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성서 주석 Queer Bible Commentary·QBC>(무지개신학연구소) 출간을 기념해 올해 7월 7일부터 8월 25일까지 '밀리와 함께 읽는 모다들엉 퀴어신학' 강독회가 열렸습니다. 이를 이어 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가 QBC를 교재로 퀴어신학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퀴어신학은 한국교회에 제대로 소개가 된 적이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퀴어신학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이단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뉴스앤조이>는 퀴어신학과 QBC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퀴어 입장에서 성서 본문을 읽는 것이 해석과 교회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소개합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퀴신아·유연희 회장)의 퀴어 신학 세미나 ''퀴어스런 Queer Time' 마지막 모임이 10월 29일 열렸다. <퀴어 성서 주석 Queer Bible Commentary·QBC>(무지개신학연구소) '12 소예언서' 편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유연희 박사가 이끌었다.

유 박사는 호세아·요엘·아모스·오바댜·요나·미가·나훔·하박국·스바냐·학개·스가랴·말라기로 이루어진 소예언서가 아시리아부터 페르시아까지 방대한 시대적 배경을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아시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호세아서로 시작해, 예루살렘성전이 재건되는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학개서와 스가랴서에 이르고, 구약 성서 마지막 책인 말라기서에는 예루살렘성전이 세워져 운영되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QBC 12 소예언서 편 저자 마이클 카든(Michael Carden)은 소예언서 12권을 통합된 하나의 책으로 본다. 남유다의 멸망으로 대표되는 '불신앙에 대한 징벌'과 성전 재건을 의미하는 '남은 자들의 회복'이라는 중심 주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카든의 해석을 소개하며, 각 책의 끝이 다음 책의 앞과 연결되고 표현·주제가 반복·대조되며, 전체에 일정한 패턴·주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소예언서에는 신랑 야웨와 신부 이스라엘의 결혼 은유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이스라엘의 회복을 나타내는 성전 재건 이야기가 등장한다. 카든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성전 재건은 야웨와 이스라엘 백성의 결합, 즉 '거룩한 결혼'이다. 카든은 천상과 지상이 하나가 된다는 고대 예식처럼, 이를 계승하는 유대교 전통의 성전 재건을 "신랑과 신부의 거룩하고 우주적인 연합이 일어나는 단 하나의 장소를 회복하는 것"(691쪽)이라고 본다.

다만 카든은 소예언서가 거룩한 결혼 예식에 관한 것이라거나, 저자들이 가부장적 위계 질서의 대안으로 예언서를 쓴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하나님과 최초의 인간을 고대 신화의 '안드로진(androgyne, 자웅동체)' 개념으로 설명한 창세기 주석과 같이, 야웨와 이스라엘 백성의 결합은 성별 이분법을 뛰어넘어 다양성 속에서 한 몸을 이루는 '안드로진적 이상'이라고 해석해 낸다. 소예언서에서 이스라엘이 남성 신 야웨의 아내로 묘사될 때, 주요 청중에 해당하는 이스라엘의 남성들은 '여성'이 된다. 카든은 이러한 '젠더 모호성'이 퀴어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고 했다.

​유연희 박사는 성서가 신을 폭력적으로 묘사해도 그 신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유연희 박사는 성서가 신을 폭력적으로 묘사해도 그 신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유연희 박사는 소예언서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 이미지들이 페미니스트·우머니스트 신학자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고 했다. 이를테면, 나훔서에는 폭력에 시달린 니느웨를 정복하는 성폭력 범죄자로 신이 묘사되지만, 성서 저자가 어떠한 위로나 탄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 혐오적 본문은 신을 폭력의 담지자로 묘사함으로써 여성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준다고 했다.

유 박사는 성서에 드러난 폭력 본문을 읽을 때 저자들의 시대·문화적 한계를 기억하고, 그에 맞서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서에 드러난 신은 저자들이 특정 목적에 따라 묘사한 신이지, 진짜 신의 모습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은 이런 분이다'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은 시대적·문화적 한계를 지닌 성경 저자들이 하나님을 그렇게 묘사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하나님이 폭력적인 분이라면, 그런 존재를 우리가 왜 신으로 믿어야 하나"라고 말했다.

"나훔서에 등장하는 야웨의 모습과 성적 폭력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폭력을 쉴 새 없이 기뻐하는 본문을 규탄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여기서 야웨를 규탄하는 일은 유대교 전통에서 오랫동안 인정해 온 것처럼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하나님께 맞설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나훔서에서처럼 신이 성폭력 범죄자인 동시에 마구 죽이고 약탈하는 전사로 묘사될 때, 하나님 자신을 구원하고 이로 인해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라도 신에 맞서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738쪽)

사회를 맡은 고상균 목사(퀴신아 총무)도 고대 사회 저자들의 관점이 반영된 성서를 오늘날 독자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 목사는 "성서는 장르적 측면에서 문학 작품에 해당한다. 따라서 성서를 문학 작품으로서 비평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에서는 퀴어 신학뿐만 아니라 정통적인 성서 해석에서 벗어나는 모든 이야기를 거부하고 있다. 퀴어적 관점에서 성서를 바라보는 해석학적 방법론은, 퀴어한 삶을 살거나 혹은 그러한 삶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성서가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되게 하는 유용한 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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