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독 본문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쿵쿵쿵쿵 쾅! 쾅! 쾅!"

월요일 아침부터 주변 공기를 찢는 듯한 기계 장비 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뉴스앤조이> 사무실이 위치한 희년평화빌딩 바로 맞은편 건물이 별안간 대공사에 들어간 겁니다. 기쁜 마음으로 회사에 도착한 기자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공사 현장 담당자가 붙여 놓은 안내문에는 공사가 5월 14일까지 계속된다고 써 있었거든요….

공사 소음은 사무실 벽을 여과 없이 뚫고 들어왔습니다. 지하철 4호선 연장으로 집에서 회사까지 한 번에 올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는 사무실에 자주 나와야겠다고 다짐한 구권효 기자는 그 다짐을 하루 만에 고이 접어 나빌레라…. 평소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도 민감해하는 '예민 보스' 최승현 기자는 오후쯤 되니 거의 정신을 놓을 지경이었습니다. 급기야 "저렇게 부술 바에야 아예 건물을 폭파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하더군요(워워).

저는 그 와중에 괜찮은 분식집이나 하나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인근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점심마다 충무로역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식사 후 사무실로 올라오면 다시 배가 고파지거든요).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 말았습니다. 마을버스도 안 다니고 인적도 드문 이 남산 끝자락에 누가 식당을 차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잠시나마 사무실 이전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이사를 가느니 공유 오피스를 알아보느니 하다가 "이참에 우리 <뉴스앤조이>도 '용산 시대'를 열자"고 농을 던졌는데요. 재정 담당 오승연 국장님 말을 듣고 그냥 꿈만 꾸기로 했습니다…. 이전에는 비용이 들지만, 이전을 꿈꾸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잖아요?(주륵) 앞 건물이 공사하는 현실도 그저 꿈이라면 참 좋겠지만, 모쪼록 공사가 안전하게 잘 끝나기를 바랍니다. 이왕이면 분식집도요.

편집국 운송

처치독 리포트

광진교회 민경설 목사가 증명한 '제왕적 담임목사'

한국교회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지적돼 온 '제왕적 담임목사' 문화. <뉴스앤조이>가 3월 중순부터 보도하고 있는 광진교회(민경설 목사)는 이 '제왕적 담임목사'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예요.

1980년대 교회를 개척해 중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민경설 목사는 '설립자'라는 이유로 그야말로 교회에서 제왕적 지위를 누려 왔습니다. 왕이 있으면 신하도 있겠죠. 부교역자들과 교인들은 마치 신하처럼 민 목사의 폭언과 갑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성경적으로 목사 정년은 없다?

광진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을 비롯해 대다수 교단은 목사 정년을 70세로 규정하고 있어요. 그러나 민 목사는 "성경적으로 목사 정년은 없다"며 은퇴 이후에도 담임 목회를 계속하고 있죠. 아예 교회 정관을 고쳐 후임자가 뽑힐 때까지 본인이 최대 10년간 더 목회할 수 있도록 했어요. 다시 말하면, '적절한' 후임자가 없으면 민 목사는 80세까지 목회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죠.

민 목사가 물러나지 않는 이유도 황당한데요. 본인이 물러나면 교회 앞으로 설정된 130억 원대 빚을 갚지 못하고, 교회가 줄줄이 경매에 팔려 나갈 거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대표자가 바뀐다고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오히려 민 목사는 이렇게 의문을 품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연대보증 설 거냐"면서 도리어 화를 냈다고 해요.

그 사이 민경설 목사는 자신을 이사장으로, 측근 장로들을 이사로 하는 '재단법인'을 설립해 교회 핵심 부동산을 편입시켰어요. 당회나 제직회에서는 "빨리빨리 동의하고 재청하라"며 절차를 스리슬쩍 넘겼죠. 이렇게 되면 교인들이 수백, 수천 번 공동의회를 하더라도 교회 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한 교인은 "교회에 헌금하면 남의 건물 빚 갚아 주는 꼴이 된다"며 한탄했어요.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다"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데요. 민경설 목사의 행태를 보면 볼수록 교회를 자신이 일군 기업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돼요. 그는 부교역자들에게 본인 설교가 최고라면서 설교 리포트 작성을 강요했고, 부목사들은 "목사님 설교에 은혜 받았다"며 입에 발린 소리를 해야 했어요.

민경설 목사는 부목사들에게 '이 새끼', '저 새끼'는 기본이고, 수시로 폭언과 갑질을 일삼으며 종 부리듯 했어요. 뿐만 아니라 매년 사직서를 일괄 작성하라고 강요해 부교역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했죠. 실제로 일은 일대로 다 하다가 민 목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고된 목회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교인들도 이런 장면을 목격했는데, 민 목사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죠. '제왕적 담임목사'라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 건 이런 장면들 때문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취재 과정에서 수많은 부교역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10명이 넘는 광진교회 출신 목회자가 민 목사의 폭언과 갑질, 교회 사유화에 대해 증언했는데요. 그들이 민 목사 아래에서 얼마나 혹독하게 시달려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민경설 목사의 갑질과 폭언 녹음 파일을 입수한 경위도 황당합니다. 부교역자들은 애초에 악의적 목적으로 회의나 설교를 녹음한 게 아니라고 해요. 매번 회의 때마다 말이 달라지고, 이것저것 확인하고, 툭툭 던지듯 말하고 지나가다 보니 '지시 사항을 정확히 이행하기 위해' 녹음했다는 거예요. 결국 이렇게 시달린 목회자들은 '목사란 무엇인가' 하는 신앙적 딜레마에 빠져 교회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뉴스앤조이>는 아직도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부교역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보려 하는데요. 제보할 수 있는 문서를 만들었으니, 부당한 갑질과 폭언에 노출돼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들려 주세요. 열심히 취재해 보겠습니다.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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