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도현 대표] 어떤 교회의 여성 사역자에게서 제보가 왔습니다. 담임목사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 있을까 싶지만 권력관계, 그것도 같은 공간에서 오랜 기간 함께 있는 환경에서는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교회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영적 권위로 설정된 권력관계이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 연락 주신 피해자는 교회의 안정을 위해 일방적인 용서를 강요당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한 사람이 아니었고, 피해 이후 가해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을 왜곡하여 퍼뜨리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다가 나중에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무고를 주장했습니다. 사건을 처리하는 교단의 태도 또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보다 목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피해자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결국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곳이 <뉴스앤조이>입니다. 보수적인 교단,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진 피해자는 마지막까지 고민했을 것입니다. <뉴스앤조이>에 제보하는 것이 하나님 뜻에 맞을지 말입니다. 그러나 교회 권력 구조가 진실 규명이나 피해자 보호보다 교회 안정에 초점이 맞춰 있고 그 과정에서 가해자의 권력은 문제없이 유지되는 현실 앞에서, 피해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보며 <뉴스앤조이>가 지난 20년간 한국교회 생태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실감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교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하나님나라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의아해 합니다. 저도 그런 고민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찌 그런 고민이 없겠습니까? 언젠가 한 개척교회 목사님이 저에게 진지하게 그런 문제를 제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새로 전도한 분들이 교회에 대한 나쁜 뉴스들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입니다. 그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그 목사님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냉소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진실이니까요.

다행히도 과거에 비해 사건·사고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체감하는 정도를 말씀드리는 것이지 통계로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저희에게 들어오는 제보의 수나 강도를 보고 조심스럽게 내린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교회 생태계가 더 건강해졌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한국교회가 보여 주는 사고의 경직성,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태도가 더 큰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기독교적 가치를 지킨다고 하지만 실상은 오랜 관습을 지키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앤조이>가 교계 언론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우리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일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교계 언론이 거의 없다 보니 버거울 정도로 일이 많았습니다. 저희를 후원해 주시는 한 교회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뉴스앤조이>는 썩은 나무를 잘라내는 도끼다. 존재 목적에 충실하도록 날을 잘 세워 달라." 속으로는 너무 과한 평가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진실 보도가 <뉴스앤조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독자들의 요구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현장성'이야말로 <뉴스앤조이>의 정체성이자 앞으로도 더 날카롭게 벼려야 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더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교회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의 소통 창구가 돼야 하는 과제도 함께 수행해야 합니다. 20년 후 한국교회가 건재하리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소수 종교가 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지켜 온 신앙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교회·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교회를 위해, 더 날카롭게 벼리겠습니다.

저희는 지난해부터 직원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육 담당자를 지정하고 대표와 함께 매월 교육 성과를 평가합니다. <뉴스앤조이> 창간 후 첫 시도입니다. 지금까지는 사건 취재에만 집중해도 모자랐기 때문에, 몇 년 후를 바라보는 교육 투자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취재 인력은 부족하고 사건·사고는 계속되고 있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한국교회 생태계를 생각할 때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판단했습니다.

교육은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원 각자가 교회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고 나름의 커리큘럼을 정하면, 이를 회사가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회복적 정의, 데이터 저널리즘, 질적 연구 방법론 도입, 사회적 회계와 임팩트 측정 등 앞으로 <뉴스앤조이>가 내놓을 콘텐츠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분야들을 선정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육 결과가 축적되면 후원회원님들과도 결과를 공유하겠습니다.

당면한 과제의 크기에 비해 해결책이라고 꺼낸 칼이 너무 작습니다. 그러나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도 사람이기에 교육 투자 없이는 문제 해결도 요원합니다. 그동안 당연히 해야 했던 일을 미뤄 왔기 때문에 대응 능력도 떨어진 것 아닌가 성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년 후를 바라보고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부족한 재정이지만, 믿음의 눈을 들어 산을 넘어가고자 합니다. 독자님들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후원회원으로 가입해 주십시오.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함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 자주, 깊이 소통하겠습니다.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모든 후원자님,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2021년 5월 28일
강도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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