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를 비롯한 4대 종단 종교인들이 11월 26일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가족 추모 등을 염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기독교 전통에 따른 기도회를 연 후, 참사 골목까지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개신교를 비롯한 4대 종단 종교인들이 11월 26일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가족 추모 등을 염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기독교 전통에 따른 기도회를 연 후, 참사 골목까지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연대하는 종교인들의 기도회가 11월 26일 오후 5시 녹사평역 앞 이태원광장에서 열렸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나눔의집협의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등 4대 종단(개신교·가톨릭·불교·원불교) 종교인들과 시민 40여 명이 기도회에 참석했다.

기도회는 대한성공회 자캐오 사제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박상훈 사제의 인도로 그리스도교 예식에 맞춰 진행됐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기도와 함께 참석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성서 말씀을 읽었다. 이어서 자캐오 사제의 인도를 따라 "이 참사를 섣부른 종교적·문화적·정치적 신념에 따라 해석하며 가볍게 떠들지 않도록 해 달라. 깊은 애도로 희생자를 비롯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과 연대하겠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각 종단 종교인들과 현장 참석자들의 발언, 가수 장현호·엔틸드의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사회적·공적 추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용산시민연대 이원영 활동가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그곳을 보호하는 데는 정말 많은 경찰이 동원됐지만, 이태원 좁은 골목에는 10만 명이 모였는데도 아무런 안전 대책이 없었다. 참사 당일 많은 사람이 위험을 경고했지만 철저하게 무시됐다"면서 "이번 참사는 권력형 범죄고, 직무를 유기한 자들의 범죄다. 지금은 유가족을 위해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함께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대각 스님은 "참사 발생 한 달이 돼 가지만 진실과 책임은 여전히 겉돌고 있다.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고,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희생자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위로하고 슬픔을 나누면서 진상 규명과 대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불교 인권위원회 오광선 교무도 "정부가 먼저 유가족들을 모아 서로 위로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줘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유가족들이 그들의 상처를 홀로 안고 조용히 지나가기를 원했던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오 교무는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고 참사 책임자들이 책임지게 하는 것이 또 다른 참사를 막는 길이며 진정한 추모의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캐오 사제는 침묵으로 해밀톤호텔까지 행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희생자들을 공적·사회적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유가족들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고, 그에 따라 한 걸음 걸어갈 수 있도록 기다림과 연대의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종교인들의 인도에 따라 촛불을 들고 500m를 행진했다. 함께 행진한 이들은 약 10분간 참사 현장 골목에 붙은 추모 문구들을 보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참사 당일 최초로 경찰 신고가 접수됐던 오후 6시 34분이 되자, 모두 촛불을 끄고 1분간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 후 추모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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