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 선교와 민주화 운동의 요람 '영등포산업선교회' 회관. 뉴스앤조이 여운송
한국 노동 선교와 민주화 운동의 요람 '영등포산업선교회' 회관.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한국 산업 선교의 선구자이자 노동자들의 벗으로 일생을 살았던 조지송 목사(1933~2019). 조 목사의 3주기를 맞아 <조지송 평전>(서해문집)을 기획·출판한 영등포산업선교회(산업선교회)가 1월 21일 산업선교회관 3층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조지송목사기념사업회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1부 평전 출판 감사 예식, 2부 출판기념회, 3부 지송 강좌로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조 목사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80여 명이 참석했다.

<조지송 평전>은 조지송 목사의 생애와 산업선교회가 걸어온 역사를 통해 '산업 선교'가 한국 노동운동, 민주화 운동, 민중운동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조지송 목사는 1933년 8월 28일 황해도 황주군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당시 남쪽으로 피난했다. 1961년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62년 강원도 삼척의 탄광 노동 훈련을 시작으로 각종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실상을 마주한 뒤 1963년 한국 최초의 '산업 전도 목사'로 안수받았다. 이듬해부터 산업선교회 초대 총무를 맡아 20년 동안 헌신하며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은퇴 후에는 충북 청주군 옥화리에서 수양원 겸 훈련원 '하나의집'을 2007년까지 운영했다. 한국 산업 선교와 노동 인권 운동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2019년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조지송 목사 3주기를 맞아 세상에 내놓은 <조지송 평전>(서해문집). 뉴스앤조이 여운송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조지송 목사 3주기를 맞아 세상에 내놓은 <조지송 평전>(서해문집).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날 1부 감사 예식에서 "씨를 뿌린 사람"(약 3:17~18)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안재웅 목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는 "조지송 목사님은 척박한 이 땅에 산업 선교라는 씨를 뿌린 집념의 인물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심은 씨가 자라나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거두었다. 목사님이 심은 씨앗이 산업 선교의 민들레 홀씨가 됐다. '정의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평화를 위하여 그 씨를 뿌려서 거두어들이는 열매'라는 18절 말씀은 조 목사님의 면모에 부합되는 말씀이다"라고 평가했다.

2부 출판기념회는 1960~1980년대 조지송 목사와 함께했던 산업선교회 회원·실무자들 및 <조지송 평전>을 읽은 이들의 축사·추천사·서평 등으로 채워졌다. 1978~1988년 산업선교회 실무자였던 신철영 씨는 축사에서 "조지송 목사님은 노동자를 섬기는 일 외에 다른 곳에는 일절 눈을 돌리지 않았다. 소박하고 고고한 삶을 사셨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런 분을 모시고 일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회상했다.

추천사를 쓴 한국에클레시아생명학연구원 배현주 교수(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는 '조지송 사건'을 '예수 사건'에 빗대었다. 배 교수는 "2000년 전 예수 사건에 대한 감동의 증언이 구전을 거쳐 성서가 됐다. 조지송 사건을 기억하고 말과 글로 전하는 이들의 노력이 '교회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친구'라는 단순하고 심오한 기독교적 진리를 다시 확인하고 연결하는 단단한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기쁜 마음으로 책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영등포산업선교위원회 위원장 정명철 목사(도림교회), 김갑준 권사(1960년대 산업선교회 회원)가 축사하고, 송효순 집사(1970~1980년대 산업선교회 회원), 장윤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영상으로 참여한 김동춘 교수(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가 추천사를,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가 서평을, 조선영 씨(이화여자대학교 박사과정)가 독후감을 낭독했다.

평전 저자 서덕석 목사가 출간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평전 저자 서덕석 목사가 출간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책을 저술한 서덕석 목사(성남 열린교회)도 소회를 밝혔다. 서 목사는 "조지송 목사님은 당신의 평전을 쓰겠다고 말씀드리니 단박에 거절하셨다. 후배·동지들의 거듭된 간청에 못 이겨 결국 허락하셨지만, 자기를 주인공으로 하지 말고 동료 실무자와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하라고 하셨다. (중략) 이 책은 '조지송 평전'이라기 보다는 '조지송이 함께한 산업선교회 역사'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나중에 천국에서 조 목사님을 뵈면 '이딴 걸 뭘 하려고 썼냐. 그 시간에 노동자들을 만나야지' 하고 호되게 꾸짖으실 것 같다"고 말했다.

3부에 이어진 '제2회 지송 강좌'에서는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학교 교회사)와 정흥준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가 발제를 맡았고, 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홍윤경 센터장,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유흥희 집행위원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조지송 목사의 생애와 노동자 선교 사상'을 주제로 발제한 정병준 교수는 조 목사의 '노동자 기독론'에 주목했다. 그는 "조지송 목사는 '목공으로 오신 예수님'(<산업 전도>16호, 1965. 12. 1.)에서 아주 흥미로운 노동자 기독론을 다뤘다. 예수는 완성된 인간상을 제공하는데, 그것은 30년 노동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따라서 노동하는 인간이 참다운 인간이다.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대접이 커지고 교회의 관심이 깊어지면 노동자이신 예수의 기쁨도 더 커지게 된다. 조 목사는 이렇게 노동자와 기독론을 연결해 노동문제가 교회의 선교 문제이며 국가의 문제라는 인식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제2회 지송 강좌에서 발제와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 (사진 왼쪽부터) 장윤재 교수(좌장), 정병준 교수, 정흥준 교수, 홍윤경 센터장, 유흥희 집행위원장. 뉴스앤조이 여운송
제2회 지송 강좌에서 발제와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 (사진 왼쪽부터) 장윤재 교수(좌장), 정병준 교수, 정흥준 교수, 홍윤경 센터장, 유흥희 집행위원장. 뉴스앤조이 여운송

정흥준 교수는 "조지송 목사는 노동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능력이 있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그 시절에 이미 노동조합을 만드는 등 노동에 대한 선구자적 혜안이 있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혜안을 가지셨던 조지송 목사님의 삶이 현재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 이 책이 우리에게 남겨진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11년간 산업선교회 실무자로 일했던 홍윤경 센터장은 "과거 투쟁 시절이 떠오른다. '하나님은 여러분 편이다'라는 조 목사님 말에서 가장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보다 상황과 여건은 나아졌지만 근본적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는 현재 진행형을 살고 있다. 조 목사님처럼 철저하게 노동자 편에 서서 철저하게 편애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흥희 집행위원장도 "조지송 목사님은 마지막까지 청년의 열정으로 삶을 사신 분"이라고 평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관 지하에 조성된 역사관. 조지송 목사의 흔적을 비롯한 산업선교회의 발자취를 톺아볼 수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영등포산업선교회관 지하에 조성된 역사관. 조지송 목사의 흔적을 비롯한 산업선교회의 발자취를 톺아볼 수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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