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교단 연금제도 운용을 고민하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 포럼이 9월 3일 열렸다. 포럼에서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에 비해 감시, 관리가 미흡한 교단 연금제도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바람직한 교단 연금제도 운용을 고민하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 포럼이 9월 3일 열렸다. 포럼에서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에 비해 감시, 관리가 미흡한 교단 연금제도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대형 교회 목사들의 거액 전별금 논란은 미자립 교회 목사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수천수만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 목회자야 억 소리 나는 전별금에 별도 퇴직금까지 챙겨 가지만, 전별금은 고사하고 퇴직금 적립도 힘든 목사가 부지기수다.

교단 연금은 이런 어려운 목회자들, 또 기본재산이 없는 목회자들이 은퇴 후에도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이 때문에 '은혜로운 급여'라는 뜻의 '은급'恩給이라는 단어를 쓰는 교단도 있다. 하지만 돈이 쌓이다 보니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연금을 불릴 목적으로 투자했다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적도 있고, 심지어 연금 횡령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단을 가리지 않고 금융 사고가 일어나다 보니 연금재단을 향한 목회자들 인식도 좋지 않다. 가입률은 낮아지고, 교단 연금 대신 국민연금을 택하는 이도 늘고 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교단이 운영하는 연금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교단 연금, 목회자 노후 보장의 최선인가'라는 주제로 9월 3일 온라인 포럼을 열었다.

논란 끊이지 않는 연금재단
금융기관 준하는 관리 감독 시스템 부재
재무 상태, 기금 운용 상태 공시 필요

교단 연금은 목회자 노후를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공적 연금으로 볼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사적 금융 상품의 일종이다. 현재 연금제도를 시행 중인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총 7곳이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도 연금공제회를 운영했으나 횡령 사건 발생 후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교단 총회가 책임지고 운영한다지만, 연이은 사건·사고로 논란을 겪어 왔다. 예장합동은 2002년 벌어진 '은급재단 납골당 사건'으로 아직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예장통합은 연금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이 브로커와 결탁해 고위험 상품에 1600억 원을 투자하면서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기하성에서는 전 이사장과 총회장이 연금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았다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반면 교단 연금 재단은 금융회사가 아닌 재단법인(비영리)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금융감독원 관리 감독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외부 기관 감시와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에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교단에는 활성화돼 있지 않다. 이를 시행 중인 곳은 예장통합, 고신, 기장, 감리회 4곳이며, 그나마 예장고신은 명문화돼 있지 않았다. 운영 지침이나 계획 등을 명문화한 곳은 예장통합뿐이었고, 투자 한도를 정한 곳은 감리회뿐이었다. 또,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위탁 운용사 선정 절차나 기준을 세운 교단도 없었다. 그나마 예장통합이 사고를 겪고 2015년부터 절차를 세워 왔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김수일 간사는 금융기관에 준하는 관리 감독 시스템이 없다 보니 사건·사고가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금융사들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위험을 막고자 업무 규정과 투자 기준, 감시 감독 시스템을 사회로부터 요구받는다. 국가(금융감독원)는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법령에 근거해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고 감독한다"고 했다.

김수일 간사는 연금 가입자인 각 교단 목회자들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재무 상태나 기금 운용 상태 등을 공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장통합만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나머지 교단은 매년 총회를 통해 보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나눔 정신 없이 '투자'만 하는 연금제도
"이럴 거면 하나로 합치는 게 나을 수도,
기금 쌓지 말고 바로 배분해야"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는 연금 운용 시 '성경적' 관점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연금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연금재단이 불투명하게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와 관련해 최 회계사는 "이럴 거면 교단별로 재단을 나눌 이유가 없다. 차라리 재단을 하나로 합치는 게 수익에 좋다. 운영 비용도 줄어들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은급 제도의 근거가 되는 성경 구절 두 개를 언급했다. 사도행전 2장 44-45절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와 고린도후서 8장 14절 "이제 너희의 넉넉한 것으로 그들의 부족한 것을 보충함은 후에 그들의 넉넉한 것으로 너희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 균등하게 하려 함이라"에 근거해, 많이 낸 이가 많이 가져가는 '수익자 부담' 대신, 넉넉한 이가 부족한 이를 돕는 '연보 정신'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대표적 예로 건강보험 제도를 들었다. 최 회계사는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이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부담한다. 많이 벌면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내지만 모두가 고르게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건강보험 같은 특성을 가진 제도가 교회 내에 있느냐"고 말했다.

최 회계사는 현행처럼 기금을 유지하지 말고, 차라리 매년 모이는 부담금을 은퇴 목회자들에게 전액 배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각 교회가 수입 상황에 맞게 부담금을 납부하고, 목회자들 생활 형편에 따라 연금으로 지급하자는 말이다.

예장통합은 4000억 원이 넘는 연금 기금을 운용한다. 이사장 등 일부 임원이 불법 대출을 주도하다 홍역을 치룬 이후 제도를 정비하고 자금 운용을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은 4000억 원이 넘는 연금 기금을 운용한다. 이사장 등 일부 임원이 불법 대출을 주도하다 홍역을 치른 이후 제도를 정비하고 자금 운용을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국민연금연구원이 예장합동·통합, 기장, 감리회 목회자 262명을 일대일로 심층 조사해 2017년 발표한 <성직자 노후 보장 실태와 국민연금 가입 제고 방안>(유희원·한신실)을 보면, 응답자 67.9%가 연금제도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응답이 65.2%로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해 최호윤 회계사는 "시장경제에서는 수익이 안 나거나 손실이 나면,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인다. 이 논리가 현재 연금제도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회자 부담금을 늘리고 노후 보장 금액을 줄이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회자들은 교단 연금에 가입해도 노후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가입을 주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와 낮은 보장 등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목회자들의 은급 가입 비율은 저조한 편이다. 일부는 교단 연금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하기도 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많이 내고 많이 받으려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서 문제가 비롯한다며, 모든 목회자가 가입하되 어려운 목회자들을 돕는 공적 부조 형태로 연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 갈무리
사고와 낮은 보장 등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목회자들의 은급 가입 비율은 저조한 편이다. 일부는 교단 연금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하기도 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많이 내고 많이 받으려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서 문제가 비롯한다며, 모든 목회자가 가입하되 어려운 목회자들을 돕는 공적 부조 형태로 연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 갈무리

현장 목회자는 연금제도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포럼에 참석한 예장합동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금융 서비스가 부족했던 시기에 만들어져 한동안 잘 쓰였던 교단 연금제도가 이제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교단 연금을 내는 사람과 못 내는 사람 간 양극화도 고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연금재단 감사를 지낸 배원기 교수(홍익대 경영대학원)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감사 재직 당시 불법 브로커 사태를 지적했던 배 교수는 "교단은 비영리 조직인데, 책임자인 이사나 감사의 윤리가 중요하다. 또 일하다 보면 오류나 부정이 발생할 수 있으니 서로 견제하고 내부 통제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임원들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안타까웠는데, 문제를 아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윤 회계사 역시 일부 목사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구조로는 전체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단장 출신이 재단이사장을, 중진 목회자들이 재단 이사회를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 회계사는 "교단 연금은 목회자 개인이 내기도 하지만, 헌금 중 일부가 연금재단 재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교단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되어야만 한다. 교인 대표, 젊은 목회자, 은퇴 목회자 등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함께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