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주가 말한다. 라마에서 슬픈 소리가 들린다. 비통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라헬이 자식을 잃고 울고 있다. 자식들이 없어졌으니, 위로를 받기조차 거절하는구나. 나 주가 말한다. 이제는 울음소리도 그치고, 네 눈에서 눈물도 거두어라. 네가 수고한 보람이 있어서, 네 아들딸들이 적국에서 돌아온다. 나 주의 말이다. 너의 앞날에는 희망이 있다. 네 아들딸들이 고향 땅으로 돌아온다. 나 주의 말이다." (새번역 예레미야 31장 15~17절)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절 예배가 어느덧 7번째를 맞았다. 참사 후 7년이 지났지만 가족들이 원하고 바라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은 더디기만 하다. 자식을 잃고 울며 위로조차 거절하는 라헬의 마음으로 모인 가족들은, 아들딸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레미야서 본문을 읽으며 희망을 노래했다.

2021년 4·16 가족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가 "별을 따라 예수께로 - 너희 앞날에 희망이 있다"를 주제로 12월 23일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주관으로 열렸다. 당초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열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찬양, 성경 봉독, 축도 등 순서를 맡은 사람 10여 명만 모여 예배를 중계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고, 실시간 100여 명이 예배에 참석했다.

일곱 번째 세월호 성탄 예배는 (왼쪽부터) 안명미 씨, 최순화 씨, 박은희 전도사가 메시지를 전했다. 416 그리스도인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일곱 번째 세월호 성탄 예배는 (왼쪽부터) 안명미 씨, 최순화 씨, 박은희 전도사가 메시지를 전했다. 416 그리스도인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날 메시지는 예레미야서 본문 각 절의 핵심 메시지인 '슬픔', '수고', '희망'을 주제로 각각 안명미 씨(문지성 양 엄마), 최순화 씨(이창현 군 엄마), 박은희 전도사(유예은 양 엄마)가 맡았다.

안명미 씨는 "자식을 잃어 어떤 위로도 받기를 거절한 어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2014년 4월 이후 수많은 위로의 말을 들어 온 그는 "어떤 말도 듣기 싫었다. 듣기도 힘들어서 마지못해 듣고 있을 뿐이었다. 더 비참할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안 씨는 성탄 때마다 지성이와 함께 교회에서 성탄 트리를 만들던 시간을 회상하며 비통해했다.

안명미 씨는 아파하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생각했다고 했다. "그들의 소리를 외면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한다. 그들의 아픔을 덜어 줘야 한다. 같이 눈물 흘려야 한다. 그런데 이 많은 아픔을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신앙인이라 그런지 하나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보내 주신 예수님도 오실 때부터 낮은 곳에 오셔서 가장 낮은 자를 돌보셨다.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야 한다면 이런 모습을 닮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화 씨는 "울음소리를 그치고 눈물을 거두라"는 말씀과 함께 이어지는 "네가 수고한 보람이 있다"는 말의 의미를 나눴다. 4월 16일, 배에 갇힌 아이들은 탈출하기 위해 필사의 수고를 다했다. 그는 "구조하러 나선 어부들은 아이들이 창문을 깨려고 사다리를 집 던지고 탈출하려 몸부림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흔적은 주검으로 돌아온 닳아 없어진 손톱과 움푹 팬 벽에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순화 씨는 아이들의 발버둥과 몸부림을 부모들이 이어 가고 있다고 했다. "8년을 걸어온 진상 규명은, 여전히 광야 한복판에 갇힌 느낌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다행히 안산과 화성, 평택 등지에 흩어진 아이들을 데려올 4·16 생명 안전 공원 건립이 첫 삽을 뜨게 됐고, 단원고 교실을 재현한 민주 시민 교육원이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내가 수고한 보람이 있어 네 아들딸이 돌아온다'는 말씀이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박은희 전도사는 "너희 아들딸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다"는 말을 믿는다고 했다. "오랜 시간 진상 규명을 바라며 버텨 오고 있는 가족과 시민 모두 매우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걸어가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눈물 흘리고 있는 우리에게, 오늘 본문에 나온 '희망'이라는 단어는 꿈에서나 들릴 듯한 단어 같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 꿈결 같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온 힘을 끌어모아 부여잡고 싶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하나님은 거듭해서 말씀하신다. 나 주의 말이다. 나 주의 말이다. 나 주의 말이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이 일을 꼭 원한다. 원한다. 그리고 내가 꼭 이루겠다' 하는 말씀으로 들린다. 그래서 우리도 하나님처럼 입으로 소리 내어 붙들어 보려 한다. 우리는 꼭 볼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꼭 기다렸던 것을 만나고 안아 볼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메시지를 전하며 성탄 트리에 리본을 달고, 전등을 켰다. 이들의 메시지가 끝날 때마다 연대해 왔던 그리스도인들이 응답의 메시지를 전했다. 희망교회 김은호 목사는 '요게벳의 노래' 반주에 맞춰 응답 메시지를 전했다. 고운마을 그리스도인들은 '사랑으로 온 생명을', '해원', '신명'을, 고기교회 교인들은 '꽃들도'를 불렀다. 이날 참석자들은 영상에 맞춰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것으로 예배를 마쳤다.

세월호 가족들은 2022년에도 기도회를 이어 간다. 새해 첫 예배는 1월 2일 오후 5시 열린다. 15일에는 세월호 가족 후원의 날 행사인 '기억하장 함께하장'이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은호 목사(희망교회), 고운마을, 고기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응답의 메시지를 전했다. 예배 중 7년간 각종 현장에서 함께해 왔던 예배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되돌아보는 시간도 있었다. 416 그리스도인 유튜브 채널 갈무리 
김은호 목사(희망교회), 고운마을, 고기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응답의 메시지를 전했다. 예배 중 7년간 각종 현장에서 함께해 왔던 예배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되돌아보는 시간도 있었다. 416 그리스도인 유튜브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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