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산업선교회의 오랜 전통이었던 '신학생 노동 훈련’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1983년부터 2004년까지 신학생이 직접 노동 현장에 찾아가 일정 기간 일하며 느낀 점을 정리하고, 노동 선교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사정 때문에 2004년을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영등포산업선교회는 2021년 1월 다시 '신학생 노동 훈련'을 재개했습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 두 명을 선발해 △노동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 파악 △함께 일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고민 △교회의 역할 등을 들여다봤습니다.

노동 훈련은 6개월간 이어졌고, 7월 16일 훈련 종료를 알리는 보고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신학생은 그동안 느낀 점을 정리해 글로 발표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영등포산업선교회와 두 학생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차례로 게재합니다. 첫 글은 최동빈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 편집자 주

들어가며

2017년 겨울, 장로회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 동아리 선배들의 추천을 통해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현장 심방 - 발바닥으로 읽는 성서'에 참여하게 된 일은 1학년을 갓 마친 신학생이었던 나에게 커다란 영향을 줬다. '노동자'라는 단어가 어색했던 나는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으며, 자본의 자기 증식 논리가 노동자를 어떤 식으로 소외시키는지, 그리고 성경이 노동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됐다.

이후 도시빈민선교회에서 계속 활동하며 노동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영등포산업선교회와 관계를 유지해 오던 도중, 총무 손은정 목사님께서 오랜 기간 쉬어 왔던 노동 선교 훈련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데, 참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오셨다. 마침 1년 휴학을 계획하고 있기도 했고, 휴학 기간 중 서울에서 방을 구해 살려면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노동 선교 훈련에 참여하겠다고 답을 드렸다. 

훈련은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했다. 일정 기간 일자리를 구해 직접 노동을 하고, 노동 그 자체와 노동 현장에서 느낀 점을 글로 정리했으며, 2주에 한 번씩 정리한 내용을 영등포산업선교회 목사님들과 함께 읽으며 토의하고, 오늘날 노동 선교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기간이었다.

훈련 기간 중 나는 두 종류의 일을 했다. 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는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로 음식 배달을 했고,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는 CJ대한통운에서 택배 분류 아르바이트를 했다. 쿠팡이츠 배달은 도보로 배달했다는 점에서, 택배 분류 아르바이트는 택배 기사님들의 일을 돕는 역할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전업으로 배달 노동에 종사하는 라이더들과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을 100% 경험하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들의 노동환경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6개월간의 노동 훈련 결과를 보고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최동빈 학생. 사진 제공 영등포산업선교회
6개월간의 노동 훈련 결과를 보고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최동빈 학생. 사진 제공 영등포산업선교회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로 일하며 느낀
플랫폼 노동자의 삶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는 플랫폼 노동으로 분류된다. 플랫폼 노동이란,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등장한 형태의 노동으로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와 노동의 결과물을 향유하는 자를 매칭해 주는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배달원으로 일할 수 있다.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앱을 다운받고, 개인 정보 인증과 계좌번호 입력 정도의 간단한 가입 과정을 거치면 준비가 끝난다.

앱을 켜고, 온라인 상태로 활성화해 두면 자동으로 콜을 배정해 준다. 배달 콜을 수락하고 가게로 찾아가 음식을 받은 후 앱으로 음식 수령 확인을 한다. 수령 확인을 해야 고객의 주소지가 나타난다. 고객 집까지 배달을 마치고, 배달 완료 확인을 하면 한 건이 끝난다. 저녁 시간에 배달 음식 주문이 많기 때문에 대체로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일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배달료

쿠팡이츠는 한 건당 배달료를 정산해 1주일 단위로 지급한다. 배달료는 구 경계로 나눠 책정되며(마포구1, 마포구2 등으로 더 작게 나누는 경우도 있다.), 최저 3100원에서 시작해 분 단위로 바뀐다.⁠ 건당 배달료는 AI가 알고리즘을 통해 책정하는데, 두 달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배달료는 해당 지역 주문량에 비례하고, 해당 지역의 온라인 상태인 배달 파트너 수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금요일 저녁 같은 경우 배달 주문이 많아 한 건에 4000~5000원씩 받아서 한 시간 반 정도 일하고 2만 1150원을 벌어서 시간당 1만 4100원, 최저 시급인 8720원보다 많이 버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외의 날에는 콜이 잘 잡히지도 않을 뿐더러 거의 최저 배달료를 받아 수입이 적었다. 4시간 동안 총 6건을 배달하고 2만 1700원을 번 날도 있다. 최저 시급으로 4시간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은 3만 4880원이지만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밖에 벌지 못한 것이다. 그때그때 배달료가 다르다는 건, 내가 얼마나 일해야 얼마를 벌 수 있을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수락률과 심리적 대기 상태

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 파트너 앱들은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든 하고 싶을 때 일을 할 수 있다"라고 홍보하며 배달 파트너들을 모집한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앱을 온라인 상태로 해 둔다고 해도, 바로바로 콜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콜이 잡히기까지 온라인 상태로 대기하는 시간은 결코 적지 않으며, 이 시간 동안 다른 것을 하기도 애매하다. 다른 것을 하다가 콜을 놓치게 되면, 배달 수락률이 하락하게 된다. 수락률이 90%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콜 배정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콜을 거절할 수 없는 구조다. 

미국의 플랫폼 노동을 분석한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은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롤로코스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경우, 메일에 즉각적으로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그런 불편에 대한 보상으로 임금을 더 많이 받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태스크 노동자는 돈을 벌려면 돈을 못 받고 쓰는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일주일에 84시간이라는, 주간 표준 노동시간의 두 배가 넘는 심리적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지만 잔업수당은 없다."

일하는 기간 중 휴대폰을 잠시 두고 화장실에 간 사이 콜이 와서 수락하지 못한 경우 등 3번 정도 콜을 수락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수락률이 9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자 한 시간에 콜 한 건이 잡힐까 말까 해, 사실상 이 일로 소득을 얻기 어려운 정도가 됐다. "언제든 하고 싶을 때 일을 할 수 있다"라는 말과는 달리, 일을 하기 위해서는 콜이 배정되기 전까지 항상 준비 상태가 돼 있어야 했던 것이다. 배달 일을 하면서 눈에 들어오게 된 것 중 하나는, 음식점이 많은 거리에서 배달원들이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배달 플랫폼 앱의 AI가 매장 근처에 있는 배달원을 매칭해 주기 때문에 음식점이 많은 거리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이들은 편의점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쉬거나,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쉬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한 거점 없이 배달을 하기 때문에 콜 배정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휴식을 가지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다. 앱을 켜 놓고 있으면 쉬는 시간, 대기 시간도 내 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에 포함돼야 하는데, 급여에 산정되지 않았다.

곤란한 상황들

그 밖에도 곤란한 상황이 많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동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특히 서로 다른 아파트 단지가 3개 붙어 있는 곳으로 배달을 갔을 때는, 길을 잘못 들어 다른 단지에 들어선 것을 깨닫고 울타리를 넘어 다른 단지로 건너가 배달한 해프닝도 있었다. 또, 배달 위치가 건물 지하 주차장 창고인 건이 있었는데, 어떤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배달을 한 경우도 있었다. 

택배 분류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택배 노동자의 삶

택배 분류 아르바이트는 양재동과 과천시가 마주하고 있는 곳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물류센터로 출근해서 일했다. '택배 분류'는 2020년 택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가 이슈가 되자 CJ대한통운이 이 상황에 사과하며 택배 기사 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지목된 분류 업무에 4000명의 지원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생긴 일자리라고 한다.

물류센터에는 휠 소터(Wheel Sorter)라고 부르는 화물 자동 분류 설비가 있는데, 이 휠 소터는 상자들을 동 단위로 분류해 준다. 내가 소속된 대리점은 삼성동을 담당하고 있어서 나는 삼성동으로 분류된 상자들을 11명의 기사님별로 각각 분류해 트럭 앞에 쌓는 일을 했다. 쌓아 둔 짐은 기사님들이 송장 바코드를 찍은 후 트럭에 정리하여 싣는다. 휠 소터의 분류가 완벽하지는 않기에, 레일이 끝나는 곳에서는 자동 분류가 되지 않은 상자들을 동별로 분류해서 던져 두는 분들이 있다. 나는 약 30분 간격으로 이 상자들을 수레에 실어서 가져오는 일도 했다. 택배 기사님들도 분류 작업을 함께 하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택배 기사님들의 하루 일과나 노동환경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전 11시까지 4시간 동안 시간당 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일했다.

택배 노동자의 일과

택배 노동자의 일은 크게 '분류', '배송', '집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7시부터, 물량이 많은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6시 반부터, 11톤 트럭(간선차)에 실린 물건을 휠 소터에 올려놓는 하차 작업을 한다. 여기서 동별로 분류된 물건을 다시 한번 분류해 택배 노동자가 각자의 트럭에 싣는 작업을 분류라고 한다. 분류 작업은 대체로 정오를 전후해 끝난다. 분류가 끝나면 배송을 한다. 배송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택배 노동자의 일로, 자기가 담당한 구역의 화물들을 송장에 써 있는 주소지로 배송하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로 계약되기에, 배송 한 건당 운임료를 받아 월급이 정해진다. 기본 운임은 800원이라고 하며, 화물 무게에 따라 운임료가 올라간다고 한다. 낮 시간 동안 배송을 마치면 저녁 시간에 택배 노동자는 집하를 한다. 집하란 택배 노동자가 해당 구역에서 인터넷으로 옷이나 식품 등의 상품을 파는 업체와 택배 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택배 노동자는 상품을 집하해 대리점으로 가고, 대리점에서는 그 상품을 다시 간선차에 상차한다. 집하된 상품은 허브에 가서 다시 지역별로 분류되고, 각지 물류센터로 보내져 수취인에게로 간다. 배송과 더불어 집하 또한 택배 노동자의 수입이 된다. 집하까지 마치고 택배 노동자가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저녁 8시 반이나 9시가 된다고 한다. 기사님들은 평일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도 다음 날 출근 때문에 여가 시간을 거의 보내지 못하고 바로 잠을 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무급 노동 택배 분류

분류 작업은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된 내가 하는 일이었지만, 내가 전부 하지는 않았다. 택배 기사님들도 분류 작업을 함께 했다. 몇몇 대리점에서는 나처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분류 작업을 돕게 했지만, 대다수 대리점에서는 분류 아르바이트생 없이 택배 기사들이 온전히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전 시간 진행되는 이 분류 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무급 노동이었다. 대리점의 모든 기사가 아침 7시부터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리점의 경우, 11명의 기사님들이 3조로 나뉘어서 7시(물량이 많은 화요일과 수요일은 6시 반), 9시, 10시로 나누어 출근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를 하며, 3일씩 나누어 출근 시간을 로테이션한다. 분류 작업이 평균적으로 12시 즈음 끝나니, 택배 노동자들은 2~5시간 정도의 노동을 무급으로 하는 셈이다. 6월에 있었던 택배 노동자 파업 투쟁의 중심에도 이 분류 작업이 놓여 있었다.

특수 고용직의 근로시간과 휴식

플랫폼 노동자와 택배 노동자 둘의 공통점은 실질적으로는 노동을 통해 고용된 곳에서 임금을 받아 생활하지만 계약 상 개인 사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특수 고용직이라는 점이다. 몇 시간을 일했는지와는 관계없이 플랫폼 노동자와 택배 노동자는 몇 건을 배달했는지가 임금을 결정한다. 특수 고용직은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대우 조건을 명시한 근로기준법의 대상이 아니기에,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보다 부담이 적다. 택배 노동을 주제로 다룬 이종철의 만화 <까대기>(보리)에서는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 고용직"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용 안정성, 산업재해, 퇴직금 등 특수 고용직이 겪는 어려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일을 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문제점은 바로 근로시간과 휴식 문제였다. 플랫폼 노동자는 언제 배달 콜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목표한 하루 수익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며, 택배 노동자는 앞서 말했듯이 분류를 위해 아침에 출근해 저녁 늦은 시간까지 배송과 집하 일을 한다. 다른 이들이 누리는 주말·휴일도 이들은 온전히 누릴 수 없다. 배달 음식 주문이 많은 주말에 쉬는 것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바보 같은 일이고, 택배 노동자는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기업으로부터 유급휴가를 보장받을 수 없다. 플랫폼 노동자는 자기가 쉬고자 하면 쉴 수 있고, 택배 노동자도 하루 정도는 자기 구역을 동료 기사에게 분할해 부탁하는 식으로 쉴 수 있지만, 무급으로 쉬는 것이기 때문에 쉬면서 사용하게 될 돈과 그날 일해 얻을 수입을 포기해야 함을 고려한다면, 휴가를 마음먹는 것이 마냥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휴가 목적이 아니라 다쳐서 쉴 수밖에 없는 경우, 수입이 끊김과 동시에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인간은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을 통해 다시 노동할 수 있는 육체의 기력을 회복할 뿐 아니라, 노동 이외의 다른 여가 활동을 하며 정신의 기력도 회복한다. 성경에서도 인간의 휴식을 이야기한다. 창세기 1장 창조 기사에서는 하나님이 창조를 마치고 마지막 날에 쉬셨다는 내용을 전하며, 유대교에서는 이날을 안식일로 삼아 지킨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이집트의 압제 아래 놓여 쉼 없는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을 구해 내신 하나님이시기에, 구약의 율법은 이 안식일 규례를 "너희와 너희 아들딸, 남종 여종뿐 아니라 소와 나귀와 그밖의 모든 가축과 집안에 머무는 식객이라도 일을 하지 못한다"(신 5:12~15)라고 말하며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에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며, 함께 일하는 이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휴식 없이 끊임없는 노동만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노역이다. 히브리인들은 끝없는 노역의 땅이었던 애굽을 탈출하며 일과 휴식이 조화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땅을 기대했을 것이다.

노동 선교 훈련을 마치며

노동 선교 훈련이 아니었다면 이른 새벽에 출근해 볼 일도, 몸이 힘든 일을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글로만 노동을 이해하고, 노동을 마냥 추상적·낭만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을 직접 경험하고 택배 노동자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니,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그들의 구체적인 삶이 보였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교회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모임을 가지며 함께 읽었던 조지송 목사님의 <간추린 산업 선교 이야기>에서는 회사에서 노동자들을 강제로 예배에 참석하게 한 사례를 소개했다. 설교하는 목사에게 노동자는 "저 자식 밤새 자빠져 자고 와서 짖어 대고 있네"라고 작은 소리로 험담을 했다고 한다. 지금의 교회도 이와 똑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이가 종교에 무관심하며, 종교는 지금 나의 삶과 아무 관계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고 지적한다.

교회가 노동 현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몇십 년 전에 비해서 노동환경은 많이 좋아졌지만, 구의역의 김군,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평택항의 이선호 등 여전히 많은 이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에서 일을 하다 쓰러진다. 교회는 사람의 생명이 기업의 이윤보다 위에 있음을, 그것이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임을 세상에 선포해야 하고 더 이상 자본의 논리에 사람이 희생되지 않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하는 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알기 위해 애써야만 한다. 신학교와 교회에 갇혀 있던 나는 이번 노동 선교 훈련을 통해 특수 고용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미약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더더욱 노동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최동빈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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