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마이크 기도회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오픈 마이크 기도회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8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오픈 마이크 기도회'를 열었다. '오픈 마이크',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기도회였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김영준 활동가는 "어떤 명사를 모시기보다 최대한 평등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도회는 13명이 모여 조촐하게 시작됐다. 사전에 신청한 5명이 발언대로 나와 기후 위기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했다. 녹색당 전국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유현 씨는 "기후 위기는 범지구적인 생존의 문제인데 왜 우리는 이 의제로 하나가 될 수 없는 걸까 생각하면 무력감에 빠지고 '기후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모여서 위기의식을 나누고, 함께해야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언어들도 공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교회가 잘하는 것이 있는데, '내일 당장 예수님이 오실 수도 있으니 한 사람이라도 더 전도해야 한다'는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도 좀 더 거리에 나와 외치고,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함께 어떻게 투쟁해야 할지 나누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인 윤은성 씨는 직접 지은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현대 철학자가 사회변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매체로 '시'를 많이 꼽는다. 장르로서의 시라기보다는 시적 감수성을 공유하고 연약한 감각을 나누는 일을 통해 변혁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의 언어가 강력한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발화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어떤 힘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름이 있는 광장에 모여서 우리는' - 윤은성

혼란 속에 있어요 / 비가 오면 노아의 방주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 그리고 물어요 /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

우리는 이곳에 마스크를 쓰고 모였어요 / 완전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로

눈을 보고 있다고 위로도 해보지만 //

우리는 말 없이도 서로를 / 다치게 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 //

우린 다 달라요 각자의 칼날을 서로에게 겨누고 / 휘두를 수도 있죠 / 한 자리에 모인 마당에 / 무거운 비구름 앞에 모인 마당에 / 산이 불타는 마당에 / 사람이 여전히 사람을 죽이고 / 우리가 동물이라 부르는 생명들을 잡아먹는 마당에 //

우리는 점점 우리로 좁혀지고 / 날카롭게 벼려지고 //

우리의 이웃이 움직이지 못할 동안 / 가닿지 못한 채로 / 슬픈 소식으로만 존재를 확인하는 마당에 / 우리가 흉기로 만들어진 우리라는 이름으로 / 묶여있는 마당에 //

가장 많이 진 건 누구입니까? //

어둑해 도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날들입니다 //

바닥을 향해 시선을 내리거나 / 어둑한 하늘을 향해 올려다 보거나 / 우리가 어디를 향해 사죄할지 찾아보려는 동안 //

서로를 봅니다 / 그대 얼굴의 표정을 확인하겠다는 것 //

울고 싶은데 울 수 없을 것 같아요1) / 확인해야 하니까 /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 서로에게 말해주며 / 안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할 테니까 / 여기선 서로를 구하지 못하고 우는 일을 / 애통이라고 / 슬퍼하고 아파하는 일이라고 / 말합니다 //

참가자들은 올 여름 쏟아진 폭우로 주거 취약 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폭우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문형욱 활동가는 "(이번 재난은) 기후 재난이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더 빨리 찾아간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예수께서는 이 땅에 오실 때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고, 가장 낮은 자들을 찾아다니셨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계명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광화문광장에서 오픈 마이크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발언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여기(클릭)를 눌러 신청하면 된다.


1) 박소란 시인의 시 '울고 싶은 마음'에서 변형하여 옮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