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에서 여름휴가 보냈어요!

제목을 이렇게 짓고 보니 뭔가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다들 여름휴가 잘 보내셨나요? 저는 2주 전에 다녀왔습니다. 저 멀리 전남 광양에 있는 계곡 산장으로요. 큼지막한 바위 사이로 한눈에 봐도 맑은 물이 흐르는, 백운산 기운이 뼛속까지 전달되는 시원한 곳이었죠. 정말 정말 힐링이 됐어요. 앞치마를 두르기 전까지는…. 

"일손이 없어서 난리다 난리. 안 바쁘믄 내리와서 좀 도와라." 제게 아버지나 다름없는 작은아버지께서 전화로 부탁을 해 왔어요. 주말 손님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된다면서 서울에 있는 저한테까지 S.O.S.를 치신 거죠. 바로 회장님(아내 애칭)에게 보고했는데, 아니 웬걸 바로 내려가자고 하더군요. 물 좋고 공기 좋은 데서 일하며 음식도 배우고 싶다면서요. 저는 "남들 놀 때 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 없다. 환상을 버리시라"고 조언했지만, 회장님은 귀를 닫고 열지 않았어요.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실전에 투입했어요. 그곳은 (코로나고 뭐고)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어요. 마스크를 쓴 손님들은 입장 전 코로나 간편 전화 등록을 하고 열 체크를 했어요. 한껏 들뜬 손님들을 뒤로한 채 저는 계곡 평상과 주방을 오가며 서빙과 뒷정리를 했어요. 어찌 보면 단순한 일인데, 손님 약 200명(테이블 50개*4명 기준)을 상대로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다 보니, 진이 빠지고 급기야 무념무상 상태가 반복됐어요. 직원 대여섯 명이 함께 일했지만, 이 많은 손님을 감당하기에는 벅찼습니다. 

저와 직원들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는 절대 벗지 않고 일했어요. 처음에는 답답했는데 나중에는 적응되더라고요. 죽으란 법은 없나 봐요. 하지만 단순노동 탓에 몸은 빠른 속도로 지쳐 갔어요. 이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건 열에 한두 명 간격으로 출현하는 '진상 손님'이었어요. 몸에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을 박은 젊은 친구들은 '적대적'으로 주문을 하거나 '먹튀'를 시전하고, 영・유아를 데리고 온 손님들은 똥 기저귀를 전시하듯 놓고 가고, 메인 음식 절반이나 드셔 놓고 맛없다고 강력 항의한 후 결국 무료로 퇴장하기도 하고, 숙박한 분들은 야밤에 '팀킬'하면서 밥통과 선풍기를 내던지고….

그렇게 살.벌.한 하루가 지나고 이튿날이 됐어요. 차례로 허리 무릎 통증이 찾아왔어요. 발은 통통 부어 운동화가 꽉 끼었고, 손가락 관절은 총파업이라도 하듯 제멋대로 움직였어요. 전날 종일 주방에서 설거지와 음식 준비를 한 회장님은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당장 서울에 가고 싶다. 기차표 끊어 달라"고 애원했어요. 어림없지요…. 그렇게 저희는 내리 나흘간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산장에서 일했어요.

서울에 오니 몸이 천근만근이더라고요. 회장님은 그대로 몸져누웠어요. 이틀간 말이 없었고요…. 이번 휴가(?)를 통해 세상 쉬운 일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민폐 끼치는 손님이 되지 않겠노라 다짐도 했고요. 몸은 고되긴 했지만 나름 뜻깊은 여름휴가였다고 봐요. 음, 그리고 회장님은요. '여름 산장이 싫다고 하셨어' '여름 산장이 싫다고 하셨….'

편집국 용필

친절한 뉴스B

우리는 종말하지 않을 거예요

기후 위기 당사자인 청년들이 기후 운동 주체로 나서고 있어요. 기성세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방식으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외치며 말이죠. 이들은 '쓰레기 배출 줄이기', '전기 절약' 같은 개인 실천이 갖고 있는 한계를 깨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어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구체적인 현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고, 국가・기업 등이 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서도록 '직접행동'을 하는 곳이에요. 기후변화 대응 회의인 P4G에서 대통령 수행 차량에 뛰어들고, '그린 워싱' 기업에 녹색 페인트칠을 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국회 앞마당을 파는 등 여러 퍼포먼스를 벌여 왔어요.

지난 7월 선출된 강은빈 공동 대표를 만나 청년들이 기후 행동에 나서는 이유, 기후 위기 대응 활동을 하며 느낀 고민과 계획을 들었어요. 이들은 지구 생태계에 종말이 왔다고 말하면서도, 우울과 불안에 잠식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말해요. 독자님도 혹시 기후 위기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편집국 수진


잘못을 '은혜로' 덮지 않은 교회

위기 아동을 위한 복지시설 '그룹홈'에서 원장과 대표로 재직하던 목사들이. 입소 아동들을 성추행하고 그들에게 주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두 목사 모두 범행을 부인했지만, 아이들의 증언과 여러 증거를 통해 신체 접촉 및 음주 사실은 확인된 상태입니다. 검찰이 지난 6월 두 목사를 기소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제의 ㄱ그룹홈은 ㄱ교회가 공을 들여 설립한 곳이었어요. 원장 목사의 성추행 사실이 한 아이의 입에서 나오기 전까지, 교회는 그룹홈이 잘 돌아가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이의 증언을 접한 후에는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피해 아동을 보호하려 노력하는 한편, 자체 조사를 벌이고 이를 근거로 시청·검찰, 교단에 두 목사를 고발했습니다. 교단은 지난주 두 목사를 면직·출교했고요.

ㄱ그룹홈에서 벌어진 사건은 안타깝지만, ㄱ교회가 이를 뭉개지 않고 제대로 처리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큰 상처를 받았지만, 그건 분명히 어른들이 잘못한 거라고, 그런 어른들은 처벌받는 거라고 보여 줄 수는 있게 됐으니까요. 부디 아이들이 좋은 어른들을 만나 적절한 치유를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편집국 권효


이런 Church도 있어요!

요즘 서울에서 집 구하기 어렵잖아요. 월세는 치솟고, 전세는 씨가 마르고…. 저랑 가까운 한 후배는 집을 구하지 못해 결혼 날짜를 못 잡고 있다고 해요. 안 그래도 힘든 삶, 발 편히 뻗고 지낼 작은 주거 공간이라도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동의하시면 아멘!)

그런데! 이 어려운 시국에, 그 힘든 걸 교회가 또 해내네요.(돌려 까는 거 아님!)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정영구 목사(하나교회)라는 분이 있어요. 이번에 교회를 새로 짓고 있는데, 3·4층을 5세대가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해요. 이곳에는 누구보다 주거 공간이 '필요한' 교인이 들어와 살 예정이에요. (오해 마세요, 십일조나 새벽 기도 참석 의무 같은 거 전혀 없.어.요. 주변 시세보다 5000만 원 저렴해요. 할렐루야!)

'하나님 영광' 외치며 빚내서 화려하게 예배당 짓는 것보다, 좀 작아도 어려운 교인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하나님께 '진짜 영광'을 돌리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예배당을 번듯하게 지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여건이 되는 대로 교인 개개인의 삶을 보장해 주고 싶었다. 교회를 어떻게 잘되게 할까보다 교인을 어떻게 세워 줄지 생각해 왔다." (정영구 목사) 

갈수록 혼탁하고 어려운 시대에, 이런 Church가 있어서 감사하고 위로가 되네요. (동의하시면 또 아멘!‍) 

편집국 용필

그리스도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경제 이야기를 시작하며

요즘 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ESG입니다. 환경(Environment), 지속성(Sustainability), 거버넌스(Governance)의 첫 스펠링을 따서 만든 신조어이자 최근 경영계 핫이슈이지요. 앞으로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경제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무(finance) 분야에서도 ESG 관련 논문이 쏟아지는 걸 보면 앞으로 시장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 등 사회적 이슈를 경제・경영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 학자 중에서는 제레미 리프킨이 단연 돋보입니다. 15~20여 년 전 리프킨의 '종말' 시리즈가 출간됐을 때는 대체로 급진적인 경제학자의 이상적 세계관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만, 6~7년 전부터는 실질적인 변화를 그려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는 특별히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 <글로벌 그린 뉴딜>을 읽으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가 곧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리프킨의 인터뷰나 강의를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 봤습니다. 특히 구글에서 진행한 강의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강연 마지막은 마치 설교를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리프킨에게 ESG 담론은 단지 미래 예측이 아니라 그의 신념이 담긴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에도 경제학자에게서 신념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가 <불평등의 대가>를 이야기할 때나 리처드 울프 교수가 사회주의를 이야기할 때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스티글리츠는 케인지언이고 울프는 마르크스주의자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요즘 회자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도 자신의 이론을 이야기할 때 넘치는 신념으로 청중을 압도했지요.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경제학자마저도 더 나은 세상, 더 정의로운 경제를 말하는 시대에 교회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그저 돈 많이 벌면서 불법만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자본주의 시장마저도 환경과 사회, 윤리 문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으니 말입니다. 앞으로 처치독 독자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관심 가져야 할 것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처치독 독자님들도 함께 생각을 나눠 주신다면 더 풍성한 논의가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교회에서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들 만났을 때 어디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냐는 투자 정보보다는 희년 경제로 가기 위한 정책과 실천 이야기들이 꽃피는 교회가 되길 꿈꾸며, 경제 이야기 시작합니다. 이번 주도 힘내세요.

뉴스앤조이 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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