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배당을 많이 지어 봤는데, 이렇게 주거 공간이 달린 건물은 처음 한다."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현장소장 김 아무개 씨가 작업복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내며 말했다. 현재 김 씨가 작업하는 곳은 5층짜리 건물이다. 건축 중간 단계에 이르는 철근콘크리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비교적 낡고 낮은 건물들밖에 없는 서울 동작구 사당로27길에 들어서는 건평 300평짜리 건물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하나교회(정영구 목사)는 지난해 1월 부지를 사들여 공사에 들어갔다. 올해 10월 완공 예정이다. 교회가 새 예배당을 짓는 게 뉴스거리인가 싶지만, 하나교회는 조금 독특하다. 예배당·사무실·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층을 제외한 3·4층을 주거 시설로 설계한 것. 이곳에는 앞으로 총 5세대가 들어와 살게 된다. 7월 30일 건축 현장에서 만난 정영구 목사는 "거주가 필요한 교인들이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이 지낼 주거 공간은 15~18평으로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주변 보증금 시세보다 5000만 원 더 저렴하고, 기본 8년까지 지낼 수 있다. 정 목사는 교인이 원하면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했다. 주거 공간은 예배당과 완전히 분리돼 있고, 최대한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도 했다. 혹시 입주 조건으로 새벽 기도 참석과 십일조 의무 같은 게 있느냐고 묻자, 정 목사는 "조건은 전혀 없다. 삶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하나교회는 아이·어른 합쳐 120명 정도 다닌다. 2004년 정영구 목사가 개척했고 조금씩 교인이 늘어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공간을 빌려 사용해 왔는데, 건물을 짓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전체 교인 동의를 얻어 건축을 진행했다. 교회 건물에 주거 공간을 짓는 것 역시 함께 논의했다.

하나교회는 새 교회 건물을 건축하고 있다. 정영구 목사는 "교회 건물에는 교인들이 지낼 거주 공간도 생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하나교회는 새 교회 건물을 건축하고 있다. 정영구 목사는 "교회 건물에는 교인들이 지낼 거주 공간도 생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정영구 목사는 "하루아침에 주거 공간을 만들자고 결정한 건 아니다. 개척교회를 할 때부터 어려운 교인과 같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왔다. 처음에는 한 가정이 함께했고, 지금 있는 교회 건물에도 세 가정이 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짓는 건물은 새것인 만큼 교인 간 입주 경쟁도 치열하지 않을까. 정 목사는 "마음 같아서는 모든 교인에게 공간을 제공해 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나. 누구보다 주거 공간이 필요한 한부모 가정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인에게 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사업 문제로 힘들어하는 교인이 있었는데, 교회에서 같이 지내며 회복된 적도 있다. 이런 긍정적인 일이 있다 보니 주거 공동체에 관한 고민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예배당을 더 번듯하게 지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여건이 되는 대로 교인 개개인의 삶을 보장해 주고 싶었다. 교회를 어떻게 잘되게 할까보다 교인을 어떻게 세워 줄지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새로 짓는 건물은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한다. 정 목사는 "주민에게 무료로 공간을 대여해 주고, 주방 기구도 나눠서 사용할 것이다. 아예 마을 공동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야기됐다"고 했다.

건축 중인 하나교회 전경. 현장소장은 교회 건물에 여러 주거 공간을 건축하는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건축 중인 하나교회 전경. 현장소장은 교회 건물에 여러 주거 공간을 건축하는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든 사회든 '건축을 하면 뒤로 돈이 오고 간다'는 소문이 있다. "혹시 그런 일은 없느냐"고 농담조로 묻자, 정영구 목사는 "나는 교회 개척할 때부터 재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사례비도 100만 원 받는다. 10년 전부터 그렇게 받고 있다"며 "교회가 자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 힘이 컸다. 아내가 따로 일한다. 교회 자립이 안 되면 목사가 일해야 한다. 나 역시 마을 공동체에서 상담원·조사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새 건물을 지으면 대개 교인들에게 건축·목적 헌금을 걷는다. 하지만 하나교회는 교인들에게 헌금을 전혀 강조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영구 목사는 "우리 교회가 건축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떤 목사가 '헌금통을 돌려야 (헌금이) 잘 나온다'고 말하더라. 우리는 명단도 없고 주보에 누가 얼마를 냈는지 표기도 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내역을 열람할 수도 있다. 교인들에게 '돈 벌어서 교회에 헌금 내라'고 하는 시대는 갔다. 귀한 헌금을 어떻게 나눠 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