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설교: 네 관점>(비아토르)은 성경을 해석할 때 해석자의 관점과 설교자의 태도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대다수의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속한 교단 또는 출석하는 교회 목회자의 해석에 많이 의존한다. 다른 해석과 접근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무시하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워낙 이단과 불손한 해석들이 난무한 상황이니 안전한 길을 택하려는 최근의 분위기를 잘 알지만, 자칫 고정된 하나의 패턴에 갇히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설교자들에게 로마서를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면서 균형 잡힌 시선을 갖도록 도와준다. 전통적인 종교개혁의 '옛 관점'과, 구약의 빛으로 살피려는 '새 관점', 개인의 변화와 종말론적 해석을 펼치는 '묵시적 관점', 그리스도와 성령에 함께하는 '참여적 관점'을 펼쳐 보이면서 로마서라는 풍성한 밥상을 차려 놓았다. 설교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본문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이 책의 포인트다.

복음서가 네 가지로 존재할 때, 우리는 예수님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마태복음은 구약성경을 많이 인용하고 유대주의 관점에서 예수를 해석하면서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했다. 오순절 다락방 사건의 집주인 마가는 선교에 동참하고자 마가복음을 기록하면서 이방인에게 예수를 소개했다. 누가는 데오빌로에게 예수를 소개하면서 약자를 돌보고 살피시는 선하신 그리스도를 기록으로 남겼다. 요한은 자신의 공동체 식구들에게 영적이고 신비적인 그리스도를 전하기도 했다. 각각의 복음서는 저마다 다른 입장과 수신자의 상황을 고려해 예수를 해석하고 전달하면서 그리스도를 폭넓게 소개한다. 만약 하나의 복음서만 존재했다면 우리가 아는 예수는 아주 좁은 창문으로 바라본 예수가 아니었을까.

로마서도 마찬가지다. 로마서는 비록 한 권의 책으로 존재하지만, 다양한 입장으로 접근해 해석할 수 있다. 스캇 맥나이트의 <거꾸로 읽는 로마서>(비아토르)는 로마 교회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로마 교회의 정치적·사회적 현실을 고려해 로마서를 재구성한 그는, '강한 자(이방인 그리스도인)'와 '약한 자(유대인 그리스도인)' 사이의 교리적·사회적 갈등을 향한 바울의 깊은 고민을 펼쳐 보였다. 표면적으로 로마서는 유대인들의 율법적 태도를 비판하고 이방인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구원사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한 꺼풀만 들춰 봐도 해석은 정말 다양해진다. 그럼 이 책에 필진으로 참여한 신학자·목회자들이 각자 입장에서 로마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로마서 설교: 네 관점> / 스캇 맥나이트·조지프 모디카 엮음 / 전의우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336쪽 / 2만 원
<로마서 설교: 네 관점> / 스캇 맥나이트·조지프 모디카 엮음 / 전의우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336쪽 / 2만 원
1. 종교개혁 관점(옛 관점)

루터교의 관점이라 불리우는 옛 관점은 기독교 복음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 구조를 취한다. 1)하나님 앞에 모든 사람은 죄인이다. 2)행위로서는 의로운 사람이 없다. 3)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죄를 대속하셨다. 4)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의롭게 하신다. '창조-타락-구속'으로 이어지는 복음의 기본 메시지는 로마서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점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라는 로마서 3장 23절의 주장은,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처지임을 강조한다. 유대인들이 율법을 먼저 받았다고 하더라도 율법을 실천하는 그들의 행위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 스티브 웨스터홀름은 율법을 가리켜 "하나님의 지혜로 창조된 세상에서 옳은 것과 나쁜 것, 선한 것과 악한 것을 분별하게 할 뿐"이라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율법의 의가 아닌 믿음의 의는 하나님의 은혜를 통하여 모든 이들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종교개혁 관점에서 어떤 로마서 설교가 가능할까? 마이클 버드는 "교회신학, 로마서: 다민족 선교적 교회 세우기"라는 설교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동등함은 곧 복음의 보편성으로 연결되며, 더 나아가 메시아적 선교 공동체를 세우는 데 목표가 있다고 말한다. 복음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게 한다. 로마 빈민가 공동주택 지구에 자리한 가정 교회들의 지체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 됨을 요구한다. 특히 교회가 A. D. 49년 추방되어 다시 돌아온 유대인들을 향한 반유대 정서를 극복하고, 유대인·이방인 사이의 갈등을 극복해 복음으로 하나 되고, 믿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 버드는 오늘날 교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제안하면서 "미국인이 함께 드리는 예배가 끝난 후, 자기네끼리만 따로 모인다면 어떻게 될지, 나중에 이들이 교회에서 다수가 된다면 어떻게 될지" 질문한다. 그러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주 되심은 인종적 다양성과 신학적 차이 가운데서 하나 됨을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고 설교한다.

칼 트루먼은 로마서 5장을 다룬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음으로써 일어나는 변화의 실제"라는 설교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의 기초인 '의롭게 됨'이 우리를 어떤 삶으로 인도하는지 설명한다. 의롭게 된 우리는 현재의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패를 가짐으로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게 되고,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소망할 수 있다. 죄악에 빠진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적대감이 제거됐으며, 루터의 주장처럼 이것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참된 자유를 선물했다. 트루먼은 이신칭의 교리는 교리로 끝나지 않고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한다며, 그리스도인은 마치 죄수가 사면되고, 암 환자가 완치된 것처럼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함을 누려야 한다고 전한다.

2. 새 관점

우리는 그동안 유대교를 기독교의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율법주의라는 테두리 안에 가둬 놓았다. E. P. 샌더스는 <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알맹e)에서 유대교를 '행위의 종교'로 보지 않고, 은혜에 기초한 종교로 재정의하면서 '언약적 율법주의'로 명명한다. 유대인들이 율법을 따르는 이유는 (행위로 구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적 은총을 토대로 이미 주어진 자신의 언약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따르는 제임스 던은 바울이 반대한 것은 유대주의가 아니라 '유대교 개종 권유'였다면서 구원은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지 개종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N. T. 라이트는 <바울과 하나님의 신실하심>(CH북스)에서 언약적 율법주의를 수용하면서 유대교와의 연속성에서 바울의 사상을 풀어 간다. 라이트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계시된, 한 분이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강조하며 교회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하나님의 백성과 새 하늘과 새 땅으로서 하나님의 종말론적 화해 비전을 내놓는다.

제임스 던은 로마서 8장을 가지고 "이미/아직의 균형"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다. 우리는 십자가를 통해 이미 사망의 육신의 법으로부터 자유함을 얻었을 뿐 아니라, 율법은 육신의 욕망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지만 성령의 법은 우리를 자유인으로 살도록 인도한다고 전한다. 또한 우리가 육체를 입고 있고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성령을 통하여 몸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맛보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성령의 인도를 받는다는 것은 두려움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을 사랑의 아버지로 경험하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공동 상속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스캇 맥나이트는 로마서 4장을 가지고 "믿음으로 평화의 인사를 건네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설교한다. 그는 유대인·이방인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로마 교회를 소개하면서, 오늘날 교회를 샐러드를 먹는 세 가지 방식에 빗대어 소개한다. 오늘날 미국 교회의 예배는 각자 샐러드 재료들을 다른 그릇에 담아서 먹는 분열된 모습이다. 그러나 그가 제안하는 샐러드 먹기는 모든 재료를 한데 섞고 올리브유를 부어 각 재료의 풍미를 더하는 방식이다. 즉, 각자의 정체성이 유지되면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추구하는 일치된 교회다. 그가 보기에, 바울이 로마서를 통해 전하는 평화의 인사는 환영받지 못한 이들을 환영하고 초대받지 않는 사람과 함께 식탁에 앉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평화를 위한 하나님의 공간이기에, 성화되지 못하고 불완전한 사람들을 위한 화해와 포용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3. 묵시적 관점

J. 루이스 마틴은 바울의 복음 선포가 예수님을 중심에 둔 하나님의 계시에 기초한다고 주장한다. 성서 텍스트를 두고 참과 거짓을 구별하며 논쟁할 때 궁극적인 의도를 놓친다면서, 예수님에 관한 진리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의 계시 관점으로 로마서를 살피면,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해방'이다. 그리스도의 구속은 인간에게 모든 상태의 해방을 가져온다. 죄로부터 해방된 인간은 새로운 피조물로서 거듭난 존재가 된다. 둘째는 '참여'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 안에서 깊은 사랑의 사귐을 갖게 된다. 셋째는 '행위 유발'인데, 인간적 동기가 아닌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관계 안에서 우리는 자유하게 된다. 마지막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메시야를 통한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이스라엘로서의 교회'다. 이러한 묵시적 관점은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하며,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요청한다. 또한 새로운 하나님나라 공동체인 교회를 통한 모든 백성들의 하나 됨을 소망한다.

제이슨 미켈리는 "불멸의 전투"란 제목으로 로마서 1장을 설교한다. 설교 도입부에서 국가정책연구원(NPI·백인 우월주의 싱크 탱크 - 편집자 주) 대표 리처드 스펜서가 나치를 지지해 헬스클럽 회원권을 박탈당한 기사를 언급한다. 경건치 못한 죄인이라는 점에서 스펜서가 회원 자격을 박탈당한 것은 마땅하지만, 로마서의 복음과 구원의 묵시적 관점에서는 죄인이라 해도 그리스도의 십자가 능력으로 의로워질 수 있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디카이오쉬네는 구원을 일으키는 권세로서, 하나님의 의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복음 안에서 불의를 바로잡아 가는 지속적인 힘으로 역사한다고 설명하며, 교회는 죄의 권세로부터 승리하신 하나님의 의를 선포하며 새롭게 창조하는 권세로 죄인을 초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 참여적 관점 

예수의 복음에 참여하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로마서는 죄인인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의 구원사에 참여하며 이 땅에서 예수 사건에 함께할 것인지에 관심을 둔다. 리처드 헤이스는 참여의 네 가지 핵심을 제안하는데, '한 가족에 속함', '그리스도와의 정치적 연대함', '에클레시아에 참여함', '그리스도의 내러티브에 참여함'이다. 그에 따르면, 이신칭의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간 인간은 그리스도와 친밀한 교제를 나누며 십자가와 부활에 지속적으로 참여한다. 로마서는 1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삶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예수를 믿으며 예수의 신실하심에 참여한 이들은 변화로서 칭의를 일으키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살아간다. 우리는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공동체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가 로마서를 참여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복음은 수동형에서 능동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리처드 헤이스는 "한 사람의 순종으로 새롭게 되다"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먼저 우리가 죄와 죽음의 그물에 걸려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그리스도를 통한 회복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선물은 그리스도의 순종하심으로 새로운 인류가 시작되고 있음을 선포한다. 그리스도가 가져온 세상은 죄로부터 해방된 새로운 나라이며, 이곳에서 우리는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게 된다. 수잔 헨더슨은 로마서 8장 설교 "숨 잘 쉬기"에서, 하나님의 영으로 새로운 영을 부여받은 우리가 하나님의 거룩한 숨을 쉬게 된다고 전한다. 하나님의 프뉴마와 우리의 프뉴마가 섞이면서 우리는 생명의 숨을 쉬게 된다.

이처럼 <로마서 설교: 네 관점>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로마서를 들여다보며 강조점을 달리한다. 유대인과 이방인의 화해를 통한 하나 됨을 추구하기도 하고, 구약의 눈으로 그리스도와 하나님나라를 해석하기도 하며, 개인의 변화와 새로운 세상을 향한 참여를 강조하기도 한다. 설교자와 청자의 상황에 따라 강조되는 부분도 있고, 의도적으로 간과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입장을 절대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상대방의 관점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려는 열린 자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로마서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하는 계기를 얻기를 바란다.

김승환 /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기독교와문화 강사로 재직 중이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호주 알파크루시스칼리지에서 강의했으며, 도시공동체연구소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윤리연구소 연구원이자,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회원이다. CTS '4인4색', 새물결아카데미, 청어람아카데미 등에서 공공신학과 기독교 공동체주의를 강의해 왔다. 공저로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도서출판100), <혐오와 한국교회>·<바이러스에 걸린 교회>(삼인)가 있고, 저서로는 <공공성과 공동체성>(CLC), <도시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새물결플러스)가 있다. 현재 공공신학, 도시신학, 급진 정통주의, 디지털 종교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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