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기후 위기의 시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들이 <뉴스앤조이>에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 - 생명을 향한 초록의 여정'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으로 나아갔던 히브리인들처럼 △회색에서 녹색으로 △탐욕에서 은총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생태적 전환'에 한국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제안합니다. 활동가들의 글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 주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 (새번역, 출애굽기 16장 18절, 고린도후서 8장 15절)

'생명의 경제(Economy of Life)'는 하나님의 살림살이(oikos)를 회복하는 일이다. 생명의 경제를 일구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살림살이가 어떤 것인지 알고 구체적인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세계 교회의 오랜 주제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98년 짐바브웨 하라레 총회부터 2013년 대한민국 부산 총회까지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 위기를 연결하는 생명의 경제를 발표하고 세계 교회의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 교회는 시장 자본주의와 기후 위기의 연결 고리가 '개발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이 패러다임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해 산업화를 명목으로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게 만든다. 또한 화석연료를 남용하게 만들어 기후 위기를 일으킨다. 시장 자본주의는 '대량생산 - 대량 소비 - 대량 폐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경제를 통해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 하나님의 살림살이를 회복하기 위한 생명의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시장 자본주의에 맞서 인간과 창조 세계를 살리려는 대안적 노력이다.

세계 교회는 '아가페 프로세스(AGAPE·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s and Earth)'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시장 자본주의에 맞서 생명을 지키는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한다. 아가페 사랑에 따르면, 생명이란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이다. 이 사랑은 시장 자본주의에 맞서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끄는 거룩한 힘이다. 세계 교회는 이 힘에 의지해 생명의 경제라는 대안적 패러다임을 선포하고 선교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이 대안적 패러다임 속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생명의 경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8월 26일에는 '생명의 경제 아카데미 간담회'를 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한 사회경제적 전환 담론들을 토론했다. 이 아카데미는 앞으로 한국교회에 생명의 경제를 소개하고, 행동 그룹을 구성해 교육 및 실천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지난 8월 26일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생명의 경제 아카데미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지난 8월 26일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생명의 경제 아카데미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회경제학에서는 '탈성장 담론'으로 대표되는 사회구조 전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간담회 때 대표 발제를 맡은 홍덕화 교수(충북대)는 "지금의 기후 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성장의 패러다임을 강조한 시장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늘 우리 사회에 요청되는 분배적·절차적 기후 정의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제성장에 대한 우상화를 멈추고, 지속 가능하고 회복 가능한 대안적 경제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경제 체제는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자연을 함께 돌보며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생명의 경제에 참여할 수 있을까? '사회적 기업과 생명의 경제'를 발표한 서진선 교수(한남대)는 '사회적 경제'를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대안 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사회적 경제는 "협동조합, 공제조합 등 비영리 조직이 수행하는 경제활동으로, 이윤보다는 공동체와 구성원의 이해를 위한 경제 운영 방식"이다. 사회적 기업은 경제활동에서 창출된 잉여 이윤을 축적하기보다는 민주적으로 분배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이는 생명의 경제와 사회적 경제의 교집합으로, 교회 공동체에 적합한 경제활동 방식이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교회의 대표적인 사례로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들 수 있다. 교회 지붕과 주차장, 유휴 공간을 활용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한다. 감리회 햇빛발전협동조합과 기장 햇빛발전협동조합은 교단 차원에서 각 교회에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홍보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하여 각 교회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발전 방식을 거부하고 친환경적 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이렇게 민주적 운영 절차와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생명의 경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편, 세계 교회는 생명의 경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정의 금융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장경제체제의 자본 운용 방식에 비판을 제기하고, 경제적 이익이 기후 약자, 소외 계층, 파괴된 자연에 재분배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기후 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 관련 기업을 겨냥한 '투자 철회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업이 사회윤리적·생태적 책임하에서 자본을 운용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이를 교회에 대입한다면, 신앙 공동체가 소유한 자본을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의미 있게 운영할 수 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협동조합 '다람쥐회'는 기후 화폐 발행 등을 통해 대안적 금융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다람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협동조합 '다람쥐회'는 기후 화폐 발행 등을 통해 대안적 금융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다람쥐회

한국에도 기후 위기에 대응해 대안적 금융 운동을 실천하는 선교 단체가 있다. 경제적 약자를 위해 따뜻한 금융 운동을 실천해 온 영등포산업선교회 협동조합 '다람쥐회'다. 다람쥐회는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노숙자 등에게 시중 은행이 할 수 없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기후 화폐'를 발행하고 생명의 경제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람쥐회의 기후 화폐는 화폐를 발행한 발권자들에게 탄소 기입장을 쓰게 하고, 지역 생협이나 사회적 기업 등에서 화폐를 활용하게 한다. 이렇게 축적된 기후 기금은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에 재투자되고, 사회적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 공동체 확대에 쓰인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생명의 경제 사례들은 '공동체 은행', '지역 순환 경제' 등과 함께 권력화된 시장 자본주의를 전환해 경제 민주화를 이뤄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다. 최근 정부 등에서 탄소 절감 로드맵·시나리오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욕망의 구조를 전환하지 않고서는 기후 위기에 온전히 대응하기 어렵다. 성서의 출애굽 공동체와 초대교회는 "많이 거둔 사람도 남지 아니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아니하였다"는 말씀을 통해 욕망을 넘어서는 자족과 나눔의 신앙을 강조한다. 개인과 교회·마을 공동체가 이를 실천해, 시장 자본주의의 욕망의 구조를 생태적으로 전환하고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로 회복되기를 소망한다.

장동현 /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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