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도현 대표] 얼마 전 한국교회연합(한교연·송태섭 대표회장)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합니다. 교회 일치를 표방하는 연합 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저희도 의무 방어를 하긴 해야겠는데 속마음은 '늘 그렇듯 정치병이 다시 도졌구나' 싶습니다. 의미 있는 반응을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2007년 대선이 기억납니다. 벌써 14년이 지났네요. 당시 많은 교회가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쏟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는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 버릴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크'였다고 해명했습니다만, 지금 와서 보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광훈 목사뿐만이 아닙니다. 강단에서 공개적으로 이명박 지지를 독려한 목사가 정말 많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교회는 홈페이지 배너에 이명박 후보 팬클럽 링크를 넣기도 했지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대운하가 '문명사적 소통'이라는 웃지 못할 칼럼을 쓰기도 했고, 어떤 지역 부흥회 강사로 초대받아 설교하는 자리에서 '그래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낫지 않겠냐'는 말을 했습니다. 대체로 2007년 대선은 그런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2년 대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라는 희대의 사건이 있기도 했고요. 여전히 많은 교회 강단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박근혜 후보와 신천지의 유착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한기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홍재철 대표회장은 "여기에서 확보할 수 있는 표가 300만 표"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하기야 그분들 생각에는 물의가 아니라 너무 당연한 신앙의 발로였을지도 모르지요. 보수 대권 후보에 대한 저들의 사랑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목사를 비롯해 종교인이 개인적으로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모든 국민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습니다. 목사라고, 교인이라고 그 자유가 제한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 권한을 정치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지요. 한교연은 교회의 연합을 위해 힘쓰라고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특정 대권 후보를 지지하는 순간 '연합'이라는 간판은 떼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회나 목회자가 어느 정도까지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명확한 답이 없는 회색 지대입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특정 세력을 지지하는 것까지 문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설교 강단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든지, 연합 단체가 회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입니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대표성을 주장하면서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행위는 삼가야 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과잉 대표성 문제로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투명한 의견 수렴 절차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대선에는 설교 강단이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하지 않길 바랍니다. 교회의 이름으로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2000년 기독교 역사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의견과 활동은 존중하되 각자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의 선을 넘지 않는 성숙한 기독 시민 의식이 발현되는 선거가 되도록, 저희도 열심히 언론 활동에 매진하겠습니다. 하나님나라의 정의와 공의가 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든 그리스도인께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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