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독 본문

안녕하세요, 독자님. 박요셉 간사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는지요:) 

얼마 전 ZOOM으로 오랜 대학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한때 정말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입니다. "아스팔트처럼 까칠하다"는 말을 듣던 20대 시절, 서툰 표현 대신 온몸으로 애정을 나눴거든요.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붙어 다녔는데 그래도 시간이 부족해 서울 상수동 반지하 방에 모여 살기도 했습니다.

꿈같던 시절이었습니다. 꿈을 많이 꾸기도 했고요. 저와 친구들은 선교 단체에서 내세우는 '하나님나라'라는 표어가 왠지 모르게 좋았습니다. 그것은 중고등부에서 듣던 '죽음 이후의 천국'과는 다른 개념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지, '삶'을 고민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공동체'라는 단어 하나에도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초대교회 모습을 상상하며 진지하게 토론할 때도 있었습니다. 삐까번쩍하게 세운 건물, 서로 이름과 직업밖에 모르는 교인들로는 세상을 변혁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한 몸 같은 작은 교회를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다닌 교회를 출석하며 이름과 직업 밖에 모르는 교인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친구들은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저만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신앙생활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모임을 마치기 전 기도 제목을 나누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둘씩 "나도 그렇다"며 불안하고 위태로운 자화상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1년 만에 성사된 친구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약간 우울한 결말이었죠. 컴퓨터를 끄고 저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우리는 "예기치 못한 기쁨", "하나님께서 주시는 약속에 대한 강력한 신뢰", "무모할 정도로 강한 희망"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또 이렇게 불안과 조바심에 벌벌 떨게 되었는지. 그런데 최근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교 복음은 우리가 언제나 공동의 실패로, 공동의 연약함, 취약함, 공동의 불안으로 엮여 있다고 반복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 때, 자기, 상대의 실패와 연약함, 취약함을 부정하지 않을 때 비로소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복음은 하느님께서 예수와 성령을 통해 우리 마음을 닫은 문을 부수어 여신다고 선포합니다. 신앙은 우리 모두의 연약함, 취약함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거기서 비롯되는 고통과 대가를 축소하거나 포장하지 않습니다. 신앙은 오히려 우리의 공통된 연약함과 취약함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길,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길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로완 윌리엄스, <어둠속의 촛불들>(비아), 195쪽 ] 

그러고 보니 제가 기독교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 건, 선교 단체 친구들이 해 준 "괜찮다"는 말 덕분이었습니다. 약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 편견과 무시가 없는 따뜻한 시선. 이것이 제 신앙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다시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이 말을 많이 하자고 해야겠습니다. "괜찮아."

by 요셉

처치독 리포트

'교회 그루밍 성폭력' 인정한 법원

다수의 미성년자 교인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인천새소망교회 김 아무개 목사(37)가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목회자라는 지위를 내세워 교인들을 정신적으로 예속한 행위가 '위력'으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을 처음 취재했던 때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2018년 5월, 인천 한 카페에서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고 난 후였습니다. 피해자가 1명도 아니고, 2명도 아니고, 3명이었다는 사실. 거기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거라는 사실. 거기에 이 모든 사건은 물리력을 행사한 성폭력이 아니라 '정서적 신뢰감'을 이용했다는 것까지….

김 목사는 신앙생활에 열심을 보인 다수의 미성년자 교인들을 정서적으로 예속하고, 의존하게 만든 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 피해자 A에게는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고 하면서 다른 교인에게는 이를 절대 비밀로 하라고 하고,
· B와 C에게는 '목사(당시는 전도사)'가 아니라 '특별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해 '연인'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피해 사실 공론화했는데
"기사
 내리라" 피해자들

피해자들의 초기 반응도 납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일부 피해자는 (본인들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뉴스앤조이>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는데요. 후에 문제를 깨달은 이들은 기사를 내리라고 요구한 일이 김 목사의 아버지(인천새소망교회 담임 김영남 목사) 지시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너희도 보호하고 교회도 살려야 한다"며 회유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은 이를 따랐습니다. 김 목사 부자가 피해자들을 얼마나 정서적으로 옭아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보도 이후 이 사건은 사회적 논란을 낳았고, 2018년 12월 피해자들은 아들 김 목사를 고소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처음 기사를 썼을 2018년 5월 당시만 해도 김 목사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지금은 '그루밍 성폭력'이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합의에 의한 관계 아니었냐'는 식으로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 정서가 더 강했기 때문이죠.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김 목사가 법적 처벌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고소: 피해자들은 2018년 12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요.
· 수사: 수사기관은 김 목사의 그루밍 성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법리를 쌓기 위해 오랜 시간 검토를 거쳐, 1년 4개월 만인 2020년 4월 재판에 넘겼습니다. 
· 재판: 2020년 6월 첫 재판이 열렸으며, 1년간 피해자와 증인들이 출석해 지난 상황을 다시 말해야 했습니다. 
· 구속: 공론화부터 김 목사 구속(2021년 7월)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점에서 김 목사의 사례가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물리력을 동반한' 성적 관계가 아니더라도 성폭력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유의사나 자기 결정권이 제압됐다

그루밍 성폭력은 대개 

① 피해자 고르기 
② 피해자의 신뢰 얻기
③ 피해자의 (정서적·물질적) 욕구 충족해 주기
④ (둘만의 비밀이라는 이유 등으로) 피해자 고립시키기 단계를 거쳐
⑤ 성적 접촉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⑥ 회유·통제가 이루어집니다
※ 자세한 내용은 기획 보도 '길들이는 목회자들' 편을 참고해 주세요. 

법원도 판결문에서 이 부분이 왜 범죄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에게 종교 지도자로서 종교적 교리를 설파하는 한편,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정서적·물질적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고인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피고인에게 의존하게 하였다. 이에 더하여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피고인이 특별히 자신을 다른 신도들보다 더 아끼고 특별하게 여긴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피해자들로 하여금 일반적인 신도들과 목회자의 관계를 넘어 피고인과 자신 사이의 관계가 매우 특별하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중략)

 

위 각 범행 당시 피해자들의 연령,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 피고인의 위와 같은 영향력 및 피해자들이 인식한 피고인과의 특별한 관계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나 자신이 입은 피해의 내용에 관해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그로 인하여 자유의사나 자기 결정권이 제압되었고 (중략)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 중)

오랜 시간 힘겨운 시간을 버텨 온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또한 교회 내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특히 교회는 목회자-교인 간 권력 불균형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더욱 쉽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회 차원에서 예방하고 교육하는 데 힘을 쏟으면 좋겠네요.

by 승현

이번 주 뭐하지?

캠페인 / 참여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들] 연속 포럼 '세상을 바꾸는 여름' / 6. 28. ~ 8. 16.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윤실 청년 센터 WAY 청년 재무 상담소 7・8월 참가자 모집 

 

토론 / 모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년 상담 센터 위드 '위드 클래스 - 참자기를 찾는 독서 모임' / 7. 24. ~
[선교한국] '1세기 그리스도인 시리즈' 저자 로버트 뱅크스와 함께하는 Mission Book Club / 7. 19
[에라스무스] 에라스무스와 함께 읽는 <현대 신학이란 무엇인가> / 7. 19. ~ 10. 11.
[녹색교회네트워크] 우리 교회도 이젠 제로웨이스트! - 교회 안 제로웨이스트샵 설명회 / 7. 26.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토론회 '한국 언론, 신뢰 회복 - 추락한 언론의 신뢰도 되살릴 길은?' / 7. 29.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 포럼 '우리가 평등하게 배운다는 것은?' / 7. 30.
[과학과신학의대화] 함께 읽는 "과신대 필독서" 북클럽 season 2 / 8. 5. ~ 10. 21.

강좌 
[제3시대] 신학아카데미 탈/향 비평 연습 '성서를 읽고 성서와 함께 말 걸기 - 사역자를 위한 민중신학적 설교 또는 글쓰기' / 7. 22. ~ 8. 6.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 기독교 사회운동사 제3차 학술 심포지엄 '냉전과 한국기독교' / 7. 27
[과학과신학의대화] 2021년 여름 방학 온라인 아카데미 신학·과학 과정 / 8. 2.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신학 연구 과정현대신학교회사성서학 전문 과정 모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 아카데미 2021년 2학기 개강 / 9. 2. ~

예배 / 대회 
[선교한국] 2021 랠리 ON다 대회 / 8. 2. ~ 8. 5. 

※놓친 기사도 다시 보자. 처치독은 일주일 동안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이슈와 사건을 쉽고 유익하게 풀이해 주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처치독이 발송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