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기후 위기의 시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들이 <뉴스앤조이>에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 - 생명을 향한 초록의 여정'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으로 나아갔던 히브리인들처럼 △회색에서 녹색으로 △탐욕에서 은총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생태적 전환'에 한국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제안합니다. 활동가들의 글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 주

"너희는 조심하여, 온갖 탐욕을 멀리하여라. 재산이 차고 넘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거기에 달려 있지 않다." (새번역, 누가복음 12장 15절)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학문은 경제학이다. 경제학자 플로라 마이클스(Flora Michaels)는 저서 <모노컬처 Monoculture>에서 어떻게 경제학이라는 하나의 이야기가 세상 모든 것을 바꾸게 됐는지 설명한다. 경제학은 모든 공공 정책의 모국어이자 생활 언어이며, 사회를 형성하는 세계관과 사고방식이다. 단연코 21세기를 지배하는 것은 경제 이야기다. 이는 거대한 경제학 담론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 삶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경제적인 감각은 개인과 가정, 사회 전체의 행동 방식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 지금 이 순간도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고 매 순간 가장 효율적인 소비와 지출을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인생 노년까지 어떻게 경제생활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재테크를 고민하고 주식과 부동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효용(Utility)이다. 이 개념은 우리가 물건을 소비할 때 얻는 만족이나 행복을 뜻한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필요한 재화·서비스를 시장으로부터 얻을 때 값을 지불하는 효용을 계산해서 경제지표로 삼는다. 이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은 소비가 증가할수록 만족하고 행복해진다. 따라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소득이 증가하면 삶의 만족과 행복도 증가한다. 경제학은 이 개념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그래프로 나타낸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곡선도 효용 개념을 도식화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GDP는 증가하고 경제는 발전한다.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할수록 사회는 발전하고 행복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부분의 사람이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 진보를 동일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경제개발과 성장 논리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회적 생산과 재화가 늘어나면 행복해진다던 경제학의 함수와는 달리, 경제적 불평등은 커지고 기후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며 심지어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들이 멸종에 직면해 있다. 경제학은 가치중립적인 과학의 학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허황된 욕망을 부추기는 탐욕의 학문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성장의 한계>(갈라파고스)를 저술한 도넬라 H. 메도즈(Donella Meadow)는 "경제성장은 인류가 찾아낸 가장 어리석은 목표"라고 비판했다. 기후 위기의 사회구조적 토대는 시장경제 체제의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 대량 폐기에 있다.

탈성장 담론은 기후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시장경제 체제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사회학자 홍덕화는 "기후 위기와 코로나는 경제성장과 성장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재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탈성장의 물음은 GDP 증가로 대표되는 경제성장 지표가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경제 체제의 전환이라는 사회구조적 전환을 요청한다.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사회의 재구성이다. 이러한 대안 사회는 사회경제적 변화이기도 하지만 시장경제 체제로 대표되던 욕망과 탐욕의 가치에서 돌아서는 일이기도 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98년 짐바브웨 하라레 총회부터 세계화에 따른 부정의·불평등을 직시하고 교회의 대응을 모색해 왔다. 2006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총회에서는 기후 위기를 포함한 생태 문제에 대응하며 아가페 프로세스(AGAPE·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s and Earth)를 발표했다. 아가페 프로세스는 '생명은 조건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에 대항해 인간과 지구를 살리는 대안을 기독교 신앙 안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탐욕을 넘어 사회 불평등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성서의 전통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욕망과 소유에 대한 절제를 통해 탐욕을 넘어서는 가치를 말한다. 성서도 이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한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구조적 변화는 신앙의 본질을 다시 회복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온전한 사회구조적 전환은 우리 가치의 전환이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하다. 우리는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녹색 신앙'으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녹색의 눈으로 성서를 읽는 일은 기후 위기의 본질을 깨닫고 새로운 가치를 깨닫게 되는 길이다. 

성서 말씀은 이웃과의 관계에서 소유를 철저히 절제하라고 명령한다. 십계명(출 20:7)과 신명기 율법(신 6:21)은 하나님이 주신 해방의 은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탐욕을 절제하고 하나님을 겸손히 경외하라고 강조한다. 또한 예언서는 하나님이 내리는 심판의 시작이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있다고 경고한다(미 2:2). 바울도 하나님의 공정한 법을 거슬러 악행과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롬 1:29).

예수님은 우리가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욕망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인간 존재의 문제는 '소유'가 아닌 '가치'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기독교 신앙의 진리는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의 물질적 소유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유의 풍성함이 곧 생명의 풍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눅 12:13~21)'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물질적인 부를 넘어서는 것이 진정한 생명을 얻는 것임을 강조한다.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은 정치적·경제적 문제이자 사회구조의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시장경제 체제로 대변되는 인간의 욕망·탐욕을 바꾸지 않고서는 진정한 전환이 이뤄질 수 없다. 자연과 생명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하는 인간중심주의적 욕망을 전환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과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의 세계관·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생태적 전환은 신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탐욕의 경제를 넘어 생명의 은총으로 나아갈 때다.

장동현 /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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