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회 예우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장통합 A교회 제직회는 내년 12월 은퇴하는 담임목사에게 주거비와 사례비 등을 포함해 약 3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형 교회 담임목사 예우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장통합 A교회 제직회는 내년 12월 은퇴하는 담임목사에게 주거비와 사례비 등을 포함해 약 3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주택비 12억 5000만 원, 매월 담임목사 사례비의 70%.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A교회는 12월 12일 제직회를 열고, 1년 뒤 은퇴하는 B 담임목사의 처우를 이같이 하기로 논의했다. B 목사는 내년 말까지 이 교회에서 19년 시무하게 되는데, 교회 측은 원로목사에 준하는 대우를 해 주기로 했다. A교회 출석 교인은 3000명이며, 1년 예산은 4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교회 은퇴예우준비위원회는 사전에 1안(주택비·퇴직금·위로금 포함 총 20억 원), 2안(주택비·퇴직금·위로금 포함 총 16억 원)을 들고 나왔는데, 제직회에서는 이것마저 '적다'는 의견이 많았다. B 목사가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택비·퇴직금뿐만 아니라 '사례비'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논의 끝에 제직회에서는 B 목사에게 주택비·퇴직금에 더해, 지금 받는 사례비의 70%를 매월 지급하기로 했다.

반대 의견이 없지는 않았다. 안수집사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교인은 B 목사에게 주택을 지급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소유권을 교회 명의로 하고, 사례비도 부목사보다 조금 많은 400만 원을 지급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간 담임목사의 공로를 감안해 더 많은 예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높았고, 안수집사회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수집사회 소속 C 집사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담임목사를 예우하고픈 교인들 심정은 이해하지만, 일반 상식 기준에 비춰 볼 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사례비의 70%를 적용하면 목사님은 매월 600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20년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4억이고, 주택비·퇴직금 등을 더하면 약 30억 원에 이른다. 일반 사회 기준에 비춰 볼 때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C 집사는 "집을 제공하는 것에 이견은 없다. 다만 다른 교회들처럼 소유권을 교회가 가지고 있다가 목사님 유고 시 교회가 돌려받으면 되는데, 굳이 주택비 명목으로 12억 5000만 원을 드리는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A교회 측은 이번 제직회에서 통과된 안을 19일 공동의회에서 최종 다룰 예정이다. 은퇴예우준비위 서기 D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직회에서 성도들이 투표로 결정한 사안이다. 과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의견이 다르지만 제직들이 이렇게 하자고 투표로 정했으니 따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주택비를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D 장로는 "주택 제공 여부는 교회마다 다르다. 앞으로 목사님이 어디에서 지내실지도 모른다. 미국이 될 수도 있고, 부산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주택비를 지급하는 게 낫다. 또, 이 주택을 교회 소유로 하면 (교회가) 재산을 불려 가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교회가 은퇴하는 목사에게 거액의 예우금 내지 전별금을 주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때로는 액수가 너무 과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케이스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계에서는 예우금을 주더라도 사회 통념에 맞춰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여러 대형 교회를 지켜봐 온 입장에서, A교회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교회에 비하면 예우 수준이 소박한 편이다. 교회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과하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이번 기회에 생산적인 논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일반 직장에 다니는 직원이 20년 정도 일하고 이렇게 받는다고 하면 황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연대 집행위원장)도 "예우금이든 전별금이든 일반 사회 기준에 맞춰 지급하는 게 상식적이다. 가령 30년 일하고 퇴직했을 때 3억 원을 받는다고 치자. 여기에 위로금까지 더해 총 6~7억 원이면 적당하다. 그런데 A교회는 사택비만 12억이 넘는다. 이건 안수집사회 주장대로 과하다. 사택도 교회 명의로 하고 목사 유고 시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최 회계사는 "간혹 목회자들이 평소 교회에 헌금을 내느라 돈을 못 모았다면서 과도한 예우를 정당화하는 경우도 있다. 돈 못 모으는 건 일반 회사원이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목사가 퇴임하는 대기업 임원처럼 혜택을 받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교회가 목사를 위한 사업장이나 기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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