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기후 위기의 시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들이 <뉴스앤조이>에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 - 생명을 향한 초록의 여정'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으로 나아갔던 히브리인들처럼 △회색에서 녹색으로 △탐욕에서 은총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생태적 전환'에 한국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제안합니다. 활동가들의 글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파국을 성장시키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금 우리가 성장을 위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기에 발생하고 있는, 인류사상 전례가 없는 전 지구적인 파국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가난을 성장시키고 있다." [달라이라마·프란츠 알트, <단 하나뿐인 우리의 집>(산현재)]

우리 모두는 오늘도 바쁘다. 도시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지하철과 버스, 도로 위 자동차들은 오늘도 수백만의 시민을 어디론가 실어 나른다. 하루의 대부분이 경제활동과 소비에 연결된 삶, 그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무언가 더 많이 쌓아 올렸다는 기억을 품고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오늘 하루 우리가 쌓아 올린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성찰은 매우 드물다. 인간의 삶이 풍요해질수록 지구 생태계는 가난해졌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지구 생태계의 고통도 성장했다. 산과 바다의 무수한 생물종이 사라졌으며, 탄소 배출을 통한 지구온난화로 피폐해진 땅과 물이 늘어 간다. 이제는 우리가 열심히 살면서 쌓아 올린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할 때다. 

최근 유엔이 주도한 기후 환경에 대한 공동 분석에 따르면, 현재 세계는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이라는 지구온난화 안전 한계치를 넘어 2도 상승 시나리오조차 상당히 초과하는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요 해수면의 상승을 일으켜 해안가·섬 지대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극단적 기상이변의 발생과 강도를 증가시켜 세계 곳곳에서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미 30년 전인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 때부터, 세계는 기후변화 협약을 체결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런 결과로 평가하건대, 우리의 약속은 구속력이 없었고, 우리의 실천은 지나치게 미미했다. 경제성장·소비·풍요·편리를 향한 국가와 개인의 욕망을 제어하지 않는 한, 어떤 과학기술이나 정치도 파국으로 치닫는 이 현실을 막을 수 없다. 앞으로도 '녹색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가 성장시키는 건 결국 '파국'이 될 것이다.

이제는 개인이 나서야 할 때

산업혁명 이후 약 150년간 우리는 무수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왔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기후 위기의 원인인 탄소를 거리낌 없이 배출하며 살아왔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시공간과 활동 가운데서 우리의 생활이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별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풍요와 편리가 그저 인간을 향한 하늘의 축복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종류의 순진한 생각으로는 지속 가능한 삶을 꿈꿀 수 없다. 무엇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리를 넘어 어떻게 해야 우리와 다음 세대가 이 지구 위에서 평화롭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해 정부·기업이 책임지고 변화해 나가야 할 부분이 가장 많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한 올곧은 시나리오와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실행해야 하고, 기업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제품을 생산·유통하며, 최소한의 폐기물만 남기는 제품를 판매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 정부나 기업이 이런 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몇 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정권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기 힘들고, 이윤을 목적으로 한 기업은 돈이 되지 않는 한 생태계 문제를 외면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부가 정의로운 정책을 세워 실행하고, 기업이 이윤을 넘어서는 생태계 보존 책임에 참여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사회변혁 운동의 동력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람들의 변화를 향한 요구, 즉 개인들의 단합된 힘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 미미해 보이는 개별 시민들이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제 시스템을 거부하고, 성장·소비 욕구를 절제하며, 삶의 생태적 전환을 요청할 때 정책·제도의 변화와 함께 사회 전반의 변화도 가능해진다.

탄소 절감 위한 기후 행동 실천 방안

2021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주도한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캠페인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 갈 힘을 지닌 개인과 교회를 향한 기후 행동 요청이었다. 이 캠페인은 개인과 교회가 탄소 절감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생활 영역을 7개 분야(식·의·주·교통·에너지·문화·경제)로 나눠 각각의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식생활 : 기후 미식(Climate gourmet) - 채식하기, 로컬 푸드 확대하기
2. 패션 : 슬로우 패션(Slow fashion) - 소박한 옷장 꾸미기, 새활용(Upcycling)하기
3. 주거 :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 덜 사고 오래 쓰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참여하기
4. 교통 : 녹색 교통(Green transport) - 자전거 이용하기, 공공 교통 이용하기
5. 에너지 : 그린 에너지(Green energy) - 에너지 소비 줄이기, 햇빛발전소 설치하기
6. 문화 : 녹색 서재(green library) - 영상 끄고 책 읽기, 숲(정원) 가꾸기
7. 경제 : 생명의 경제(economy of life) - 녹색 투자에 참여하기,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참여하기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캠페인 포스터. 사진 제공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이와 같은 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이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수천의 군중을 먹이신 성서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풍성함의 근원이 우리의 손에 달려 있지 않음을, 오히려 움켜쥐지 않고, 감춰 저장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개인의 행위가 어떤 놀라온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우리에게 보여 준다.

미래를 바꾸는 힘은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자 소유를 늘리고 자원을 독점하려는 자들의 손안에 있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내놓는 자, 하늘의 풍성함을 신뢰하는 자들의 손안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월터 브루그만). 자기를 물리고 다른 이의 삶에 관여하는 개인, 다른 생명을 돌보는 개인, 행동하는 개인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변화와 구원의 통로다.

삶을 거룩하게, 걸음을 반듯하게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 (로마서 12장 1절)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산 제물', '살아 있는 제물'을 넘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물질의 노예가 되어 다른 생명을 죽이고 파괴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삶이 과연 '살아 있는 삶'일 수 있을까? 그 삶을 신 앞에 떳떳하게 제물로 바칠 수 있을까? 결국 종교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살아 있음의 의미, 삶의 거룩함을 향한 질문을 놓치지 않을 때, 우리 삶은 물러남을 알게 되고, 파국으로 향하는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살아 있는 자들의 걸음은, 자신도 하나의 생명으로 온전히 살며 다른 생명을 살리는 '초록 발자국'이 돼야 한다. 대안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을 선택할 것인지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현아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여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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