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진격의 교인'들을 소개합니다. 성서가 강조하는 가치와 뜻을 실천하기 위해 일상에서 진격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기독교의 역할과 모습을 찾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이달 초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어린이 테마파크에서 '청설모'를 만났습니다. 숲에서 아이는 그네를 타고 있었고, 저는 뒤에서 밀어 주고 있었죠. 그런 저희 앞에 청설모가 나타났습니다. 불과 2~3m 앞에 말이죠. 말 그대로 하늘에서 똑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깃털을 꽂은 것 같은 뾰족한 두 귀에 잡티 없이 맑은 검은 눈, 밤색 열매를 꽉 움켜쥔 작은 손가락과 재를 뒤집어 쓴 듯한 짙은 회색 털…. 청설모는 마치 숲의 집사라도 된 것처럼 낯선 손님을 응시했습니다. 잠시였지만 사진에서 보듯 멈춰 있는 모습이 생소했습니다. 눈이 마주친 느낌도 들었고요.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지만, 생각해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공원이 있는 곳은 경기도 북부에서 높은 축에 속하는 소요산과 왕방산에 둘러싸인 숲이었으니까요. 야생동물을 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울타리와 철창 없이 이렇게 가까이서 동물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하고 반가우면서도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급히 찍느라 초점이 잘 안 잡혔네요. 뉴스앤조이 박요셉
급히 찍느라 초점이 잘 안 잡혔네요. 뉴스앤조이 박요셉

야생에서 동물을 조우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이질감이 왜 들었을까요. 그 이유를 공윤지 작가를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문명 세계에 익숙해진 탓에, 우리 삶이 자연에 속해 있다는 감각이 흐려진 것이었죠. 사실 주변을 돌아보면 일상에서도 야생의 조각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개천을 배회하는 오리 가족과 왜가리, 빌딩 뒷면과 다리 밑을 점령한 비둘기 군단, 아파트 화단에 터 잡은 들고양이들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공윤지 작가는 기후 위기 시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감각은 자연과의 연결감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 위에는 가족과 친구 외에도 다양한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일이죠. 우리 삶이 만물과 연결돼 있다고 인지하는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공 작가는 말합니다.

그림책 작가이자 예술교육 실천가인 공 작가는 올해 기후 위기를 주제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노르웨이·영국에서 만난 예술교육 실천가, 기후 위기 운동가들과 나눈 대화와 이들의 활동을 글로 소개하는 일입니다.

공윤지 작가를 10월 6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나무를 베지 마,
내 가족과 친구를 지켜 줘,
나와 함께 숨 쉬어 줘"
공윤지 작가는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공윤지 작가는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프로젝트를 위한 펀딩을 진행하고 계시죠?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올해 여름, 영국과 노르웨이를 방문했어요. 거기서 들었던 기후 행동에 관한 생각들, 인터뷰어로 만난 예술가와 활동가들 이야기를 책으로 정리하려고 해요. 다양한 생명과 공존하는 감각을 키우는 방법도 담으려 하고요.

프로젝트 이름은 '우정의 언어, 예술'이에요. 세 가지 키워드를 탐색해요. '기후 위기', '예술', '공존'이죠." (※기후 위기 시대 예술로 공존하기 '우정의 언어, 예술')

- 노르웨이에 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노르웨이가 기후 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요.

"노르웨이는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펼치기로 유명해요. 수도 오슬로는 대표적인 친환경 도시고요. 일찍부터 도심 내 차량 수를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감소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어요. 어떻게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었어요.

특별히 가 보고 싶은 장소도 있었어요. '퓨처 라이브러리'와 '국제 종자 저장고'요. 두 기관은 모두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거든요. 기후 위기와 재난이 인간의 미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찾고 싶었어요."

공윤지 작가의 말처럼, 노르웨이 현인들은 오늘에만 머물러 있던 인류의 시선을 미래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퓨처 라이브러리는 2014년 시작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100년 동안 매년 작가 한 명을 선정해, 이들의 작품을 '침묵의 방'에 보관합니다. 이 작품들은 100년 동안 비공개 상태로 있다가, 2114년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때 사용할 종이를 위해 오슬로 북쪽 노르드마르카 숲에 나무 1000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소설가 한강이 2019년 역대 다섯 번째 작가로 선정됐습니다.

국제 종자 저장고는 북극에서 1300km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있는 거대한 씨앗 창고입니다. 앞으로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를 재난을 대비해, 전 세계 식물의 씨앗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르웨이 최북단에 있는 스발바르제도의 모습입니다. 사진 제공 공윤지
노르웨이 최북단에 있는 스발바르제도의 모습입니다. 사진 제공 공윤지
현대판 '노아의방주'로 불리는 국제 종자 저장고입니다. 사진 제공 공윤지
현대판 '노아의방주'로 불리는 국제 종자 저장고입니다. 사진 제공 공윤지

- 작가님께서는 노르웨이에서 열린 '제6회 국제 예술교육 실천가 대회(ITAC6)'에도 참가하셨죠. 'A Coexistence Dictionary(공존 사전)'라는 워크숍도 진행했고요.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참가자들이 동물의 몸짓을 표현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워크숍이었어요. 팬데믹을 경험한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상상해 보는 시간이었죠."

공윤지 작가는 파란 표지에 'A Coexistence Dictionary'라고 적힌 스크랩북을 꺼내 보였습니다. 책장을 펼치자, 참가자들이 표현한 고릴라, 표범, 아르마딜로, 유니콘(?) 등 다양한 동물 그림이 나왔습니다.

'공존 사전'(첫 번째 사진)과 참가자들의 작품. 뉴스앤조이 박요셉
'공존 사전'(첫 번째 사진)과 참가자들의 작품입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참가자들이 다들 개성 있게 표현했네요.

"작품을 만들기 전에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어요. 먼저 모두가 동물이 됐죠. 다 같이 서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어떤 동물이 될지 떠올리며 그대로 따라했어요.

참가자들에게는 동물에 대한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아요. 저마다 동물에 관한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몸을 움직이는 거죠. 어떤 사람은 꼬리가 달린 것처럼 행동하고요. 또 다른 사람은 날갯짓을 해요. 목이 길어진 시늉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당시 워크숍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봤습니다. 20명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눈을 감고 있었고 서로 다른 몸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걷거나 기거나, 무릎을 높이 올리거나,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상상 속 동물을 표현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제가 상황을 부여했어요. '먹이를 찾으세요', '새끼를 낳아요', '가족들과 지낼 곳을 구하세요'라고요. 마지막으로는 인간들로 인해 안전한 삶의 터전이 사라진 상황을 부여해요. 그리고 인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죠."

공 작가의 설명을 듣고 다시 '공존 사전’을 펼쳐 봤습니다. 아까는 보지 못했던, 그림 옆에 적힌 짧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물들의 말이었습니다.

"나무를 베지 마."

"내 가족과 친구를 지켜 줘."

"나와 함께 숨 쉬어 줘."

'기후 위기'라는 말이 지겹다면 
숲이나 강가를 걸으세요

공윤지 작가가 만들 책에는 '공존 사전' 워크숍 내용과 함께 네 사람의 인터뷰가 실립니다. 이번 영국·노르웨이 일정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런던에서 천연 안료를 만드는 루시 메이어(영국), ITAC6에서 기조연설을 한 기후 활동가이자 자신을 '아티비스트(Art + Activist)'로 정의하고 있는 라즈 살바리타(필리핀), 퓨처 라이브러리 디렉터 앤 비아트 호빈드(노르웨이), 예술교육 실천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ITAC 설립자 에릭 부스(미국)입니다.

- 무엇을 물어보셨나요?

"공통으로 물어본 질문 중 하나는 '예술이 기후 위기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였어요.

또 다른 하나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질문이었는데요. 개인이 일상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조언을 부탁했어요."

- 그중 기억에 남은 대답이 있나요? 나중에 책으로 나오긴 하겠지만 일부를 공개해 주신다면요.

"루시 메이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더 집중해서 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멀리 떨어진 해외나 다른 지역보다는 주변을 더 관찰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하라는 거예요.

루시는 템스강 주변에서 돌과 모래, 폐타이어 같은 폐기물을 모아 천연 안료를 만들어요. 그가 색의 재료를 찾기 위해 강을 탐색하는 시간은 지역과 연결되는 과정이에요. 이 지역이 어떤 역사를 거쳐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어떤 사람과 자연물이 존재해 왔는지 함께 생각하게 되거든요."

공윤지 작가가 만난 사람들입니다. '우정의 언어, 예술' 펀딩 페이지 갈무리
공윤지 작가가 만난 사람들입니다. '우정의 언어, 예술' 펀딩 페이지 갈무리

- 기후 위기가 태평양 어느 섬이나 북반구 해안 도시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지역, 내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겠군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어떤 자연물과 생명체가 있는지 관찰하는 일이 필요하겠고요.

"에릭 부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대규모 활동이나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기보다 먼저 나와 자연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그 관계를 깊이 발전시켜 나가라고요. 자연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감정이나 경험을 키워 나가는 거죠."

-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이나 참여를 강조할 줄 알았는데, 개인의 자각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네요.

"인터넷이나 뉴스를 보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려 주는 내용이 이미 넘쳐 나요.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개개인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기후 위기에 관한 경고나 심각성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기까지 어느 정도 간극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밖에서는 태풍이 불고 가뭄이 들고 계절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잖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이 문제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 거 같아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 같고요.

공감은 안 되는데 당위성만 내세우면 듣는 사람은 답답하고 피곤하죠. 인터뷰어들은 그래서 우리가 먼저 무엇과 연결돼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거 같아요."

고백하건대, 환경오염과 기후 문제를 강조하는 사람이나 글을 접했을 때 저 역시 그랬습니다. 내 문제로 깊이 공감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살면서 신경 써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제는 지구의 온도까지 챙겨야 하다니'라면서요.

- 기후 위기에 무감각했던 개인이나 사회가 달라질까요?

"또 다른 인터뷰어 라즈 살바리타는 이렇게 말해요. 이 일에는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고요. 변할 수 있죠. 다만 그 변화를 기다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기후 위기 앞에서
희망을 놓지 않기

공윤지 작가는 <The Hummingbird Has Spoken 벌새가 말했다>(2019), <세차>(2020), <이사>(2021) 등 매년 꾸준히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The Hummingbird Has Spoken>은 남미에서 전래한 크리킨디라는 작은 벌새 우화를 다룬 작품입니다.

큰 산불이 나자, 숲속 동물이 도망칩니다. 그런데 크리킨디라는 벌새는 입에 물을 머금고 홀로 숲속으로 날아갑니다. 불을 끄려는 거죠. 거대한 불 앞에 한 줌도 안 되는 물을 뿌리는 벌새. 도망치던 짐승들이 말합니다. 헛수고라고요. 이때 크리킨디가 했던 말이 유명하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야."

벌새가 동물 친구들에게 말하는 장면. <The Hummingbird Has Spoken> 갈무리
벌새가 동물 친구들에게 말하는 장면. <The Hummingbird Has Spoken> 갈무리

- 원래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었나요?

"어떻게 보면 벌새가 여기까지 저를 계속 쪼아 왔다고 말할 수 있어요.(웃음) 이 책을 2017년부터 작업하기 시작해서 2019년에 끝냈거든요. 비록 벌새 우화를 다루긴 했지만 환경 이슈에는 지금처럼 관심이 크진 않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찾아왔죠. 삶이 많이 변했어요. 평소 어린이와 청소년들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진행해 왔는데, 2020년에는 개학이 무기한 연기됐잖아요. 미래를 알 수 없었죠. '뉴노멀'이라는 말처럼, 모든 게 리셋된 상황이었으니까요.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찾아온 이유를 찾아보니까, 그 이유가 기후 위기와 연결돼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이 주제에 한 걸음 더 다가갔던 것 같아요."

- 이전에 더피커 송경호 대표님을 만났을 때, 기후 위기 해결에 접근하는 루트를 세 개로 분류하시더라고요. 기후 정책을 만드는 정치 영역, 환경에 무해한 자원과 대체 에너지를 개발할 기술 영역, 마지막으로 개인의 실천 영역으로요. 작가님께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기후 위기 시대에서 예술로 공존하기'라는 카피를 사용하셨는데요. 예술이 기후 위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하는 일은 정확히 '예술교육'이에요. 예술교육의 장점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장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예요.

'공존 사전' 워크숍을 생각해 보세요.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이 평소와 다르게 몸을 움직여 보면서 동물 흉내를 냈죠. 사람은 신기하게도 생소한 장소에서 새로운 룰을 부여하면, 그동안 보여 주지 않았던 모습들을 드러내요. 그런 구조를 설계하는 게 예술교육 실천가의 일이고요.

지금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걸 어느 정도 인정하잖아요. 다들 고민은 하고 있는데,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몰라 답답한 상태고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하며 위기에 공감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예술교육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글이 밝고 희망적이었어요. 기후 위기는 어떻게 보면 거대하고 심각한 문제잖아요. 그 앞에서 인간은 마치 벌새처럼 무력한 존재고요. 제가 접했던 기후 위기 관련 글도 대부분 엄중하고 경고성이 짙었는데, 프로젝트에서 느껴지는 성격은 다르더라고요.

"우리가 기후 위기를 알리고 문제의식을 깨우는 방식이 되게 야단치는 느낌이 좀 들었던 거 같아요. 근데 사람이 계속 야단만 맞으면 무기력해지잖아요. 다들 어느 정도 알고 공감하는데 자꾸 혼나니까 거꾸로 무관심해지거나 외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 했어요.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잘 모르고 경험이 부족하니까 무엇이 맞고 틀린지 명확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요."

공윤지 작가는 예술교육을 할 때 자신의 역할을 무언가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경험을 끌어내 새로운 경험과 접목하게 한 뒤, 다른 감각으로 연결해 주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그는 기후 위기를 대할 때도 사람들이 서로 친구 같은 관계로 모여 같이 고민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이 프로젝트 이름이 왜 '우정의 언어, 예술'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모양의 우정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 작가는 사람들끼리 단순히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우정의 스펙트럼 안에 자연과 동식물까지도 초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공윤지 작가. 뉴스앤조이 박요셉
공윤지 작가. 뉴스앤조이 박요셉
우리 주변은
모두 살아 있는 것들

공 작가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출석한 기독교인입니다. 20대에는 신앙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를 보냈고, 익명성이 없는 교회를 찾다가 지금은 작은 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기후 위기에 관하여 교회나 기독교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우리가 생명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기독교인이든 다른 종교를 갖고 있든 혹은 종교를 갖고 있지 않든, 생명을 갖고 있다는 감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생명이든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은 비슷하잖아요. 호흡해야 하고 영양을 섭취해야 하고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죠. 그런데 이 생명이 나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나무나 새, 흙이나 물에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좀 더 자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 하나님이 우리 인간뿐 아니라 주변 존재에도 생명을 심어 주셨다는 것을 기억해야겠군요.

"우리가 길을 걷다 보면 새소리가 들리잖아요. 그것을 어떤 생명이 있는 존재의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먹이를 찾았어', '저기로 이동하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겠죠. 나무나 꽃들도 이파리 색으로 자기 상태를 표현하잖아요. 물이 부족하면 시들고, 추우면 색이 변하죠.

우리 기독교인들은 새로운 생명을 받아 다시 살게 된 사람들인 만큼,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 나 외에 다른 생명의 존재나 그 가치를 좀 더 자주 생각하고 묵상했으면 좋겠어요."

공윤지 작가 소개 문구와 프로젝트 콘텐츠 구성. '우정의 언어, 예술' 펀딩 페이지 갈무리
기후 위기 시대 예술로 공존하기 '우정의 언어, 예술' 텀블벅 펀딩은 10월 26일까지 진행합니다. 펀딩에 참여하는 분들은 공 작가의 글을 책 혹은 뉴스레터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소개는 펀딩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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