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몽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7박 8일의 짧지 않은 일정이었는데요. 세계 3대 사막 중 하나라는 고비사막 등반을 포함해 5박 6일 투어를 하고, 앞뒤로 하루씩 수도 울란바토르에 머물렀어요. 투어 중 매일 4시간 이상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해서 멀미와 싸우기도 했고, 모래바람과 추위를 견디는 일이 힘들었어요. 쉬운 여행지는 아니었지만, 코로나 시국을 지나 오랜만의 해외여행이 주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동행한 친구들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동물을 볼 때마다 오래 관찰하고 영상까지 남기더라고요. 양과 염소를 실제로 안아 볼 기회를 얻었을 때 너무나 신나 했고요. 은하수를 사진에 담기 위해 DSLR 카메라를 가져오기도 했더라고요. 전문 별자리 앱을 미리 깔아 와서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했지요. 와이파이와 LTE가 잘 안될 때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도 하면서 순간순간을 부지런히 포착하려는 것 같았어요.

저는 짐이 단출한 것을 좋아해 옷가지와 준비물을 최소한으로만 챙겼고, 아이폰 가진 친구들이 찍어 주겠거니 하며 사진 찍는 데 크게 열심을 내지 않았어요. 뒤돌아보니, 사소해 보이는 준비물과 옷차림, 여행에 대한 태도가 꽤나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강추위를 감수하는 친구들을 보며, 저는 감탄하는 능력, 순간을 누리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답니다. 당시에는 마음가짐을 다잡는 일이 왜 그리 쉽지 않던지요.

여행도 그렇고, 일상에서도요. 번거롭다고 느껴져서 고사했던 것들을 놓쳐서 삶을 더 충만하게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아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행을 통해 하게 되었고요. 앞으로 조금씩 노력해 보려고 해요. 독자님의 소중한 일상에도, 경이로움과 감동, 감탄이 깃들길, 그래서 더 행복한 날들을 보내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역기획국 세향

처치독 리포트

평신도의 신학적 상상력에 도전을

이병주 변호사님은 차분한 분입니다. 함께 대화를 나누려면 귀를 쫑긋 세워야 하죠. 아주 차근차근 말씀하시거든요. 아, 체력도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차근차근한 목소리로 아주 심각한 대화를 '오래' 하실 수 있으니까요.

기사에 소개해 드린 대로, 지금은 교회에서 '1번 집사'로 불릴 만큼 독실한 신자가 되셨지만 젊은 날에는 민주화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강성 운동권'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상상이 잘 안 됩니다. 지금 뵈면 너무 부드러우시거든요. 청년 시절, 진리를 찾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고 마음먹으셨다고 하는데요. 그 진지함과 열정이 여전하십니다.

이 변호사님이 신앙을 갖게 된 계기도 범상치 않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극적인 치유를 경험하고 신앙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완전히 빠져들었죠. 이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인생의 모든 문제를 혼자 다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자유로워졌다."

평신도에게 '고퀄'의 신학을

그렇게 뜨겁게 몇 년간 신앙생활을 했는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겁니다.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생각인데 왜 문제냐고요? 이런 열망은 일반 교회에서는 잘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변호사님은 하던 일을 멈추고 신학교로 갔습니다. 제 주변에도 뒤늦게 신학을 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보통은 평신도의 삶을 잘 아는 목회자가 되시죠. 그런데 이병주 변호사님은 학위를 마치고 다시 생활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생활인으로 돌아온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신학에 관한 깊은 고민 때문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평신도'로서, 지금 교회에서 배우는 신학으로는 제대로 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렸죠? 이분이 얼마나 진지한 사람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온 답은 '평신도에게 수준 높은 신학 교육을 제공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김세윤 교수님을 설득해 모셨습니다. 처음 듣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김세윤 교수님은 바울신학의 세계적인 석학 중 한 분입니다. 그만큼 이병주 변호사님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셨다는 거겠죠? 그러니 교실도 아니고 교회도 아닌 강남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몇 주를 땀 뻘뻘 흘려 가며 강의하셨을 겁니다.

새로운 신앙의 언어를 구성해 나가는 일

2018년 시작된 평신도 교육은 끊이지 않고 지속됐습니다. 2020년에는 대표적인 기독교 단체들과 함께 '평신도의 상상력'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보통 신학자가 평신도를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는 아주 학문적인 내용보다는 설교 톤의 말씀을 하실 때가 많죠. 아무래도 언어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김세윤 교수님의 '평신도의 상상력' 강의는 그야말로 신학 강의였습니다. '평신도의 상상력' 가운데 괄호가 하나 더 있었던 것이죠. '평신도의 (신학적) 상상력'.

평신도가 왜 신학을 해야 할까요?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신앙의 언어라는 것이 바로 '신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구사하는 언어들이 사실은 신학자들에 의해 해석되고 재구성된 것 아니겠습니까. 목사님들의 설교 또한 그럴 것이고요.

생활인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시간과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 사이에서 어떤 괴리를 느끼셨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언어가 다르니까요. 평신도가 신학을 연구하는 건 새로운 신앙의 언어를 구성해 나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평신도의 언어라면 평신도가 연구해야겠죠. 신학자만큼 깊이 공부할 수는 없어도 많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평신도 신학 과정을 운영하기에 아주 적절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재영 교수님이 계시거든요. 정 교수님은 신학교 교수이시지만 평신도이고 사회학자입니다. 사회학 관점으로 기독교를 연구하시는 분이죠. 평신도 신학 과정과의 수준 높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제대로 신학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께는 참 좋은 기회이지 않나 싶습니다. 희망의 벽돌이 하나하나 쌓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뉴스앤조이> 도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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