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치유 목회'를 표방해 온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가 "주의종을 함부로 대하다가는 권총 맞고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저주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총회 서기 등을 지낸 김 목사는 현재 서울 서초구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

김 목사는 1월 2일 서울 강서구 ㄷ교회 '제직원 헌신 예배'에서 '상한 마음의 치유(엡 4:31~32)'를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1990년 미국 버지니아주 페닌슐라제일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살해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하나님같이 높아져서 주의종을 함부로 대하다가는 권총 맞고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말세가 되니 사탄이 목사와 장로 사이를 다 갈라놓는다며, 장로·권사·집사가 목회자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부족한 종이 1989년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 유학을 갔어요. 한 달여 뒤에, 프린스턴 남쪽 버지니아주의 한인교회 목사님이 대낮에 권총을 구해 장로님 가게를 침입했어요. 장로님을 마주치자마자 권총을 발사했고, 장로님이 총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머리에 권총을 갖다 대고 확인 사살까지 한 뒤 목사님도 그 자리에서 자살했어요. 나중에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로는, 목사님이 어디 가실 데가 없는데 자꾸 교회에서 나가라고 상처를 준 것이었요. 권총 맞고 죽지 않으려면 절대 담임목사한테 나가라고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주의종은 하나님이 알아서 하시는 거예요."

김의식 목사는 자신 역시 교회 분쟁을 겪은 적 있다며 가해 목사의 심정을 공감했다는 발언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은 질병·사망으로 떠나가고, 교회가 부흥하게 됐다고도 했다. 치유하는교회(구 화곡동교회)는 사찰집사 해고 및 장로 선거 문제 등으로 수년간 분쟁을 겪은 바 있다.

"사건 이후에 선배 목사님들이 모인 자리에 갔어요. 그런데 선배 목사님들이 '우리는 그 목사님처럼 소리 나는 권총을 쏴 보지는 못했지만 교인들을 향해 소리 나지 않는 권총을 쏴 보지 않은 목사가 어딨겠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아무리 소리 안 나는 권총이라도 어떻게 목사가 교인들을 향해서 권총질을 할 수 있냐'는 생각에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분쟁하는 교회를 담임해 보니까 이제는 선배 목사님들 말씀이 가슴에 뜨겁게 와닿아요. 정말 소리 안 나는 권총이라도 있으면 갈겨 버리고 싶은 교인들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중략) 매일 눈물로 기도하는 사이 하나님께서 참다 안 되니까 '진노의 손'을 드셨어요. 그렇게 교회를 어지럽혔던 사람을 불러 갔고, 중병을 앓게 만들고, 제 발로 뛰쳐나가도록 정리해 주셨어요. 그래서 은혜롭고 행복한 교회로 부흥하게 됐어요."

그는 설교 내내 하나님 앞에 상처를 꺼내 놓고 상대방을 용서할 때 치유가 일어난다는 논리를 폈다. 반대로 마음속 상처를 사람·교회에 쏟으면 폭력을 당하고, 교회 분쟁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김의식 목사는 "지혜롭지 못한 여성들이 남편·자식을 변화시킨다고 큰소리치고 달려들다가 한 대씩 얻어터지면 겨울에 선글라스 끼고 나타난다"면서 "'죽여라' 하고 달려들지 말고, '주여'를 외쳐야 한다. 주님과 나만의 시간·장소에서, 가슴 아픈 사연을 모두 쏟아부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 '치유'를 주제로 한 설교에서 되려 교인들을 향한 부적절한 표현을 해 논란을 빚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의식 목사(치유하는교회) '치유'를 주제로 한 설교에서 되레 교인들을 향한 부적절한 표현을 해 논란을 빚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날 설교를 들은 ㄷ교회 교인들은 황당해했다. 익명을 요구한 ㄷ교회 집사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들은 직후 너무 불편하고 황당했다. 목양하는 성도에게 그렇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를 강단에서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김 목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ㄷ교회는 교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4일 설교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김의식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인들이 서로 치유받아 회복되고, 교회가 화평해야 한다는 의도였다. 한국교회가 서로 하나가 돼 코로나19를 이겨 내도 어려운 상황에서 목사·장로의 허물조차 덮지 않고 들추며 싸우면 무슨 유익이 되겠나.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교인들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설교가 신앙적으로나 목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