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목요 기도회가 2월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목요 기도회가 2월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세월호참사를기억하며연대하는그리스도인 모임이 2월 17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목요 기도회를 열었다. 늦겨울 한파 속에서도 기도회에 참석한 세월호 가족 및 목회자·기독교인 17명은 아직 떠오르지 못한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정의를 밝혀 달라고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시편 15편 1~4절을 번갈아 읽으며 예배를 열었다. 성경 본문에는 세월호 이야기가 더해졌다.

"주님, 누가 주님의 장막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누가 주님의 거룩한 산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깨끗한 삶을 사는 사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 마음으로 진실을 말하는 사람.

누가 세월호 진상 규명의 정의를 위해 진실된 실천을 할 사람입니까?

희망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혀를 놀려 남의 허물을 들추지 않는 사람, 친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이웃을 모욕하지 않는 사람.

지난 5년간 이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오히려 박근혜 사면으로 많은 이들을 모욕하지 않았습니까.

하나님을 업신여기는 자를 경멸하고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땅의 권력들은 주님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더 이상 세월호 진상 규명을 지체하며 하나님을 업신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맹세한 것은 해가 되더라도 깨뜨리지 않고 지키는 사람입니다.

새롭게 들어설 정권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굳은 맹세를 하고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여기 함께한 모든 이들이 마음을 모아 촉구하며 기도합니다. 아멘."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군 엄마 최순화 씨는 올해 유독 답답한 마음이 많이 든다고 했다. 아무리 겨울이 맹위를 떨쳐도 추위를 밀어내고 봄이 오듯, 진상 규명이 이뤄질 거라는 소망을 되뇌며 거리로 나선 지 9년째다. 그는 "세월호 진상 규명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8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쉼 없이 달려왔는데, 지금은 그 달려오던 길이 갑자기 앞에서 뚝 끊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거나 그만둘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의 한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가던 길이 없어졌다면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다른 길을 찾으면 되지 않나. 이렇게 꾸준히 기도회로 모이는 행동이 새로운 길을 만들고 결국 진상 규명을 이뤄내지 않을까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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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 엄마 최순화 씨가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설교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가 맡았다. '뜬금없는 성탄절'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조 교수는 진상 규명을 바라는 세월호 가족들을 성탄 고지를 받게 되는 예루살렘 목자들에 빗댔다. 그는 "당시 목자들은 가장 일반적이면서 미천한 직업이었다. 성 밖에서 양 떼를 몰고 초장을 찾아다녀야 하는 길 위의 사람들이었다. 이런 그들에게 메시아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까. 당장 오늘을 버티고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예수의 탄생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그런데 하나님은 이들에게 나타나셨다"고 말했다.

부르주아나 성 안의 사람들이 아니라 목자들을 통해 메시아 탄생의 놀라운 이야기를 전한 이유는, 하나님의 관심이 낮은 자들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을 사랑하셔서 거대한 이벤트를 꾸미셨던 하나님이 오늘 이 자리에도 찾아오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가족들의 신원을 듣고 응답하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상 규명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가족들에게 실망만 안긴 문재인 정부와 정치인들도 비판했다. 세월호 문제 해결에 앞장 섰던 이들이 시간이 흐른 후에는 가족들을 외면했고,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시민들이 세월호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여기게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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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그리스도인들은 아직 떠오르지 못한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정의를 밝혀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진상 규명은 함께 외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도 했다. 조성돈 교수는 "정의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며 "세월호 진상 규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또 하나의 십자가가 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한 불의한 재판장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부르짖었던 과부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함께 큰 목소리로 부르짖어 정의가 이뤄지도록 하자"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진상 규명이라는 십자가를 함께 지겠다고 다짐했다. 큐앤에이(Q&A) 김유미 간사는 세월호 문제 해결을 바라는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기도했다. 더디기만 한 진상 규명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곁에 함께해 달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그리스도인 기도회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저녁 7시 열린다. 3월 목요 기도회는 상황에 따라 추후 장소 등을 공지할 예정이다.

이날 기도회에는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는 노란 리본과 함께, 2월 17일 세상을 떠난 빈민 활동가 김홍술 목사를 추모하는 리본이 놓였다. 김홍술 목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여 일 넘게 단식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기도회에는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는 노란 리본과 함께, 2월 15일 세상을 떠난 빈민 활동가 김홍술 목사를 추모하는 리본이 놓였다. 김홍술 목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여 일 넘게 단식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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