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물류 업무 하실 목회자를 찾습니다." 

"음악 학원 어린이 보호차 선생님 구해요."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같은 채용 사이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문구입니다. 자세히 보면 특이한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구인 대상을 '목회자'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문구는 지난달 출시한 어플리케이션 '알음'에 게시된 내용입니다. 알음은 '일하는 목회자와 세상의 연결'을 표방하는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이곳에서는 구인·구직 정보뿐 아니라 지역  목회자들이 만든 커피 원두나 수제청 등 먹거리, 목회에 필요한 물품 등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그룹 '일하는 목회자들'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현 목사(함께심는교회)는 30대 청년 프로그래머 2명과 함께 이 앱을 만들었습니다. 두 청년은 원래 기독교 콘텐츠 공유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박종현 목사가 기획자로 참여하면서 '목회자판 당근 마켓'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제작하는 데 약 6개월이 소요됐고, 필요한 비용은 정부 창업 지원금과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정보 공유 플랫폼 '알음'을 만든 박종현 목사.
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정보 공유 플랫폼 '알음'을 만든 박종현 목사. 뉴스앤조이 박요셉

목회자들은 알음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대신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합니다(월 3300원). 구인·구직 정보 글은 유료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올릴 수 있습니다. 일하는 목회자들이 생산·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인·기관에 소개하고, 목회자들에게는 일자리와 고객을 알선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알음의 목표입니다. 

알음의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는 어느 목회자가 어떤 상품을 판매하는지, 어느 기관이 어떤 일자리를 제공하는지, 주변에 어떤 교회가 있는지 등을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들에게 유리한 상품 노출을 조건으로 광고비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알음에서는 여러 지역 목회자들이 생산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알음에서는 여러 지역 목회자들이 생산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단이나 신학대학교에서는 여전히 목회자 '이중직'의 가부를 따지며 설왕설래합니다. 그러나 '일하는 목회자'는 이미 도래한 미래입니다. 박종현 목사는 5년 전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을 개설하고 운영해 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목회 현장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그룹 회원 수가 1만 명이 넘었고, 매일 같이 구익·구직 정보와 상품·서비스 홍보 글이 올라옵니다. 단순히 일과 목회를 병행하는 목회자들의 고충·애환을 나누기 위해 만들었던 사랑방이, 이제는 각종 생활 정보가 오가는 장터로 바뀔 정도로 시장이 커졌습니다. 

박 목사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주변에 일하는 목회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들을 위한 정보 공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앱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페이스북 그룹은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데 제한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박 목사는 "여전히 일부 사람들이 일하는 목회자들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각개전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알음이 이들을 서로 연결하고 더 나아가 세상과 연결해, 사역자들의 목회 지속성을 높이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어플리케이션 '알음'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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