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 초기부터 저희와 동역해 온 교회 성도님들과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잘 뵙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다들 그대로시더라고요. 뵐 때마다 <뉴스앤조이>와 어떤 사역을 함께할 수 있는지, 어떤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십니다. 세월이 흘러도 열정이 식지 않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저희가 어떤 사역들을 감당하고 있는지 말씀드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저희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셨는데, 이번에는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고 말이지요. 생각해 보니 지금껏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말씀하신 적이 없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복음'과 '신앙생활'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들 신나게 대화를 이어 갔는데, 재미있는 점은 우리 모두 이렇게 신나게 신앙 이야기를 해 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복음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역동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뉴스앤조이>는 9월 초 '복음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모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익숙한 신앙 언어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복음을 이야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나누는 모임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이야기할 때 신이 나고 에너지를 얻는 이유는, 복음에 정의·공의·평화·평안·회복·공감이 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2022년 한반도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복음을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일정과 형식은 곧 말씀드리겠습니다.

후원교회 성도님들과 '복음 말하기'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집사님 한 분이 교인들과 함께 진행한 '주말 농장'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과수원에서 사과나무를 키웠는데 가장 먹음직한 과실을 맺는 줄기를 찾다 보니 그 나무에서 가장 약한 줄기였다는 겁니다.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습니다. 바로 이렇게 복음을 말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웃들과 복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보자 약속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복음은 어느 시대에나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특히 약자들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약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면 그건 복음이 아니죠. 그래서 복음은 신명 나는 에너지입니다. 이 넘치는 힘을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으시길 바랍니다.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뉴스앤조이> 도현

처치독 리포트

'다른 길'이 새로운 희망이 되길

크게 관심 없을 것 같은데 유난히 조회 수가 많이 나오는 기사가 있습니다. 연초마다 쓰는 '신학교 입시 경쟁률' 기사인데요. 몇 년째 미달을 면치 못하고 존폐 기로에 선 신학교들의 사연에 다들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목사 수가 너무 많아졌고, 갈 임지도 없는 데다가, 졸업 후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도 마땅치 않으니 신학과가 자연스럽게 외면받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PK로 태어나 신학교에 진학했는데, 돌이켜 보면 직업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동기, 선후배가 최소한 학교 다니면서 새로운 직업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학교에 온 것이 소명이든 아니든, 워낙 '구별된' 일을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하는 것은 '비성경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무의식 속에 어떤 생각이 자리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또래들이 극심하게 겪었던 취업난, 구직 스트레스 같은 걸 신학교 4년간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목회를 안 하면 무슨 일을 하고 살까?'

다른 길로 간 신학생들을 만나는 건 색다르고 흥미로운 시도였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신학생 10명을 만났습니다.

직업이 다양했습니다. 경찰, 자영업자, 개발자‍, 카페 사장☕️, 축구교실 코치⚽️, 사진작가… 이들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신학생이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택해 떠났습니다. 신학교 다닐 때는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적나라했습니다.

전도사로 일하는 현장은 '구별된' 성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세속적이었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교회가 자신과 이분법적으로 구분짓는 '세상'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이고 권위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생계를 꾸려야 하지만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전도사, 담임목사·부교역자의 권위에 복종해야 하는 문화, 그들의 잘못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 능력보다는 핏줄과 연줄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구조….

신학생들은 하나같이 신앙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던 이들이었지만, 스스로 그 구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삯꾼 목사'가 될까 봐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이는 목회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이웃을 섬기는 게 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많은 신학생이 다른 길을 선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회'만이 각자의 유일한 소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길을 택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됐다거나 틀렸다는 인식은 버렸으면 합니다.

'어영부영'이라는 단어도 기억에 남습니다. 신학생들은 "어영부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늦기 전에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고민만 하지 말고, 정말 신학의 길이 아니다 싶으면 빨리 결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신학교 = 목회'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신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부디 '다른 길로 간 신학생들'의 이야기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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