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가 간음죄로 출교한 목사를 '무죄'로 다시 불러들이고, 법정에서 인천연희교회 교인들과 다투고 있다. 교단 내부에서는 감리회 대처가 부적절하다는 비판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간음죄로 출교된 인천연희교회 전 목사 윤동현 씨에게 '재재재심'을 열어 무죄를 선고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내부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까지 가서 끝난 사건을 되살린 것도 모자라, 감리회 본부가 윤 씨를 위해 소송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총회재판위·조남일 위원장)는 2월 4일 윤동현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반발한 인천연희교회(조경열 목사) 측은 총회 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번 가처분의 채권자는 인천연희교회이며 채무자는 감리회로 지정됐다. 감리회 본부는 과거 윤 씨를 변호한 적 있는 권 아무개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 대응하는 모양새다.

권 변호사는 법원에 낸 가처분 사건 준비 서면에서 "이번 판결(재재재심)은 윤동현의 감리교 목사 지위만 회복된 것이라 인천연희교회에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리회를 부흥·발전시키고 교회의 권위와 질서를 유지하고 영적 유익을 도모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교단 내부의 잘못된 권징 재판을 바로잡은 결단'이었다"고 했다.

또 "이번 판결로 (인천연희교회 교인들의) 평온했던 신앙생활에 중대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어떠한 소명도 없다. 채권자가 의도하는 것은 윤동현이 감리회 목사 자격을 회복하는 것이 싫을 뿐이고,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2018년 윤동현 씨의 재심(1차) 상소를 기각한 32회 총회특별재판위원회(총특재·홍성국 위원장) 위원이었다. 감리회 본부 자문 변호사였던 그는 "(윤 씨와의 간음 사실을 자백한) A의 진술은 허위로 보이므로 재심 사유가 있다"며 윤동현 씨를 두둔하는 소수 의견을 낸 바 있다.

감리회는 가처분 서면에서 이번 무죄판결을 가리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잘못된 권징 재판(출교 판결)을 바로 잡은 결단"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감리회가 권 변호사를 선임해 이번 소송에 대응하자, 중부연회와 인천연희교회는 반발했다. 중부연회 정연수 감독, 정기수 총무와 인천연희교회 조경열 목사 등은 2월 18일 감리회 본부를 찾아 이철 감독회장에게 재판 판결 경위를 묻고, 법적 대응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변호사 위임을 취소하라"는 청원서도 제출했다.

2018년 윤동현 씨의 1차 재심 당시 출교를 재확인했던 32회기 총특재도 성명을 내고 감리회를 비판했다. 총특재 위원 11명은 2월 22일 "이번 무죄판결은 교리와장정과 감리회의 기능·질서를 파괴하는 범과 행위"라며 "감독회장과 행정기획실장, 행정재판위원회 2반 위원들은 불법 판결에 대하여 사죄하고, 감독회장은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법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조남일 목사나 권 아무개 변호사 등 당시 소수 의견으로 윤동현 씨가 재심 대상이라고 주장했던 이들은 성명서 발표에 동참하지 않았다.

중부연회 산하 평신도 단체장(장로회연합회·남선교회연합회·여선교회연합회·교회학교연합회·청장년선교회연합회·여장로회연합회)도 22일 성명에서 "위법 판결을 한 총회재판위원들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윤동현 씨에게도 "출교자에게 유일한 길은 회개하고 복권의 기회를 간구하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감리회의 대처에 성토하는 의견들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쏟아지는 내부 비판과 관련해 감리회 이용윤 행정기획실장은 24일 통화에서 "변호사를 해임하려 했는데, 이쪽(총회재판위)에서 반발한다. 그간 총회 재판이 사회 법정으로 가면 한 번도 대응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거다. 나는 대응하지 않고 싶다고 했지만, 총회재판위원들이 고의 패소 아니냐고 반발했다"고 말했다. 이번 변호사 선임 비용은 감리회 본부가 아니라 총회재판위원들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는 총회재판위 입장을 듣기 위해 2반 반장 최대용 목사에게도 전화로 의견을 물었으나, 그는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보면 된다"며 말을 아꼈다. 총회재판위원을 치리하라는 의견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우리도 입장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정서 "복귀 의사 없다"고 한 윤동현 씨
뒤로는 '협상' 제안
"대표자 증명서 발급해 달라"

윤동현 씨는 2월 23일 서울중앙지법 가처분 심문에 출석해 "연희교회가 원치 않으면 담임목사직을 수행할 의사가 없고, 내가 있는 교회에서 목회하는 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어제(2월 22일)도 정연수 감독에게 이런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뒤로는 협상을 시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가 은퇴를 1년 남긴 인천연희교회 조경열 목사의 은퇴 예우 및 원로목사 추대 등을 책임져 줄 테니 협상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조경열 목사는 "중부연회 안팎에서 이런 제안을 몇 차례 받았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실제 윤 씨는 조경열 목사의 은퇴 예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윤동현 씨는 2월 11일 자로 중부연회에 "대표자 정정 및 재직 증명서 신청서"를 제출해 인천연희교회 담임목사임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윤 씨는 신청서에서 "무죄판결과 더불어 인천연희교회 담임목사임이 확인되었으므로 판결에 따라 대표자 명의를 윤동현으로 정정해 달라. 재직 증명서를 요청하니 법에 따라 집행해 주기 바란다"고 했으나, 중부연회는 이를 거부했다.

윤동현 씨는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들과 함께 '성령이역사하는교회'라는 이름으로 인근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2월 20일 주일예배 때 교인들에게 무죄 사실을 알리면서 "주변에 딱 두 가지만 이야기하면 된다. 첫째는 재심을 통해서 목사님의 무죄가 입증되었다. 두 번째는 무죄가 되면 자동적으로 신분이 본래대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저쪽(인천연희교회)에서는 우리가 또 막 가서 예배할까 봐 겁난다고 염려하지만, 충돌이나 갈등 없이 거기서 예배해야 한다면 그렇게 풀릴 거고, 여기(성령이역사하는교회)에서 하나님이 새로운 일을 펼치신다면 하나님께서 그렇게 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3월 용역을 동원해 인천연희교회 1층 유리창을 부수고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들과 교회 공간 일부를 점유한 전력이 있다. 

인천연희교회는 감리회의 대처와 윤동현 씨의 행보 모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인들은 이철 감독회장을 향한 피켓을 만들어 "교회를 보호할 거냐, 비리 목사를 보호할 거냐"고 물으며 이번 부당한 총회 재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물었다.

윤동현 씨가 당장 인천연희교회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말한 것도, 현 담임목사인 조경열 목사의 은퇴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염두한 것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경열 목사는 "윤동현 씨가 자신의 범과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내가 자랐던 인천연희교회에 봉사하기 위해 목회 여정 마지막에 교회에 온 것이다. 은퇴 대가를 운운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양측에 3월 30일까지 추가할 자료가 있으면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장은 가처분 심문 당시 합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몇 차례 던졌다. 추가 서류 제출 기한을 넉넉히 잡은 것도 화해·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천연희교회 측은 "윤 씨가 과거 범과 사실에 대해 사과해야만 한다"는 입장이어서 "간음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윤동현 씨와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법원 가처분 결정은 4월경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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