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은혜교회 강경민 은퇴목사가 노회에서 면직 판결을 받았다. 강 목사는 변론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며 총회에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일산은혜교회 강경민 은퇴목사가 노회에서 면직 판결을 받았다. 강 목사는 변론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며 총회에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내가 여기(예장합신 교단)에 35년을 몸담았어요. 목사 안수도 받고, 노회장도 하고, 총회 정책위원장까지 역임했는데…. (중략) 여성 목사 안수 허락한 게 잘못된 일이 아닌데 그걸 가지고 '면직'을 시켰더라고요. 회원권을 정지할 수는 있겠다 싶었는데 면직할 줄은 상상도 못했죠. 허탈하고 후배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인간적인 배신감도 크고…."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교단을 탈퇴한 일산은혜교회 이광하 담임목사와 장로들을 제명·면직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 경기북노회(김성주 노회장)가, 이번에는 일산은혜교회를 세우고 시무해 온 강경민 은퇴목사에게까지 징계의 칼날을 휘둘렀다. 경기북노회는 11월 1일, 강 목사가 총회 헌법을 위반했다며 '면직' 판결을 내렸다.

노회가 아무 힘이 없는 개교회 은퇴목사를 상대로 중징계를 내리는 일은 교단을 막론하고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소식을 접한 교계 목사들은 "노회가 선을 넘었다", "부관참시나 마찬가지다"라며 예장합신을 비판했다. 11월 10일 서울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만난 강경민 목사는 노회가 자신을 '면직'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씁쓸해했다.

일산은혜교회는 협동목사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여성 교역자 한선영 목사를 연말까지 내보내라는 교단 지시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올해 8월 예장합신 교단을 탈퇴했다. 그러자 예장합신 경기북노회는 이광하 목사와 장로들을 제명·면직한 데 이어 강경민 목사도 즉결재판에 회부해 면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강경민 목사는 경기북노회로부터 받은 A4 용지 1장짜리 즉결 판결문을 멋쩍은 듯 기자에게 내밀었다. 판결문에는 △노회 허락 없이 김근주 목사를 협동목사로 사역하게 하고 (중략) 교단의 분명한 입장을 고의로 위반해 여성 한선영 씨를 목사로 사역하게 한 것 △느헤미야교회협의회에서 목사 안수위원장으로 여성을 목사로 안수하는 등 합신 교단의 치리회를 벗어난 활동을 한 것 △교단이 금하는 동성애를 옹호 내지 조장하는 김근주 목사를 일산은혜교회 강단에 세움으로 교회의 중요한 본질인 교리와 삶에 심각한 해를 입힌 것이라고 나와 있었다.

강경민 목사는 이번 즉결재판이 여성 목사에게 안수를 주고, 여성 목사를 시무하게 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재판 절차부터 판결 내용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총회에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얼마나 급했는지 몰라도 피고(강 목사 자신)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지 않고 판결을 했어요. 군사독재 정권도 아닌데 말도 안 되는 재판을 했어요. 피고에게 변론권을 줘야 하는데, 노회는 궐석재판을 해 버렸어요. 목회하면서 처음 보고 겪는 일입니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강경민 목사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막무가내로 자신을 재판한 후배 목사들을 안쓰러워하는 동시에 혹시나 이번 일로 예장합신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 강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교단 탈퇴하도록 조장·방조? 사실 아냐
나는 교회에서 'one of them'일 뿐
여성 목사 안수 안 된다? 신학적 '오류'"

- 이번 목사님의 징계 소식을 들은 교계 목사들은 "노회가 선을 넘었다", "부관참시나 다름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사실 마음이 아프지는 않아요. 예장합신이 여성 안수를 금하고 있으니 회원권 정지, 즉 제명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면직을 하더라고요. 상상도 못 했네요.(웃음) 곱씹어 볼수록 과도한 징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내 징계 건은 일산은혜교회의 교단 탈퇴와 관련이 있어요. 교단에서 일산은혜교회에 김근주 목사와 한선영 목사를 내보내라고 했는데, 교회가 그렇게 하지 않고 교단을 탈퇴하니까 나도 면직해 버린 것이죠. 처음에는 노회 안에서 '강경민 목사가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도록 조장·방조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나는 2019년 12월에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했고, 지금은 일산은혜교회에서 'one of them'에 불과해요.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요.

- 판결문에 적혀 있는 면직 사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이가 없죠.(웃음) 판결문에 "노회 허락 없이" 김근주·한선영 목사를 목회하게 한 게 문제라고 나와 있는데요. 김근주 목사는 2014년부터 협동목사로 시무했고, 한선영 목사는 2005년 전도사로 시작해 2018년 안수를 받았거든요. 지금까지 '부교역자들 시무하는 걸 왜 노회에 보고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어요. 단 한 번도 말이죠. 책잡을 게 없으니 사문화된 교회법을 느닷없이 들이대며 징계한 거죠.

나는 (사)느헤미야 이사장을 맡고 있어요. 여기에서 지난 2년간 안수위원장을 맡았는데, 여성 한 분에게 안수한 걸로 기억해요. 노회는 내가 여성 목사를 안수한 것도 문제 삼았는데, 이건 교단이 그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해요. 하지만 나는 신앙적·신학적 양심상 '여성은 안수할 수 없다'는 내용에 동의할 수 없어요. 내가 교단 안팎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여성은 안수할 수 없다는 주장은 신학적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김근주 목사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했다는 부분도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김근주 목사는 2014년부터 우리 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있었는데, 교인들을 상대로 동성애를 주장하거나 옹호한 적이 없거든요. 신학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교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며 6년간 아무 문제없이 지내 왔어요. 그런데 노회는 김 목사 때문에 "교회의 중요한 본질인 교리와 삶에 심각한 해를 입혔다"고 하더라고요. 그들 주장대로 김근주 목사가 심각한 해를 끼쳤다면 교회가 가만히 있었을까요? 이 부분 역시 아무 근거가 없는 거죠.

- 경기북노회는 목사님을 징계하기 위해 '즉결재판' 절차까지 밟았는데요.

나는 우리 노회에서 24년간 멤버십을 갖고 활동해 왔습니다. 즉결재판이든 일반 재판이든 당사자에게 사전 통보를 하고, 변론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재판의 기본 상식이지요. 그런데 경기북노회는 이번 가을 정기노회 때 나를 징계해 달라는 긴급동의를 받고, 노회를 재판국으로 전환했어요. 뭐… 도덕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목사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거나, 이단 활동을 하며 해를 끼쳤다면 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여성 안수나, 부교역자 시무 허락 건이 즉결재판을 할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니 당사자인 노회 재판국에 물어보면 좋겠네요.

(기자는 11일 경기북노회 재판국장 김성주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즉결재판을 한 이유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김 목사는 "<뉴스앤조이>는 객관성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해 줄 수 없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쓴다"며 전화를 끊었다.)

예장합신 경기북노회는 이미 교단을 탈퇴한 이광하 목사와 장로들을 징계한 데 이어, 강경민 은퇴목사까지 면직 판결했다. 교단 안팎에서는 "노회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일산은혜교회
예장합신 경기북노회는 이미 교단을 탈퇴한 이광하 목사와 장로들을 징계한 데 이어, 강경민 은퇴목사까지 면직 판결했다. 교단 안팎에서는 "노회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일산은혜교회

- 김근주·한선영 목사의 거취가 교단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만한 사안이라면, 목사님이 시무할 때 이의를 제기했어야 하지 않나요.

노회 어떤 목사는 "선배 목사여서 함부로 하기 어려웠다"고 하고, 또 다른 목사는 "그때는 (이 문제를)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선배 목사여서 못했다는 건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목숨 걸 만한 '어젠다'가 아니었다는 거죠. 만약 목숨 걸고 지킬 만한 '진리'라면 선배가 됐든, 아버지가 됐든 "그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을 해야죠.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뒤늦게 문제 삼는 건 교리를 빙자한 노회의 간섭이자, 교권의 횡포로 해석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생각인가요?

우선 총회에 상소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구할 생각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일로 우리 예장합신이 교계에서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동안 작지만 개혁적이고 청렴한 교단으로 평가받아 왔는데, '여성 안수' 문제로 목사를 징계한다고 손가락질당할 생각을 하니 아주 마음이 무겁습니다. 과연 여성 안수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진리에 해당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 합신이 집단 지성을 통해 고민하며 나아가길 기도하겠습니다. 

이번 즉결재판의 주된 이유는 여성 목사 안수와 관련 있다. 강경민 목사는 예장합신이 여성 안수를 금하고 있지만, 자신은 여성 안수를 찬성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번 즉결재판의 주된 이유는 여성 목사 안수와 관련 있다. 강경민 목사는 예장합신이 여성 안수를 금하고 있지만, 자신은 여성 안수를 찬성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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