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넥타이 차림의 일산은혜교회 강경민 목사가 단식에 나선 처음 이유는 방인성 목사의 40일 단식을 말리기 위해서였다. 그가 굳게 마음먹은 것을 보곤, 다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함께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4·16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다섯 달이 지났다. 유가족들은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던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가족들의 주장은 삼권분립과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상 유가족들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던 유가족들은 이번 발언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회자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홍술 목사(애빈교회)와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각각 24일째, 22일째(17일 기준) 단식 중이다.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열린 '목회자 304명 철야 기도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은 함께 예배하며 뜻을 같이했다. (관련 기사 : 목사 500명, 광화문에서 밤샘 기도) 에큐메니컬과 복음주의 진영 소속 목회자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날 행사에는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의 모습도 보였다. 강 목사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이사장이자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강경민 목사는 철야 기도회 이후 광화문에 남아 사흘간 동조 단식에 나섰다. 한두 명의 목회자가 아닌 기독인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무엇보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의가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강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가 돼 정의의 선봉에 서길 바랐다. 인터뷰는 9월 17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됐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으로 나왔는데, 철야 기도회뿐만 아니라 동조 단식에도 동참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단식은 9월 15일부터 시작했으니 3일째다. 동조 단식을 시작한 건 방인성 목사 때문이다. 깊이 교제해 온 방 목사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가 많이 놀랐다. 10년 전 방 목사는 교인에게 신장을 이식해,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다. 단식 13일째가 되던 날, 방 목사를 말리기 위해 일부 목회자와 복음주의 단체가 논의를 가졌다.

방인성 목사가 단식을 20일만 하고, 7개 교회 목회자가 3일씩 돌아가면서 나머지 20일간 단식을 이어 가자고 결론을 내렸다. 릴레이 단식의 첫 번째 타자가 바로 나였다. 그런데 현장에 직접 와서 보니, 방 목사의 뜻이 강고했다. 단식을 그만하라고 요청할 수가 없었다. 그의 선한 뜻을 훼방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 목사의 단식과 무관하게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조 단식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오늘 동조 단식을 마치지만, 이 일은 한두 사람의 목회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9월 15일 '목회자 304명 철야 기도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목회자들로 성시를 이뤘다. 특히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여러 교단에 속한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거의 처음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도회에 직접 참여해 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단식을 시작한 첫째 날인 9월 15일, 목회자 304인 철야 기도회가 있었다. 철야 기도회에 목회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진영의 목회자들이 연합한 게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목회자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1박 2일간 철야 기도회를 한 것은 한국교회사에도 기록될 일인 것 같다. 사실 그간 당위적으로 연합 논의를 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모였던 것은 처음이다. 나는 드디어 한국교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사회적 이슈에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 강경민 목사는 실종자 10명과 '잊지 않을게'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한참 바라봤다. 대형 교회 목사인 그는, 일부 교인들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 목사는 설교 때 세월호 참사가 맘몬과 권력의 합작품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한 끼만 굶어도 배가 고프고 힘이 빠지는데, 꼬박 3일간 단식을 하셨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20일 이상 단식한 목사님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단식으로 인한 고통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집이나 기도원에서 3일간 금식을 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하면서 좋은 동역자를 많이 만났고, 기쁨의 시간이었다.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서 세월호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해야 할 필수 과제라는 인식도 서로 확인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정치 문제이기도 해 일부 교인들은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대형 교회에 속하는 일산은혜교회 교인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목사가 단식하고 있는 것은 아는가.

일산에 교회를 개척한 지 올해가 만 19년이다. 우리 교인의 절반은 보수, 절반은 진보 성향이다. 보수적인 교인들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정치 개입 내지 정치 참여로 생각한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이후 다음과 같이 설교한 적 있다.

예수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님나라'를 외치셨다. 하나님나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첫 번째다. 정치와 맘몬을 외면한 채 어떻게 하나님나라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이번 세월호 참사는 총체적 부패에 기인했다. 맘몬과 권력의 합작품인데, 교회가 침묵해서 되겠는가. 하루빨리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대다수의 교인들은 부담 없이 설교를 받아들였다. 물론 일부 교인은 불편하게 생각했지만, 말씀 자체는 수용했다. 단식하는 것을 알고, 교인 20여 명이 응원 차 방문했다. 교인들 중에는 집에서 하루 동안 단식을 한 사람도 있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권·기소권'이 담긴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절망했는데, 앞으로 기독교인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기독교는 세월호 참사 앞에서 일치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정의가 회복되고 올바로 세워져야 한다. 교회가 정의 실현의 선봉에 섰으면 좋겠다. 훗날 우리가 역사를 뒤돌아봤을 때, 한국교회가 하나 돼 정의를 구현했다는 전기가 기록되길 바란다. '목회자 304인 기도회'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작은 집회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갈 디딤돌이 되었다.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무엇보다 동조 단식에 많은 사람이 참여해, 정의를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었으면 한다.

▲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두 목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누구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동조 단식에 더 많은 기독인이 함께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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