이 목사와 의논해 결정하기로 하고, 마무리 기도를 올렸다.

"오늘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하나님께서 뜻한 바 이루어지심을 저희들이 믿고 따르게 하여 주옵소서. 남은 일정도 주님께서 함께하여 주시고 역사하여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김 목사, 청빙위 결과 '무시' 
"불법 문서로 고 목사 폄훼·비방
당회서 다시 투표하겠다"
예장통합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가 107회 총회 회무를 주재하고 있다. 김 목사는 내년 9월 총회장으로 취임한다.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가 107회 총회 회무를 주재하고 있다. 김 목사는 내년 9월 총회장으로 취임한다.뉴스앤조이 이용필

한편, 김의식 목사가 후임 목사를 뽑겠다고 공언했을 당시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교회 안에 퍼졌다. 김 목사가 내정한 목사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이번에 4표 차이로 떨어진 '고 목사'라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2024년 은퇴 예정인 김 목사가 왜 굳이 올해 12월까지 서둘러 후임을 뽑아야 하느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단순 루머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김의식 목사의 돌발 행동을 통해 사실로 굳어지는 추세다. 청빙위 결과가 나오자마자 김 목사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청빙위 결과 발표 다음 날인 12월 5일 새벽 예배 설교에서 "(청빙위) 과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견돼 토요일(10일)에 최종 결단하고 (중략) 당회 결정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당회 결정이 된 다음에 (후임 목사가) 그다음 주일에 설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빙위가 후임 목사를 뽑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으니, 당회를 열어 다시 투표하겠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2년 후 자신은 교회를 떠나지만, 하나님의 교회를 바로 세워 놓고 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모든 일이 남은 한 주간 결정될 것이라면서 "사탄이 하나님의 교회를 다시는 흔들지 못하도록, 하나님의 뜻만을 따라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고 했다. 

김 목사는 12월 6일 목회 서신을 통해 "청빙 과정 중에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를 막으려 하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며 "청빙위 투표 직전에는 불법적인 문서 배포가 이뤄져 후임 목사를 결정하는 데 악영향을 미쳤다. 청빙위 추천에 대해 당회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됐다"고 당위성을 부여했다. '불법적인 문서'와 관련해 김 목사는 "일부 장로가 고 목사를 폄훼하고 비방하는 청빙 반대 유인물과 기도문을 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순천 ㄱ교회에 위임된 지 2년 도 안 된 고 목사가 치유하는교회 담임목사로 지원했다는 사실은 ㄱ교회에서는 모르는 일이었다. 이에 청빙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아무개 장로는 11월 중순경 "소문이 파다한 순천 고 목사님의 마음을 돌이키사 순박한 양 떼들을 속이고 상처 주고 버리고 떠나오는 일이 없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교인들에게 보냈다. 

순천 ㄱ교회 박 아무개 원로목사는 11월 22일 치유하는교회 청빙위에 고 목사를 후보에서 빼 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 목사에게 위임을 한 지 1년 9개월이다. 고 목사를 데려가면 그쪽 교회는 웃을지 모르나 우리 교회는 낙심하고 슬퍼할 것이다. 우리 교회는 어떤 목회자가 오든지 목회자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할 수 없게 된다."

김의식 목사는 이 장로의 메시지와 박 원로목사의 호소문을 '불법 유인물'로 규정했다. 김 목사는 불법 유인물이 청빙위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부목사 동원해 밀어붙이기?
이 목사 향해 '자진 사퇴' 압박도 
치유하는교회는 후임 목사 청빙 문제로 법적 분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아무개 장로는 12월 10일 임시당회를 무효로 해 달라는 가처분을 내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치유하는교회는 후임 목사 청빙 문제로 법적 분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아무개 장로는 12월 10일 임시당회를 무효로 해 달라는 가처분을 내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담임목사는 당회 결의와 제직회 출석회원 과반수 찬성을 거쳐서 뽑는다. 교단법은 이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목사를 선출한다. 당회가 후임 목사를 뽑을 경우 담임목사가 청빙에 관여하기 쉽기 때문이다. 청빙위가 최종 후보를 결정하면 당회는 인준해 주고, 제직회 또는 공동의회 절차를 밟는 식으로 진행한다. 

김의식 목사 역시 "후임 목사는 청빙위가 결정하고 제직회를 통해서 하나님의 의견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김 목사는 청빙위가 절차상 하자를 저질렀다면서 총회 헌법에 따라 당회에서 투표로 후임 목사를 뽑겠다며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현재 치유하는교회 당회는 칭빙위원회 장로 22명을 포함해 김의식 목사, 부목사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부목사들이다. 김 목사는 당회에 부목사들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예장통합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목사도 당회원이다. 더 많은 사람이 당회에 참석해 의견을 모으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담임목사가 제왕적 위치에 있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부목사는 담임목사 의중에 따라 '거수기'로 전락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후임 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 부목사가 참여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를 두고 일부 장로는 김의식 목사가 고 목사를 후임으로 뽑고자 부목사들을 동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 아무개 장로는 12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임목사님은 계속 청빙위에 모든 걸 위임한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본인이 생각한 사람이 되지 않으니까 이걸 비토하고 부목사들까지 동원해 원하는 사람을 앉히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것은 교회를 사유화하겠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상식 밖의 일을 하는 것이다. 분명 청빙위서 결정한 후 제직회를 진행한다고 말해 왔다. (황진웅) 청빙위원장도 당회는 (투표가 아니라) 보고 절차만 밟는다고 이야기해 왔다"고 말했다.

청빙위 부위원장 이 장로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회장(김의식 목사)은 청빙위원들에게 '최종 낙점자 한 명을 결정하면 바로 제직회에 올리겠다'고 누누이 이야기했다. 자신은 후임 목사 청빙에 절대 관여하지 않고 청빙위서 결정되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는데, 결국 미는 후보가 되지 않으니까 이렇게 딴지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로는 김의식 목사가 소망교회 측에 이 목사의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김 목사가 '토요일(10일)에 임시당회를 열면 부목사 13명이 들어와서 투표하기 때문에, 소망교회 이 목사는 제직회에 올라갈 수도 없다'고, '그러니 자진 사퇴하라'고 소망교회에 압박을 넣었다. 자기 사람 세우려고 불의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망교회 측은 "외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만들어진 게 아니다. 왜 (김의식) 목사가 후임 목사 청빙에 관여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교회 규모가 크면 클수록 후임 목사를 뽑을 때 신중을 기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수개월에서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치유하는교회는 한 달 반 만에 후임 목사 청빙 절차를 완료해야 했다. 김의식 목사 은퇴는 2024년인데 왜 이리 서두른 것일까. 이와 관련해 이 장로는 "올해 12월 시무장로가 8명 정도 은퇴한다. 김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 중 은퇴자가 많다 보니 청빙 절차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를 따르는 장로들이 많을 때 후임을 뽑아야 나중에 상왕 정치도 하고 편할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 청빙위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까 '불법' 운운하며 폭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평소 김의식 목사에게 '영적인 장로'라고 칭찬받아 온 이들은 노골적으로 개입 중인 김 목사에 대해 말을 아꼈다. 청빙위원장이자 예장통합 영등포노회장과 전국장로회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황진웅 장로는 "(청빙이) 진행 중이다. 다른 말씀 드릴 게 없다.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며 전화를 끊었다. 윤 아무개 장로는 "교단법상 청빙위가 결정한 것을 당회에서 결의해야 하는 걸로 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청빙위원장이나 김의식 목사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부목사 거수기로 사용해 본 적 없어
압박 아니라 당회 분위기 전달했을 뿐
일부 장로와 <뉴스앤조이>가 문제"
김의식 목사는 청빙위원회에 후임 목사 청빙을 위임했다. 하지만 청빙위 결과가 나오자 '불법 선거'였다면서 당회에서 후임 목사 재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교단 안에서는 위임목사가 후임 목사 청빙에 대놓고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의식 목사는 청빙위원회에 후임 목사 청빙을 위임했다. 하지만 청빙위 결과가 나오자 '불법 선거'였다면서 당회에서 후임 목사 재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교단 안에서는 위임목사가 후임 목사 청빙 문제에 대놓고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치유하는교회 후임 목사 청빙 건은 예장통합 교단 안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후임 목사를 뽑는데 왜 위임목사가 대놓고 관여하는지, 곧 총회장이 될 공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 김의식 목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를 문제 삼는 일부 장로와 <뉴스앤조이>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의식 목사는 7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후임 목사 청빙위원회'는 추천 기구이지, 결정 기구가 아니라고 했다. 당회는 목사와 장로로 구성돼 있으며 자신은 부목사를 거수기로 사용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소망교회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청빙위의 많은 문제점과 당회 분위기를 전달했을 뿐이다. (이 목사에게) 사퇴하라고 해서 사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12월 10일 임시당회에 부목사들을 투표에 동원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의식 목사는 "개척한 교회 목사라면 힘이 있어서 그렇게 할지 모르지만, 일반 목사라면 당회·제직회·공동의회 절차가 목사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것을 <뉴스앤조이> 기자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항상 언론은 공정한 보도를 할 때 많은 독자층의 지지를 받지,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 영적 분별력이 없이 한쪽에 치우쳐 보도하면 한국교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과거처럼 교회 진실을 왜곡하고 외면하며 항상 불의한 자들의 편만 드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만일 고 목사가 뽑혔어도 임시당회를 열어 재투표했을 것인지, 결국 고 목사를 후임으로 세우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닌지 묻자, 김 목사는 "고 목사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일으켜 세운 교회인데 후임 목사를 불의한 방법에 의한 부정투표(로 뽑고) 결과를 그대로 방치하면 되겠는가. 그걸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치유하는교회는 후임 목사 청빙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장로는 "법적 검토는 마쳤다. 토요일에 진행하는 당회를 무효로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을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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