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수적 해석을 지지하기 때문에 김근주 교수 해석을 반대한다. 하지만 교회가 이런 심각한 사안을 놓고 교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제로 큰 도움도 되지 않는 노회 및 목사들의 발언에 휘둘리지 않고 결정한 사안을 존중하고 박수 치고 싶다."
 

"다른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이 목사나 일부 영향력 있는 몇 사람에 의해 좌우된 것이 아니라, 전 교인이 진지한 토론을 한 후 납득할 만한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교회가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일방적이고 부당한 압력과 지시에 대해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올바르고 합리적으로 대응한 일산은혜교회 성도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일산은혜교회(이광하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박병화 총회장)을 탈퇴했다는  <뉴스앤조이> 보도에 달린 댓글들이다. 교단 탈퇴라는 중차대한 일을 담임목사 혹은 당회 결정에만 맡겨 두지 않고, 전 교인이 숙의 끝에 투표로 결론 내린 보기 드문 광경에 독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교회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연령대·직분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위원회)가 주도적 역할을 감당한 데 있다. 보통 장로교회에서는 담임목사와 장로들이 모인 당회가 주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일산은혜교회 당회는 위원회가 전 교인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켜봤다.

위원회의 임무는 명확했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교인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위원으로 활동한 일산은혜교회 임미숙 권사, 조은주 집사, 이선 청년을 9월 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산은혜교회 특별위원회 (사진 왼쪽부터) 이선, 임미숙, 조은주 위원을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일산은혜교회 특별위원회 (사진 왼쪽부터) 이선, 임미숙, 조은주 위원을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임미숙 권사는 위원회에서 회의를 주관하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았다. 회사를 운영하는 임미숙 권사는 평소 효율적으로 회의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관련 경험이 많아 이 역할을 맡게 됐다. 조은주 집사와 이선 청년은 회의 결정 사항과 앞으로 논의될 내용을 글로 작성해 전 교인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했다. 세 사람은 그간의 소회를 전하며 "이번처럼 교회를 위해 뜨겁게 기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두 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교회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을 때면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은 세 사람과의 일문일답.

교단 탈퇴 '답정너' 아닌
다양한 선택지 놓고 준비

- 먼저 일산은혜교회 위원회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세 분은 어떻게 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나요.

이선 / 김근주 목사님이 청년부 설교를 담당하시는데요. 노회가 내린 조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충격을 받았어요. 아무리 동성애 관련 이슈여도 김 목사님을 내쫓으라는 노회 조치는 불합리하다고 봤어요. 속으로 '이번 일이 잘못되면 큰일 나겠다' 싶었는데, 청년부에서 생각보다 반응이 없는 거예요. 거기에 또 충격을 받았죠. 청년부 친구와 통화하던 중 청년부 내에 TF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청년부 단톡방에 광고도 올리고 해서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 청년부 TF를 만들었어요. 이번 사안을 조사하고, 설문 조사도 하면서 청년부 나름대로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죠.

위원회가 꾸려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년부에서도 두 명이 참여해야 한다고 해서 제가 한다고 했어요. 할 말이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이기도 하고요.(웃음) 누가 참여하면 좋을지 투표로 결정했는데 저도 그중 한 명으로 뽑혔어요. 어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때만 해도 솔직히 걱정이 앞섰거든요. 교회 어른들이 혹시라도 노회 이야기에 설득되면 나라도 가서 아니라고 말해야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죠.

임미숙 / 저는 자원했어요. 개인적으로 노회가 교회와 담임목사님에게 부당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거든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노회와 교회 사이에 불협화음이 좀 있었어요. 우리 교인들이 청빙한 목사님인데도 예장합신 소속이 아니다 보니까 소신껏 목회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죠. 이런 현상이 교회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거라고 봤고요. 이번 일도 그런 일련의 과정 때문에 발생한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서게 됐어요.

조은주 / 저는 여자 서리집사 대표로 들어가게 됐는데요.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어요. 과거 담임목사 청빙위원회에도 참여한 적이 있거든요. 제가 또 참여하면 안 될 것 같아 새로운 인물을 추천했어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추천된 인적 구성을 보니 부부가 있는 거예요. 두 사람 다 참여할 수는 없고, 그래서 다시 저에게 기회가 오더라고요. 대표 뽑기 전에 '하나님 뜻대로 올바른 대표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해 주시고, 누가 되든지 순종하겠다'고 속으로 기도했는데 저라고 그 대상에서 빠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참여하게 됐어요.

임미숙 위원은 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임미숙 위원은 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교단 탈퇴'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데요. 위원회가 처음 모였을 때부터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 예측했나요?

임미숙 / 처음 모였을 때만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몰랐어요. 저는 회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포스트잇에 다 적으라고 하고 그걸 토대로 그룹을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네 가지 주제 정도로 압축됐어요. '노회·총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법적으로 고려해야 할 건 뭔지', '교인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요. 위원회 안에서 소그룹을 나누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전부 알아 오게 했어요. 위원들도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 주셨고요.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소통'인데요. 아무리 좋은 회의를 해도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지 않으면 결론은 똑같아요. 아무리 좋은 결론을 내려도 구성원의 동의를 얻을 수 없어요. 이번 회의에서는 어떤 일을 논의했고, 앞으로는 무슨 일을 논의할지 매번 교인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그 과정을 다 글로 써서 주보에 올렸고, 위원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할 수 있도록 익명 소통함도 만들고, 구글 링크를 통해 의견을 받았어요.

조은주 / 청년부 같은 경우는 담당 목사님의 일이니까 어느 정도 결론이 예상됐지만, 중·장년층은 스펙트럼이 다양하거든요. 저희가 이번 일을 하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 중 하나는 '답정너(답은 어차피 정해져 있으니 너는 결정만 해라)'로 가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말을 전달할 때도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고요. 의견이 다르더라도 서로 비난하지 말고 예의를 갖춰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자고 원칙을 세웠죠.

교회가 하나 된다는 건 모두의 의견이 같아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의견을 얼마나 수용할 줄 아느냐가 중요한 거죠. 나와 다른 의견이 '다수'가 된다 해도 그것이 교회를 위한 것이라면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위원회에서도 하루 10분씩 교회가 한마음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계속 교인들에게 부탁했어요.

- 논의 과정 중에서 교단 탈퇴만큼은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임미숙 / 교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이 분명 있으셨죠. 일산은혜교회가 출발할 때부터 소속돼 있던 곳이니까요. 예장합신이라는 정체성을 중요하게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솔직히 최근 10년 사이에 정착한 교인들은 교단에 대해 잘 모르세요. 일산은혜교회가 하나님나라를 추구하는 게 좋았던 거지, 교단이 좋아서 교회에 오신 분들은 극히 드물거든요. 반대하시는 분들은 반대가 당연히 많을 거라고 예상하셨을 텐데, 저희가 투표 전 설문 조사를 진행했을 때 교단 탈퇴에 대한 찬성 비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어요. 반대하시는 분들은 그때 교회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신 것 같아요.

조은주 / 어떻게 보면 '어르신들은 보수적이니까 무조건 교단 탈퇴 반대하실 거야' 이렇게 치부하고 그분들을 아예 설득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문득 이분들은 땀과 눈물과 기도로 이 교회를 세우고 지금까지 함께해 오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우리가 교회를 위하는 것보다 더 깊고 진한 사랑으로 투표에 임하실 거고,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셔도 그건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게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누구는 반대야'라고 색안경을 끼지 않고 모든 교인에게 잘 설명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선 위원이 속한 청년부에서는 특별위원회가 꾸려지기 전에 이미 관련 TF를 만들어 교회가 가야 할 길을 고민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선 위원이 속한 청년부에서는 특별위원회가 꾸려지기 전에 이미 관련 TF를 만들어 교회가 가야 할 길을 고민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노회 설명회 기점으로
중도파 교인들도 마음 바꿔

- 노회가 설명회를 제안했을 때 부담은 없었나요.

이선 / 솔직히 노회에서 설명회를 하자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신학적 지식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성경적 근거를 토대로 설명하고, 어른들이 다 설득되면 어떡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노회 설명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너무 시대착오적인 것들이어서 많은 분이 분노하셨어요. 특히 왜 예장합신이 여성 목사 안수를 허락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은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분들께 좀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동성애에 대해서는 아직 가치판단을 하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여성 문제는 다르잖아요. 차별이 명백한 부분인데도 교리를 내세우며 안 된다고 하시는데, 사실 그때 분위기가 확 바뀌었죠.

조은주 / 처음부터 교인 모두가 '우리 교단 탈퇴하자'고 하신 건 아니에요. 찬반 의견이 명확한 분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이게 교단 탈퇴까지 갈 사안인지 판단이 안 선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노회가 먼저 설명회를 요청해 왔을 때 저희가 응한 거예요. 교인들도 설명회에 기대를 많이 했고요. 이야기를 들어 보고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노회 설명회 끝나고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어요. 노회와 협의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게 극명하게 드러났거든요. 교회가 교단법을 어겼으니 노회의 행정적 조치는 당연한 것이고, 권고를 듣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조치가 들어갈 거고,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는 게 명확해졌죠. 그래서 중도파라고 볼 수 있는 분들이 (교단 탈퇴로) 마음을 굳히시는 계기가 됐죠.

-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교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했을 것 같아요.

조은주 / 교단이 각 교회에 상명하복식으로 개입하는 게 아니라 교회들이 잘 연합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어요. 코로나 시국에서도 대형 교회는 더욱 좋은 기술로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고, 상가에 있는 작은 교회들은 어려움을 겪잖아요. 교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극명한 상황인데요. 교단에서 작은 교회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대형 교회와의 가교 역할을 해 주면 좋지 않을까요. 이런 실질적인 일을 하면 좋은데, 제가 직접 본 교단 목사님들은 성경 말씀보다 총회 헌법을 더 떠받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교회에 굳이 교단이라는 게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에요.

이선 / 교단에 헌법이라는 게 있고, 그걸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하는 건지 몰랐거든요. 교단이 교회들을 묶어 주는 보호자 혹은 중재자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개교회를 속박하는 구조였던 거예요. 소통도 일방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닫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교단이라는 곳이 큰 울타리 역할을 하면서, 각 교회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교인들이 자기 교회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교류하면서 각자가 느끼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나누면 생각이 더 풍성해질 수 있잖아요.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는 게 좀 안타깝죠.

조은주 위원은 이번 일을 통해 '교회가 하나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조은주 위원은 이번 일을 통해 '교회가 하나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향후 교회 거취도 일임받은 위원회
"교회가 교회답게 세워지도록…"

- 이번 일로 교회가 얻게 된 유익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임미숙 / 교회가 하나로 단단하게 세워지는 계기가 됐어요. 저희가 다들 일산은혜교회가 좋아서 다니기 시작했지만, 정작 교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교회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 교회를 내가 정말 사랑하는가'라고 계속 되뇌였죠. 교회 문제에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교회는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자치적으로 잘 운영됐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청년부 TF가 앞장서서 카드 뉴스를 만들고, 교인들도 서로 계속 연락하면서 기도하고 투표도 독려했어요. 이랬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일부 청년들이 교회를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을 다하는 모습에 다들 놀라기도 했죠.

조은주 / 우리 교회가 어떤 교회가 돼야 할지 고민을 시작하게 된 거죠. 교인들이 과거에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일산은혜교회는 하나님나라를 추구하고 희년 정신을 실천하는 곳이라는 답이 제일 많았어요. 그동안 강경민 목사님(1대 담임목사)께 그리스도인은 삶에서도 공평과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익히 배웠는데요. 구체적으로 우리가 속한 일산 지역에서 이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교인들과 함께 나누고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 앞으로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위원회가 맡아서 하게 되나요?

조은주 / 교단 탈퇴는 끝이 아닌 시작이거든요. 이제 첫 계단을 올랐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려운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교회 내 다른 위원회에서는 이 일을 맡아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교단 탈퇴 과정을 이끌어 온 위원회가 연속성을 갖고 앞으로 일도 결정해 나갈 수 있게 일임해 달라고 (당회에) 부탁했어요.

임미숙 / 앞으로 교회가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는지에 따라 투표에 참여하신 교인들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라고 봐요. '이러려고 교단 탈퇴했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앞으로의 과정 또한 위원회에 일임해 달라고 당회에 요청한 거고요.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 같아요. 교회의 기초를 다시 세우는 일이잖아요. 당장 정관을 바꾸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교단을 탈퇴했기 때문에 관련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고요. 위원회 활동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계속 고민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해야죠. 저희는 교회가 교회답게 세워지는 것까지만 하고 다시 저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지내고 싶어요.

교단 탈퇴 이후 일산은혜교회의 기초를 다시 세우기 위한 특별위원회의 활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단 탈퇴 이후 일산은혜교회의 기초를 다시 세우기 위한 특별위원회의 활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앞으로의 각오 한말씀 부탁드려요.

임미숙 / 교회 투표가 끝나고 소셜미디어에 투표 결과가 막 올라오는데 '이거 큰일 났다' 싶은 거예요. 우리는 우리 교회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국교회 일이 됐더라고요. 그렇지만 교회가 외부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하지 않고 우리 교회에 필요한 결정을 잘 내리면 좋겠어요. 외부에서는 일산은혜교회가 이미 교단 탈퇴라는 선진적 결정을 내렸으니 이 다음 행보도 주목하고 있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저희는 늘 열린 결론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설령 위원회가 모은 의견이 외부에서 보기에 좀 부족해 보이더라도, 교회에 맞는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이선 / 일산은혜교회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교회들의 고민이 많아질 것 같아요. 행동에 옮기는 교회가 많아지면 교단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요. 저는 지금 우리 교회에 필요한 게 뭔지 장년 위원들과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조은주 /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 교회가 겪은 이야기를 하면, "여성 차별하는 그런 교회 왜 다녀?"라고 물어요. 그러면 할 말이 없더라고요. 우리 교회가 내린 결론이 한국교회에 작은 돌멩이를 던져서 주위를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 뜻에 맞는 결론이 나기를 더 기도한 것도 있고요. 앞으로 저희가 가는 길도 주목받을 것 같은데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으니까 집단 지성을 발휘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싸우고 토론하면서 한마음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힘들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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