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전 세계 과학자들이 공인하고 대다수 시민이 피부로 경험하고 있는 기후 위기 현실은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또 다른 과학자들이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각종 근거를 내놓으며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기후 위기론이 공포를 조장한다며 반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과 정확한 이해가 절실한 상황에서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이 6월 24일 2차 정기 포럼을 열었다.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기후 위기의 과학적 사회적 현실'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기후과학자 김백민 교수(부경대학교)와 김병권 전 소장(정의정책연구소)이 발표를 맡아 '기후 위기 부정론'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현실을 조명했다. 포럼은 온·오프라인으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이 6월 24일 '기후 위기의 과학적 사회적 현실'을 주제로 2차 정기 포럼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이 6월 24일 '기후 위기의 과학적 사회적 현실'을 주제로 2차 정기 포럼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지구온난화는 자연적 현상?
화석연료 남용한 인간 책임

'진보의 상상력 - 기후 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병권 소장은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소장은 "일부 시민들과 정치권 등에서 기후 위기 현실을 실감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리스크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 안에 전 세계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위기 요소 중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기후·환경과 관련돼 있다"며 '기후 비상사태'는 엄연한 과학적 현실이자 인류 최대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지구 평균온도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수천수만 년에 걸쳐 자연적 요소에 따라 순환·변화하며, 이전에도 높았던 적이 있으므로 문제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소장은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기후 위기는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 활동 때문에 발생했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남용해 배출한 탄소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80%에 해당한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폭증한 1950년대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 이후 지구의 탄소 순환 체계가 실질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즉 200년 전 산업혁명 세대의 책임이 아니라 오늘날을 사는 우리 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IPCC 보고서'에 실린 내용은 과장된 것이라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 김병권 소장은 "IPCC는 국제조직 대다수가 그렇듯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거기에 참여하는 과학자들 중 90% 이상이 합의한 내용들만 보고서에 싣는다. 상황을 이보다 훨씬 더 안 좋게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 IPCC 보고서 자체가 과장된 주장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병권 전 소장(정의정책연구소)는 기후 위기를 불러온 책임은 과거 세대가 아니라 우리 세대에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병권 전 소장(정의정책연구소)는 기후 위기를 불러온 책임은 과거 세대가 아니라 우리 세대에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기후 위기는 미래 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병권 소장은 "기후 위기 대처는 '북극곰 살리기 캠페인' 같은 게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또 "탄소 배출량 감축 기준을 보통 2050년으로 설정하니 먼 얘기 같지만, 당장 2030년까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하고, 2040년까지 거기서 또 절반을 줄여야 한다. 매년 7%씩 줄여 나가야 하는 어려운 수치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널널하게 가다가 막판에 줄여 보겠다는 말은 사실상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안을 절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 식량 위기와도 연결
감축 '올인'보다 적응 병행해야"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올바른 답을 찾을 것이다'를 주제로 발표한 김백민 교수도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이들의 주장을 논박하며 과학적인 자료들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는 사기극이다'라는 회의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가 사실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후 위기는 자연과 데이터가 이미 증명해 주고 있는 매우 확실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온도와 이산화탄소 증가량을 비교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후 위기는 인간 활동과 매우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후 위기 부정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오래전 지구는 인간 활동 없이도 눈덩이(Snowball Earth)가 된 적도 있고, 극지방에 생명체가 살만큼 따뜻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핵심은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에 있고, 이를 가속한 범인은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연이 지구를 바꾸는 속도는 생명이 충분히 적응해 갈 수 있을 만큼 느리다. 그러나 최근 150년 사이의 변화는 지질학적인 타임 스케일(시간 척도)이 아니라 인간의 타임 스케일로 지구를 바꾸고 있다. 지구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어마어마한 속도로 급격히 변화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속도'를 언급하지 않는다. 핵심은 얼마나 변했느냐가 아니라 속도다"라고 말했다.

김백민 교수(부경대학교)는 기후 위기의 범인은 '인간'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백민 교수(부경대학교)는 기후 위기의 범인은 '인간'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 식량 위기와도 연결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후 위기로 가뭄 지역은 더 가물어질 것이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은 더 자주 강하게 내릴 것이다. 문제는 최근 가뭄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밀의 최대 곡창지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밀은 원래 건조지역에서 자라는데 가뭄이 너무 심하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요즘 이슈가 되는 식량 위기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면 조금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현재 가장 가뭄이 심한 지역은 앞으로 100년 뒤에도 가뭄이 심할 것이다. 이건 기후과학자로서 말할 수 있는 팩트"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지만, 이에 대처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단순히 '감축'을 목표로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팩트를 정확히 알고 '적응'을 병행하며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했다. 김 교수는 "2050년 탄소 중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지만, 그렇다고 인류의 '멸종'을 단정 지으면서 공포에 빠지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응에도 순서와 방식이 있는데, 불가능한 목표 앞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만 너무 매몰돼 있는 것 같다. 감축뿐만 아니라 적응도 중요하다. 당장의 감축보다 차후 더 효율적인 감축을 위해 인프라를 만들고 현실에 맞는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을 차분히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한 핵심 공공 정책 △기후 불평등과 정의로운 전환 문제 △미래 탈탄소 경제사회에 대한 전망 등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눴다. 상세한 자료와 포럼 전체 내용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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