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일산은혜교회(이광하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박병화 총회장) 교단을 탈퇴했다. 일산은혜교회는 8월 29일 임시 공동의회를 열고 '합신 교단 탈퇴의 안'을 전 교인 투표에 부쳤다. 총 재적 604명 중 519명이 참여해 투표한 결과, 찬성 453명, 반대 66명으로 교단 탈퇴를 결의했다.

일산은혜교회는 1999년 11월 남서울일산교회와 일산영락교회가 통합해 세워진 곳으로 예장합신 경기북노회 소속이었다.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강경민 목사가 창립부터 2019년 12월까지 20년간 시무하며 교회는 성장했다. 교단 내에서도 이름났고, 보수 교단에 속한 교회 중에서는 드물게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에도 앞장섰다. 2020년 1월 부목사로 사역하던 이광하 목사가 강 목사의 후임으로 청빙을 받았다.

노회 "김근주·한선영 목사 사임케 하라"

일산은혜교회가 교단 탈퇴를 고려하게 된 건 예장합신 경기북노회가 일산은혜교회 교역자들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일산은혜교회가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에서 탈퇴했다. 사진 제공 일산은혜교회
일산은혜교회가 전교인 투표를 거쳐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에서 탈퇴했다. 사진 제공 일산은혜교회

예장합신은 반동성애 운동에 가장 앞장선 교단 중 하나다. 교단 차원에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규탄 집회를 여는가 하면, 지난해 9월 105회 총회에서는 현장 발의로 교단 헌법 예배모범 제5부 제20장 시벌 1항에 아래와 같은 동성애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드러나게 범한 죄면 본 치리회 공개 회석에서 책벌하거나 혹은 교회 앞에서 공포할 수 있다. (드러나게 범한 죄란 성경과 헌법을 위배하는 경우를 말하며, 특히 회개 없는 동성애자에게 세례를 집례하는 경우와 동성 결혼식 주례, 동성애 행위, 동성애를 옹호하는 발언, 설교, 강의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

경기북노회는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열린 정기노회에서 일산은혜교회 협동목사로 있는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 교수가 저서 혹은 여러 강연에서 동성애를 옹호하고 동성애를 죄라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동성애에관한김근주목사신학연구조사위원회(조사위·김성주 위원장)는 6개월간 조사한 끝에 올해 4월 12일 열린 경기북노회 정기노회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동성애를 죄로 보지 않는 김 교수 주장은 "모든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진리는 성경에 대한 기독교의 본질과 명백히 대치되는 것"이라며 "진리에 명백히 반하는 이가 합신 교단 산하의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설교하거나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수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시찰과 노회에 주어진 분명한 직임임을 확인하는 바"라고 결론지었다.

노회는 김근주 교수만이 아니라 2005년 일산은혜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해 2018년 3월 한국기독교대학신학대학원협의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사역을 이어 가고 있는 한선영 목사도 문제 삼았다. 예장합신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교단인데, 교단 소속 일산은혜교회에서 여성 목사가 사역하게 두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노회원들은 조사위 보고서를 채택함과 동시에 일산은혜교회에 두 사람을 연말까지 사임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회의에 참석 중이던 강경민 목사가 총회에서도 김근주 교수의 신학을 조사 중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제안했으나 부결됐다. 이광하 목사와 당회원들이 후속 조치를 일산은혜교회 당회에 위임해 달라고 개의안을 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TF 구성해 의견 수렴, 공청회도 열어

노회의 권고안을 받은 일산은혜교회 당회는 전 교인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일산은혜교회 당회는 2019년 담임목사청빙위원회 구성 방식대로 다양한 직분·연령대의 교인 22명이 참여한 특별위원회를 5월 16일 발족했다.

특별위원회는 노회 조치에 대한 교인들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았다. 교회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는 노회의 조치를 규탄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교인들 사이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관점은 다양했지만 노회가 두 목사를 나가라고 한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별위원회는 교회 지도부가 원하는 답이 아닌, 전 교인의 생각을 최대한 취합해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을 활동 목표로 정했다.

특별위원회는 먼저 노회와 김근주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직접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는 공청회를 기획했다. 경기북노회 최덕수 목사(현산교회), 김희승 목사(하늘소망교회), 김태화 목사(기쁨의교회)가 참석하는 공청회를 6월 27일 열었다. 교회는 사전에 노회원들에게 질문할 내용을 익명으로 받았고, 이를 추려 총 여섯 개 질문을 던졌다. 두 목사가 수년 전부터 사역해 왔는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 동성애에 대한 성경 해석, 예장합신의 여성 안수 거부 방침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노회원들과의 만남은 교인들과 교단 사이의 입장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확인하는 자리였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경기북노회 부노회장을 맡고 있는 김희승 목사는 "동성애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말했고, 최덕수 목사는 "예장합신이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남성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여성을 통해 죄가 세상에 들어왔다는 성경적 관점 때문"이라는 교단 입장을 되풀이했다.

2주 후인 7월 11일, 특별위원회는 김근주 교수가 참석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 교수는 "성경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나의 견해일 뿐, 이것으로 교회 분란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교회가 혼란스럽고 시끄럽다고 느끼게 해 교인들께 너무 죄송하다. (중략) 한국교회 그 어디에서도 동성애 문제에 대해 교인들이 토론하고 논의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일산은혜교회 교인들이 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며 교인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김 교수의 답변은 그가 저서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힌 내용과 같았다.

일산은혜교회는 8월 31일 <국민일보>에 교단 탈퇴 공고를 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일산은혜교회는 8월 31일 <국민일보>에 교단 탈퇴 공고를 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양쪽 이야기를 경청한 특별위원회는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전 교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총 401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했는데, 응답자 84%가 노회 조치에 반대하며 두 목사를 해임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특별위원회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단 탈퇴 안건을 공동의회에 상정하자고 당회에 보고했다. 당회는 특별위원회가 이 사안과 관련해 전 교인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인정하고 교단 탈퇴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당회는 8월 20일 주보에 임시 공동의회 공고 및 투표 과정을 설명하고, 전 교인에게 기도와 참여를 부탁했다.

투표는 29일 오전 10시 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재적 교인 604명 중 85.9%에 해당하는 519명이 참여했다. 투표에 참여한 이들 중 교단 탈퇴 찬성이 453명, 반대가 66명으로 나왔다. 투표자의 87.28%가 교단 탈퇴에 찬성했으며, 전체 재적 인원으로 놓고 보더라도 교인 중 75%가 예장합신을 탈퇴하는 데 동의한 셈이다.

일산은혜교회 이광하 목사는 처음부터 이런 결론을 예상한 건 아니라고 했다. 이 목사는 8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처음 노회 조치가 내려졌을 때만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성애가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고, 교회 어르신들은 교단에 대한 애정이 컸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목회자를 내쫓는다는 것에 교인들 거부감이 컸다.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계속된 논의·토론 과정을 통해 교인들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의 향후 거취 역시 이광하 목사가 아닌 교인들이 결정한다. 이 목사는 "교회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를 특별위원회가 논의한 후 이를 교인들과 공유하고 교회 향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산은혜교회는 교단법에 따라 8월 31일 자 <국민일보>에 교단 탈퇴 공고를 게시해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예장합신 경기북노회는 9월 2일 임시노회를 소집해, 일산은혜교회 당회를 징계하고 이광하 목사의 임시당회장권 박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성주 노회장은 8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교회가 탈퇴를 공고한 상황에서 노회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노회도 공식 입장을 정해야 하니 임시노회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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